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론 하워드 Ron Howard

주연
짐 캐리....그린치
Jim Carrey....Grinch
테일러 맘센....신디 루 후
Taylor Momsen....Cindy Lou Who
켈리....맥스
Kelly....Max
크리스틴 바란스키....마사 메이 후비어
Christine Baranski....Martha May Whovier
제프리 탬버....메이 후 시장
Jeffrey Tambor....Mayor May Who
안소니 홉킨즈....나레이터
Anthony Hopkins....Narrator
빌 어윈....루 루 후
Bill Irwin....Lou Lou Who
조시 라이언 에번즈....8살 그린치
Josh Ryan Evans....8 Year Old Grinch
몰리 섀넌....베티 루 후
Molly Shannon....Betty Lou Who
T.J. 사인....스투 루 후
T.J. Thyne....Stu Lou Who
레이시 콜....크리스티나 후터베리
Lacey Kohl....Christina Whoterberry
나쟈 피오닐라....주니
Nadja Pionilla....Junie
제레미 하워드....드루 루 후
Jeremy Howard....Drew Lou Who
프랭키 레이....후
Frankie Ray....Who
짐 메스키먼....훌리헌 경관
Jim Meskimen....Officer Wholihan
클린트 하워드....후브리스
Clint Howard....Whobris

(척 존스의 66년 애니메이션 버전에 대해 읽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로 가시고...)

닥터 수스의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는가]를 각색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그 단순함입니다. 단순한 작품은 복잡한 작품보다 오히려 만들기가 더 어려운 법이지요. 복잡한 원작은 가지만 치면 되지만, 단순한 작품은 뭔가 더해주어야 합니다. [그린치]와 같은 그림책 원작의 영화를 각색하기 어려운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원작의 간결한 매력을 망치지 않으면서 장편 영화 길이로 이야기를 늘리는 게 결코 쉽지 않으니까요.

론 하워드의 [그린치]는 어떻게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려 했을까요? 우선 그는 캐릭터들을 늘렸습니다. 원작에서는 그린치의 도둑질 장면에서나 간신히 나왔던 신디 루는 이 영화에서는 그린치만큼 비중이 큽니다. 후빌의 시장과 그린치가 몰래 짝사랑했던 마사와 같은 캐릭터가 등장했고요. 이들을 이용해 이야기도 늘어났습니다. 그린치가 어린 시절의 따돌림과 멸시 때문에 그처럼 크리스마스를 싫어하게 되었다는 자상한 설명도 붙습니다. 신디 루의 도움으로 그린치가 크리스마스의 치어마이스터가 되는 긴 소동도 첨가되고요.

그 덕택에 새로운 주제도 추가됩니다. 원작에서 후빌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착하기만 해서 오히려 괴상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의 후빌 마을 사람들은 우리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들의 크리스마스는 선물과 상업주의로 도배가 되어 있고, 여기에 의심을 품는 사람은 주인공 신디 루 뿐입니다. 그린치가 크리스마스를 훔치자, 후빌 마을 사람들은 그 때서야 크리스마스의 정신은 선물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각색은 성공적이었을까요? 아뇨. 역시 쉬운 원작은 아니었어요. 잡아늘인 스토리는 진부하고 장황하며 종종 불편할 정도로 작위적입니다. 닥터 수스의 원작과 새로 덧붙인 이야기 역시 잘 섞이지 않고요. 안소니 홉킨즈의 나레이션이 깔리는 원작 부분과 나레이션이 거의 없는 새로 첨가된 부분을 비교해보세요. 티가 얼마나 심하게 나는지요. 유일하게 그럴싸한 장점은 마지막 교훈에 보다 그럴싸한 논리가 붙어 있다는 것입니다. 원작의 후빌 사람들보다 영화 속의 후빌 사람들이 훨씬 교훈에 적당한 사람들이지요. 그러나 그 교훈도 영화 자체에 의해 배반당합니다. [그린치]는 그런 교훈이 먹히지 않을 정도로 번질거리는 할리우드 영화니까요. 비판하는 영화 자체가 그 비판의 대상인 셈이지요.

짐 캐리는 괜찮습니다. 릭 베이커의 분장도 그의 거창한 연기를 쉽게 누르지 못합니다. 그가 출연한 대부분의 영화에서 그렇듯 캐리는 이 영화에서도 영화의 제1 엔진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 많은 아이들이 그린치로 분장한 캐리가 무섭다고 생각했답니다. 하긴 선으로 간결하게 그려진 그림책의 괴물을 그대로 살리면 훨씬 징그러울 수도 있지요.

신디 루를 연기한 테일러 맘센은 무척 귀엽군요. 맥스를 연기한 멍멍이 배우 켈리도 재미있는 연기를 보여주고요. 하지만 어른 배우들은 좀 지루합니다. 전 크리스틴 바란스키와 몰리 섀넌 모두 좋아하지만 이 영화에선 별 존재 이유도 없었어요.

짐 캐리가 유명한 'You're a Mean One'을 부릅니다. 썩 잘부르는 편이지만, 전 보다 단순한 66년 버전이 더 좋습니다. 안소니 홉킨즈의 자상한 나레이션보다 보리스 칼로프의 분위기 잡는 목소리가 더 좋고요. 'You're a Mean One'말고도 몇몇 노래가 나오는데, 테일러 맘센이 간들거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Where are you, Christmas?'도 귀엽기 그지 없네요.

[그린치]가 아주 좋은 영화라고는 못하겠습니다. 짐 캐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걸 거두어내면 남는 게 별로 없어요. 심지어 닥터 수스의 원작이 품은 다정한 느낌도 번들거리는 특수 효과와 세트 때문에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으니까요. 이 영화가 척 존스의 영화만큼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00/12/21)

DJUNA

기타등등

벌써 속편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