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위르쉴라 메이에 Ursula Meier

주연
이자벨 위페르....마르트
Isabelle Huppert....Marthe
올리비에 고르메....미셸
Olivier Gourmet....Michel
아델라이드 르루....주디트
Adélaïde Leroux....Judith
마들렌 뷔...마리옹
Madeleine Budd....Marion
카시 모테 클랭....쥘리앙
Kacey Mottet Klein....Julien

고속도로

한 가족이 있습니다. 이성애자 부부 한 쌍. 그들이 낳은 딸 둘에 아들 하나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그들에겐 엄청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살만한 집이 있습니다. 아빠는 회사에 다니고 엄마는 가정주부입니다. 지루해보이지만 이들은 나름 즐겁게 살고 있지요.

그런데 이들에게 재난이 찾아옵니다. 사실 이 재난은 처음부터 예고되었던 것입니다. 그들이 사는 집 앞에는 버려진 고속도로가 하나 있거든요. 어떻게 된 게 10년 동안 공사를 하다말다를 반복하면서 계속 방치되어 왔던 거예요. 가족은 버려진 고속도로를 놀이터로 삼아 지금까지 잘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덜컥 인부들이 찾아오더니 그곳을 진짜 고속도로로 만들어버리네요.

이제 어쩌면 좋나요. 그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던 라이프 스타일은 서서히 붕괴되어 갑니다. 일단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어요. 학교는 고속도로 맞은 편에 있고 그곳에 가려면 고속도로를 가로지르거나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 더럽고 축축한 굴을 지나야 하니까요. 게다가 늘어나는 차 때문에 소음 공해가 장난이 아닙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일종의 고문이 됩니다. 이후부터 관객들은 소음공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들을 미치게 하는지 몸소 체험하게 되지요. 물론 그 집에서 직접 고통을 겪었던 영화 속의 가족보다는 못하겠죠. 아니, 또 몰라요. 극장의 관객들이 더 심하게 당했는지, 익숙한 소음이 계속되다보면 사람들은 그 소리를 슬슬 잊어버리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게 없어요. 소음은 계속 그 자리에 남아 관객들을 괴롭힙니다.

이 영화를 사실적인 드라마로 받아들인다면 좀 웃기는 일이 되겠습니다. 고속도로변에 서 있는 가정집 자체가 뭔가 초현실적인 걸요. 소음공해와 필사적으로 싸우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건 재미있지만 실제 세계의 사람들이라면 절대로 이런 식으로 싸우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마 사건 자체도 이런 식으로 전개되지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지요.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가 직접 언급하지 않은 무언가의 상징처럼 보입니다. 아니면 그 상징 자체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어서 이야기 자체가 그냥 부조리하거나요.

그렇다면 영화는 재미있는가? 글쎄요. 여러분은 이 영화를 통해 이자벨 위페르를 다시 만날 수 있고, 정곡을 찌르는 코미디 몇 개를 볼 수 있습니다. 내용만 따진다면 전 이 영화가 어느 정도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가 견뎌야 할 소음공해는 또 다른 문제지요. (09/04/17)

DJUNA

기타등등

불가리아 사람들 이름이 잔뜩 나오던데, 아마 거기서 찍은 게 아닌가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