감독
우디 앨런 Woody Allen

주연
우디 앨런....발 왁스먼
Woody Allen....Val Waxman
테아 레오니....엘리
Téa Leoni....Ellie
트리트 윌리엄스....할 예거
Treat Williams....Hal Jaeger
조지 해밀턴....에드
George Hamilton....Ed
데브라 메싱....로리 폭스
Debra Messing....Lori Fox
아이작 미즈라히....엘리오 세바스티안
Isaac Mizrahi....Elio Sebastian
마리안 셀디스....알렉산드라
Marian Seldes....Alexandra
티파니 티어센....샤론 베이츠
Tiffani Thiessen....Sharon Bates
마크 웨버....토니 왁스먼/스컴백 X
Mark Webber....Tony Waxman/Scumbag X
마크 라이델....알 핵
Mark Rydell....Al Hack
바니 쳉....통역사 차우
Barney Cheng....Translator Chau
유 루....카우 찬
Yu Lu....Kau Chan
피터 게레티....정신분석가
Peter Gerety....Psychiatrist

발과 엘리

우디 앨런의 [헐리우드 엔딩]은 2002년 칸 영화제의 개막작입니다. 보통 때엔 영화제에 필름만 보내고 가지는 않았던 앨런이 정말 드물게 레드 카펫을 밟은 영화로도 유명하죠. 하지만 영화에 대한 평 자체는 그냥 그랬고 지금은 슬럼프에 빠진 노장의 범작 정도로 취급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프랑스와 트뤼포의 [아메리카의 밤]처럼 영화제작 과정을 다룬 코미디입니다. 아카데미 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영화 감독 발 왁스먼은 아내 엘리가 떠난 뒤로 10년 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오는데, 아내의 애인 할 예거가 제작하는 6천만 달러짜리 대작 영화의 연출을 맡는 거였죠. 간신히 그 일을 받아들인 발에게 엄청난 위기가 찾아옵니다. 긴장 때문에 심리적으로 눈이 멀어버린 것이죠. 발은 에이전트 알의 도움으로 눈먼 것을 숨기고 촬영에 돌입합니다.

'심리적으로 맹인이 된 영화 감독이 그 사실을 감추고 영화를 찍는다.' 이건 굉장히 멋진 슬랩스틱 코미디의 소재입니다. 그리고 앨런은 여기서 정말 훌륭한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죠. 그의 전형적인 앨런 연기가 이런 코미디에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는 거예요. 정말로 앨런답고 날카로운 코미디 장면들도 많고요.

그러나 영화는 제가 기대했던 그런 슬랩스틱 코미디는 아니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비평가들이 이 작품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냈던 것도 그들의 기대와 맞지 않은 영화였기 때문일 거예요. [헐리우드 엔딩]의 슬랩스틱은 생각만큼 다채롭지 못하고 아이디어를 충분히 확장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코미디는 여전히 좋지만 더 활기찬 영화가 될 수 있었는데도 노력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요. 이 영화의 코미디는 전체적으로 숨이 짧습니다. 보다 보면 영화의 설정을 활용한 다른 아이디어가 마구 떠오를 정도지요.

그러나 관객들이 기대했던 영화가 아니라고 해서 [헐리우드 엔딩]이 무의미하거나 매력없는 영화라는 건 아닙니다. 이야기가 기대했던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고 해서 영화가 그냥 고여있는 건 아니지요.

일단 이 작품은 무척이나 우디 앨런적입니다. 뇌종양과 실명에 대한 끔찍한 공포증만 봐도 알 수 있죠. 눈만 먼 게 아니라 소리에 대한 방향 감각까지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발의 증세는 늘 모노로만 음향을 녹음하는 앨런의 고집과도 연결되고요. 거의 재활용처럼 느껴지는 몇몇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세계는 앨런의 세계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그의 고백이 자서전적이냐고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앨런이라고 할리우드 세계의 매커니즘에 완벽하게 벗어나 있는 건 아니고 그 정도 오랫동안 그 세계에 몸 담그고 있었다면 미국 영화판에 대해 거의 모든 걸 알만하죠. 하지만 발과는 달리 그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조건으로 어떤 압력도 받지 않고 편하게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걸 고려해보면 앨런의 모든 비판은 "네가 한 번 내 입장이 되어 봐라!"라는 말 한마디로 반박될 수 있는 건지도 몰라요.

그래도 앨런이 발의 실명을 통해 전달하는 영화계에 대한 비판도 여전히 귀 기울일만 합니다. 그의 비판은 일방적이거나 얄팍하지 않고 포용력이나 폭도 예상 외로 넓습니다. 예술 영화에만 집착하지도 않고 할리우드 상업 영화에 일방적으로 비난은 퍼붓지도 않아요. 엘런의 비판은 방향성이 있는 얄팍한 것이 아니라, 그 전개 과정 자체가 목적인 풍부한 카오스입니다.

영화와 비즈니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 신경질적인 예술가의 소동 중엔 앨런이 만든 가장 멋진 농담도 숨어 있습니다. 아마 이 영화의 결말은 우디 앨런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근사한 '할리우드 엔딩'일 겁니다. 그의 비평적 기반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야비하기도 한 결말이지만요. (05/09/08)

DJUNA

기타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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