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윌리엄 말론 William Malone

주연
제프리 러쉬....스티븐 B. 프라이스
Geoffrey Rush....Steven B. Price
팜케 얀센....에블린
Famke Janssen....Evelyn
타이 딕스....에디 베이커
Taye Diggs....Eddie Baker
알리 라터....사라 울프/제니퍼 잰샌
Ali Larter....Sara Wolfe/Jennifer Jenzen
크리스 카탠....왓슨 프리체트
Chris Kattan....Watson Pritchett
브리지트 윌슨....멜리사 마가렛 마
Bridgette Wilson....Melissa Margaret Marr
피터 갤러거....도널드 블랙번
Peter Gallagher....Donald Blackburn
제프리 콤즈....리처드 배너컷
Jeffrey Combs....Richard Vannacutt
리사 로엡....채널 3 리포터 올리비아 모리스
Lisa Loeb....Channel 3 Reporter Olivia Morice
제임스 마스터스....채널 3 카메라맨
James Marsters....Channel 3 Cameraman

1.

1999년, 귀신들린 집을 소재로 한 두 편의 고전 호러 영화들이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하나는 얀 드봉의 [더 헌팅]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 [헌티드힐]이었어요. 모두 컴퓨터 그래픽으로 도배한 롤러코스터같은 영화였습니다.

두 영화는 유감스럽게도 어처구니 없이 닮아있었습니다. 이렇게 닮아서는 안되었어요. 오리지널인 두 영화들은 제목과 소재만 비슷할 뿐 극과 극을 달리는 작품들이었으니까요. [더 헌팅]은 와이즈라는 거장이 만든 품위있는 주류 할리우드 영화였고 [저주받은 언덕의 집]은 캠피의 극치를 달리는 싸구려 B급 영화였지요.

그런데도 리메이크작들은 모두 비슷했단 말입니다. 왜일까요? 그건 아마 할리우드 사람들의 상상력이 점점 좁아진다는 증거일 겁니다. 기술의 발전이 그들의 상상력을 풀어놓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지만 정작 그들의 상상력은 그 어중간한 상태에서 굳어있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헌티드 힐]은 [더 헌팅]보다 운이 좋습니다. 와이즈의 영화는 잘 만든 고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윌리엄 캐슬의 영화는 '잘 만들어서' 유명한 작품은 아니잖아요. 적당히 특수효과를 부벼넣고 고어의 강도를 높이면 원작만큼 정답지는 않아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영화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2.

스토리 자체는 그렇게까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내를 죽이고 싶어하는 남편과 남편을 죽이고 싶어하는 아내가 귀신들린 집에서 돈에 굶주린 손님들을 초대해 파티를 연다는 것이죠. 물론 그 집에서는 괴상망칙한 일들이 일어나고요.

달라진 것은 스토리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오리지널과 리메이크 모두 돈많은 괴짜의 잔인한 장난과 초자연현상의 어정쩡한 경계에서 사건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모든 게 초자연현상을 위장한 가짜였던 원작과는 달리 리메이크에서는 장난을 위장한 초자연현상이 일어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귀신들은 모두 진짜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하긴 전편과 똑같은 스토리를 따라가면 좀 심심할 것입니다. 하지만 더 중대한 이유가 있습니다. 귀신들을 등장시키면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경거리를 잔뜩 만들 수 있죠. 걸어가는 해골 인형과 또로로 굴러가는 귀신 할머니가 전부였던 원작과는 달리 리메이크 영화에는 별별 귀신들이 다 나옵니다. 꼭 죽어야 할 사람만 죽었던 원작과는 달리 리메이크에서는 반대로 꼭 살아야 할 사람만 살아남고요. 그 사이에 다양한 고어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요.

그리고 이건 꽤 괜찮습니다. 잘 만든 영화라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꽤 창의적인 장면들이 눈에 뜨이거든요. 전 멜리사가 캠코더를 통해 귀신을 발견하는 장면이 좋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를 설명하는 아주 그럴싸한 장면이었지요. 살아남은 사람들이 멜리사의 비디오 테이프를 돌려보는 장면에는 [블레어 위치] 풍의 으스스한 느낌이 깔려 있고요.

하지만 컴퓨터를 쓴 장면들은 그렇게까지 흥미롭지는 못합니다. 만약 윌리엄 말론에게 컴퓨터를 주지 않았다면 훨씬 괜찮은 영화가 나왔을 겁니다. 컴퓨터가 일을 너무 쉽게 만들어 오히려 제작진들이 안이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창작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압력이 필요하다고들 하는 겁니다.

3.

오리지널을 암시하는 듯한 대사들이 좀 남아 있습니다. 에블린이 '전에도 봤던' 관을 가리키는 장면에서, 그녀는 마치 오리지널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리지널에 공식적으로 경의를 표하는 부분도 있죠. 제프리 러쉬의 캐릭터 이름은 라센이 아니라 프라이스인데, 그건 빈센트 프라이스에 대한 공식적인 오마주입니다. 러쉬 역시 프라이스의 작은 콧수염을 기르고 있고요.

SNL의 코미디언 크리스 카탠의 캐스팅은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꽤 어울렸어요. 가수 리사 로엡과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의 스파이크 역 배우 제임스 마스터스가 초반에 나오니까 확인해보시고요. 놀라운 건 제프리 콤즈가 이상할 정도로 정상적으로 보여서 전혀 안 효과적이었다는 사실이고요.

이 영화는 성공적인 리메이크일까요? 글쎄요. 어떤 식으로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전 이 영화가 윌리엄 캐슬의 영화처럼 고전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자체적으로 오래 기억될만큼 잘 만든 영화도 아니고요. 하지만 가끔은 창의적이고 또 90년대식 싸구려 재미도 꽤 있군요. 이 정도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4.

소문에 따르면 이 영화의 속편이 계획 중이라는군요! (00/04/20)

DJUNA

기타등등

엔드 크레디트가 끝나고 작은 쿠키가 나온다고 하는데, 시네 코아에서는 엔드 크레디트를 중간에 끊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