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앤드루 그리브 Andrew Grieve

주연
요안 그리피스....호레이쇼 혼블로워
Ioan Gruffudd....Horatio Hornblower
로버트 린지....펠류 함장
Robert Lindsay....Captain Pellew
폴 코플리....매튜스
Paul Copley....Matthews
숀 길더....스타일즈
Sean Gilder....Styles
사이먼 셜록....올드로이드
Simon Sherlock....Oldroyd
크리스 반즈....핀치
Chris Barnes....Finch
제이미 뱀버....케네디
Jamie Bamber....Kennedy
콜린 맥라클랜....보울즈
Colin MacLachlan....Bowles
도리언 필리....심슨
Dorian Healy....Simpson
데니스 로슨....포스터 선장
Denis Lawson....Captain Foster
앤드루 티어넌....번팅
Andrew Tiernan....Bunting
조나단 코이....브레이스거들
Jonathan Coy....Bracegirdle
셰리 렁기....워피데일 공작 부인
Cherie Lunghi....Duchess of Wharfedale
크리스토퍼 풀포드....헌터
Christopher Fulford....Hunter
로널드 피컵....돈 마사레도
Ronald Pickup....Don Massaredo
에스텔 스코르닉....마리에트
Estelle Skornik....Mariette
사무엘 웨스트....에딩턴 소령
Samuel West....Major Edrington

우선 기초적인 정보부터. 도대체 호레이쇼 혼블로워란 남자는 누구일까요?

호레이쇼 혼블로워는 [아프리카의 여왕]의 작가 C. S. 포레스터가 만들어낸 가공 인물입니다. 그는 17세에 해군에 들어와 영국 해군이 한창 바빴던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활약하며 제독으로까지 승진하는 인물인데, 포레스터는 이 양반의 모험담을 수십 권 썼고 그 책들은 아직도 많은 해양 모험담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혼블로워의 모험담은 1951년대에 라울 월시에 의해 단 한 번 영화화되었습니다. 제목은 [Captain Horatio Hornblower]로 당시 혼블로워를 연기한 배우는 그레고리 펙이었지요. 방대한 양에 비해 영화화된 작품의 수가 적은 건 아마 50년대 이후 해양 모험담의 전성기가 지나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군요.

그러다 거의 반세기가 지난 1998년, [호레이쇼 혼블로워]가 나왔습니다. 물론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극장용 영화는 아니었지요. 새 혼블로워 영화는 영국 ITV와 미국 A&E가 합작한 텔레비전 미니 시리즈였습니다. 제작자들은 미니 시리즈가 아니라 네 편의 독립된 영화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 그냥 미니 시리즈로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각 에피소드가 독립된 모험담을 다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다들 하나의 줄거리로 연결되어 있어서 순서대로 보지 않으면 내용이 통하지 않습니다.

이 텔레비전 시리즈의 원작은 [Mr. Midshipman Hornblower]입니다. 시대적으로 가장 이른 시기를 다루고 있지만 가장 처음 쓰여진 소설은 아니죠. 일종의 [호레이쇼 혼블로워 에피소드 1]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간단히 네 편의 줄거리를 요약하기로 하죠.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 [Hornblower: The Even Chance](미국 방영제는 [Horatio Hornblower: The Duel])에서 17살의 호레이쇼 혼블로워는 정박한 배에서도 배멀미를 하는 풋내기 소위 후보생입니다. 혼블로워에게 닥친 첫번째 난관은 두목 행세를 하는 고참 소위 후보생 심슨입니다. 프랑스 혁명으로 전쟁이 일어나자 프리깃 함 인디패티게이블로 옮겨간 혼블로워는 서서히 군인으로서의 재능을 발휘하지만, 질투심에 불타는 심슨은 결코 그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두번째 작품인 [Hornblower: The Examination for Lieutenant] (미국 방영제는 [Horatio Hornblower: The Fire Ship])에서, 스페인이 영국에 선전포고를 하고 지브롤터로 가는 식량 공급을 차단하자, 혼블로워는 본국에서 파견된 외교관과 함께 알제리로 식량을 구하러 떠납니다. 하지만 알제리에는 흑사병이 돌고 있었고 혼블로워와 일행은 전염을 막기 위해 인디패티게이블로부터 격리될 수밖에 없죠. 혼블로워는 그가 영웅시하는 포스터 함장의 돌출 행동과, 흑사병의 위협과 싸우는 동안 소위 진급 시험 공부까지 해야 합니다.

세번째 작품인 [Hornblower: The Duchess and the Devil] (미국 방영제는 [Horatio Hornblower: The Duchess and the Devil)]에서 혼블로워는 그가 탈취한 프랑스 함선 르 르브 호로 워피데일 공작부인과 극비 문서를 본국으로 데려가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하지만 르 르브 호는 스페인 해군에 의해 발각되고 결국 혼블로워 일행은 스페인 감옥에 감금되고 말죠. 혼블로워는 그의 성공을 질투하는 동료 헌터의 방해를 받으며 탈출을 계획합니다.

네번째 작품인 [Hornblower: The Frogs and the Lobsters] (미국 방영제는 [Horatio Hornblower: The Wrong War])에서 인디패티게이블은 왕정 복귀를 꾀하는 왕당파 군대와 영국 기병 중대를 프랑스에 상륙시키라는 임무를 띠고 파견됩니다. 하지만 왕당파는 오합지졸이고 상륙 작전은 이미 프랑스 혁명군에게 발각된 뒤였죠. 인디패티게이블의 펠류 함장은 정치적인 쇼에 불과한 이 작전에 부하들이 말려든 것에 죄의식을 느끼고, 프랑스에 상륙한 혼블로워는 왕당파 사령관의 잔혹 행위에 경악하고 우연히 위기에서 구해준 마을의 학교 교사인 마리에트와 사랑에 빠집니다.

[호레이쇼 혼블로워]는 일종의 성장 영화입니다. 겁에 잔뜩 질린 풋내기 소위 후보생이 다양한 모험을 통해 당당한 해군 장교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주요 내용이지요. 시리즈는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갈 때마다 모험담의 배경을 살짝살짝 넓혀갑니다. 혼블로워가 등장하는 첫번째 에피소드는 무대만 해군일 뿐, 한마디로 구식 기숙학교 이야기나 다름 없습니다. 하지만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혼블로워는 자신만의 배를 지휘하고 자신의 옛 영웅과 맞설 정도로 자랍니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포로수용소 탈출담이기도 하지만 정체불명인 공작부인의 등장으로 앞만 보고 달리던 혼블로워에게 복잡한 심리적 갈등까지 안겨주죠. 마지막 에피소드에 이르면 지금까지 자신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탈역사적 게임에 불과했던 전쟁이 혼블로워에게 진짜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시리즈가 흥미로운 가장 큰 이유는 호레이쇼 혼블로워라는 남자의 성격에 있습니다. 한마디로 그는 너무나도 모범적인 남자입니다! 그는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기본적으로 훌륭한 군인이며 신사입니다. 요새처럼 냉소적인 안티히어로들이 설치는 시대에 혼블로워의 모험담은 거의 신선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아마 반 세기가 지난 지금 혼블로워의 모험담이 다시 만들어진 이유도 그 때문인지 모르죠. 관객들의 기준이 반바퀴 쯤 빙 돈 것입니다.

이 영리하지만 결백하기 그지없는 남자의 모험담에는 클래식 할리우드 시대에 만들어졌던 수많은 구식 모험담에서나 볼 수 있던 명예와 신사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번째 에피소드의 클라이맥스 장면은 어때요? 감옥에서 탈출을 모색하던 혼블로워 일행은 인디패티게이블의 공격으로 스페인 군함이 침몰하자, "바다는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습니다!"라고 외치면서 생존자 구조를 자청합니다. 간신히 적군의 생존자들을 구출하고 표류하다 인디패티게이블에 의해 구조된 이들은 신사의 명예를 걸고 약속했다면서 다시 스페인 감옥으로 돌아간답니다! 오, 하느님 맙소사!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노블레스 오블리지'라는 명명백백한 교훈이 [호레이쇼 혼블로워] 시리즈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마땅히 지켜야 할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죠. 반대로 이야기한다면 그런 책임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만이 높은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겠고요. 하긴 제대로 규율이 선 해군처럼 이런 교훈을 설파하기 좋은 배경이 있을까요?

이런 메시지는 네번째 에피소드에서 극에 이릅니다. 포스터의 의견에 따르면, 프랑스 혁명이 그렇게 비극적으로 끝난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마디로 프랑스 귀족들이 자격이 없었던 것이죠! :-) 혼블로워는 평민들을 짐승 취급하며 학살하는 몽코탕 사령관에게 맞서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혁명가가 아닙니다. 단지 나는 신사답게 행동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 결백한 선언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지배계급의 행동에 자발적인 제한을 가하는 이 신사도니, 기사도니 하는 것들은 난폭한 공포 정치보다 훨씬 효율적인 지배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살아남으려면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죠. 자기네들에게 반항한 사람들을 무조건 단두대로 보내 목을 자르는 몽코탕과 부하들이 위기에 처하자 옷을 벗어제치고 직접 선원들과 함께 노를 젓는 펠류 함장의 대조는 분명 의도적입니다. 네, 물론 영국 특유의 외국인 경멸도 숨어 있겠죠.

그렇다고 우리가 포레스터의 시점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 시청자들이 그러는 것도 아니고요. 시리즈가 묘사하는 일반 선원들과 장교들의 계급 차별은 우리들에게 꽤 불편해보입니다. 요새 시청자들은 해군의 규율과 계급에 반항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는 번팅과 같은 사람들을 훨씬 동정심을 가지고 볼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건 제가 스크린 밖에서 랄라거리는 한가한 시청자일 때나 그렇다는 이야기고, 정작 제가 인디패티게이블의 일반 선원이었다면 그렇게 냉소적일 수는 없었을 겁니다. 펠류 함장이나 혼블로워같은 사람들이 리더였다면 한 번쯤 온 몸을 바쳐 싸워볼 생각이 들었을 거예요. 그들은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실제 세계에서는 그들만큼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만날 가능성이 더 높았겠지만 말입니다. :-)

이렇게 '결백'한 이야기라고 해서 시리즈가 밋밋하거나 지루하다고 생각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호레이쇼 혼블로워]에는 충분한 액션도 있고 갈등도 있습니다. 현대 관객들은 이런 용감한 구식 영웅들도 충분히 흥미진진한 주인공들이 될 수 있다는 걸 잠시 잊고 있는 듯 한데, [호레이쇼 혼블로워]는 그에 대한 효과적인 반증이 될 것입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양심적인 사람의 갈등이 냉소적인 사람의 내적 갈등보다 훨씬 큰 것이 아니겠어요? 혼블로워가 그렇게 선량하고 양심적인 사람이 아니었다면 영화의 갈등은 훨씬 줄어들었고 긴장감도 약해졌을 겁니다. 주인공이 누구건 범선과 장검이 난무하는 구식 전쟁을 보는 것도 꽤 오래간만이어서 신선한 느낌이 들고, 그 자체로도 박진감이 넘치고요.

요안 그리피스의 캐스팅도 이상적입니다. 물론 중년의 혼블로워를 연기한 그레고리 펙의 모습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시리즈를 연달아 보다 보면 그처럼 어울릴 수 없습니다. 그리피스는 미래의 제독이 될 남자답게 충분히 야심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이나 젊은이의 무구함과 깨끗한 양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펠류 선장을 연기한 로버트 린지의 진중한 연기 역시 좋고요.

구식 해양모험담이라 여자 배우들의 비중은 미미하지만, 3,4부에는 꽤 비중있는 여자 캐릭터들이 한 명씩 나오죠. 워피데일 공작 부인을 연기한 셰리 렁기의 유쾌한 연기는 용맹한 남자들만 나와 다소 뻣뻣해져 있던 분위기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이제 컬트가 된 르노 자동차 광고 덕택에 영국에만 열성팬이 있는 프랑스 배우 에스텔 스코르닉(aka '니콜')도 비극적인 로맨스의 주인공에 잘 어울린답니다. (무척 예쁘기도 하고요.)

한마디로 말해 [호레이쇼 혼블로워]는 무척 재미있는 시리즈입니다. 그 중 일부는 로맨틱한 옛 격동기에 대한 향수에서 온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선이 굵고 결백한 이 구식 모험담이 아직 충분히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01/01/24)

DJUNA

기타등등

아마존의 모 고객이 말한 것처럼 재미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Mr. Midshipman Hornblower]는 결코 혼블로워 시리즈의 최대 걸작은 아니니까요. 이미 [호레이쇼 혼블로워]의 두번째 시리즈가 제작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올해 방영될 예정이에요. 잘만 한다면 [혼블로워] 시리즈는 배우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수십 년을 끄는 대작이 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