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진 네글레스코 Jean Negulesco

주연
마릴린 먼로....폴라
Marilyn Monroe....Pola
베티 그레이블....로코
Betty Grable....Loco
로렌 바콜....샤츠이
Lauren Bacall....Schatze
데이빗 웨인....프레디 덴마크
David Wayne....Freddie Denmark
로리 캘훈....에이븐
Rory Calhoun....Eben
카메론 미첼....톰 브룩먼
Cameron Mitchell....Tom Brookman
알렉산더 다시....J. 스튜어트 메릴
Alexander D'Arcy....J. Stewart Merrill
프레드 클락....왈도 브루스터
Fred Clark....Waldo Brewster
윌리엄 파웰....J.D. 핸리
William Powell....J.D. Hanley

1.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의 도입부는 좀 괴상합니다. 마릴린 먼로도, 베티 그레이블도, 로렌 바콜도 안나오는 화면에서 관현악단이 나와 알프레드 뉴먼의 [Street Scene]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하니까요. 사전지식이 없이 이 영화를 보면 다들 당황하게 됩니다. 이게 뭐야?

여기에 필요한 사전지식이라는 것은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이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시네마스코프 영화라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개봉된 시네마스코프 영화는 [성의]였지만, 제작된 건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이 먼저였어요.

그러니까 관현악단 장면은 와이드 스크린과 스테레오포닉 사운드를 위한 견본품 쯤 되었던 것이지요. 나름대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던 셈입니다.

2.

그렇다면 이 역사적인 영화의 내용은 무엇이냐? 이런 이야기랍니다. 세 명의 골빈 금발 모델들이 맨하탄의 펜트하우스를 빌립니다. 돈도 없으면서 한달에 1천달러나 드는 이 고급 아파트를 택한 이유는 단 하나, 백만장자를 꼬셔 결혼하기 위해서는 백만장자 근처에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석달동안 허탕을 치던 그들은 마침내 텍사스 석유 재벌 J.D. 핸리를 만나 그들의 꿈을 향한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어쩌나요, 그들의 마음은 엉뚱한 남자들한테 향해 있었으니...

3.

천박하고 무척이나 모욕적인 내용입니다. 그렇지요? 하지만 지금도 일어나는 일이지요. 확인하고 싶으면 도널드 트럼프의 전처와 애인 리스트를 슬쩍 들여다 보기만 하면 됩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현대 관객들이 이런 이야기에 조금 더 민감해졌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이런 내용의 영화들이 나오면 사방에서 짜증난다는 소리가 쏟아지니까요.

그러나 반세기 전에는 달랐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들이 그렇게 태평스럽게 양산되었겠지요.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은 백만장자 사냥꾼 삼총사를 다룬 첫번째 영화도 아닙니다. 아마 네번째 리메이큰가 그럴 거예요.

그렇다면 영화는 이런 구닥다리 무심함을 참아 견딜 수 있을만큼 재미있을까요? 글쎄요. 그렇다고는 못하겠습니다. 스토리가 워낙 재미없으니까요. 로코의 이야기는 내용없이 흐릿하기만 하고 주인공 샤츠이의 연애담은 지나치게 뻔한 결말에 너무 억지로 끼워넣은 듯해서 억지스럽기만 해요. 대사들은 가끔 재치있어지지만 전체적으로 그럴싸한 내용은 없다고 해도 됩니다. 심지어 구식 헐리웃 영화의 클리셰를 즐기는 관객들에게도 너무 바보 같고 뻔해요.

그렇다면 배우들은 어떨까? 캐스팅은 무지 화려합니다. 로렌 바콜, 베티 그레이블, 마릴린 먼로... 이들은 모두 잘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베티 그레이블은 너무 평범하고 (그레이블 팬이 있다면 죄송!) 바콜은 이런 바보같은 역보다는 조금 더 야무진 역에 어울립니다.

남은 건 마릴린 먼로입니다. 그리고 가장 실망하지 않는 사람들은 먼로 팬들일 거예요. 역의 비중은 가장 작지만, 먼로가 나오는 장면들은 영화 전체를 통해 가장 볼만합니다. 비록 먼로의 농담이 안경과 나쁜 시력 하나만 가지고 버티는 일회성이지만, 우연히도 대사나 설정이 가장 재미있고 캐릭터가 먼로의 이미지와 너무 그럴싸하게 맞아 떨어져서 실제 이상으로 풍요롭게 보입니다. 특히 비행기 장면은 압권이에요.

4.

아까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시네마스코프로 제작된 초기 영화입니다. 초기 영화답게 와이드 스크린 화면을 잔뜩 살린 길쭉한 화면으로 일관하고 있죠.

유감스럽게도 팬앤스캔 버전의 비디오에서는 이 화면이 처절하게 망가집니다. 요새처럼 비디오 시장을 염두에 두고 찍은 영화가 아니라서 아무리 잘 편집한다도 해도 망가질 수 밖에 없는 거죠.

그 때문에 엉뚱한 사고들이 잔뜩 일어납니다. 몇몇은 불가항력이라지만 몇몇은 그냥 안이할 뿐이에요. 특히 마릴린 먼로는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분명히 말하는 사람은 먼로인데 커피 마시고 있는 바콜만 비추는 이유는 무엇인지. (00/02/04)

DJUNA

기타등등

로렌 바콜은 J.D.에게 [아프리카의 여왕]에 나왔던 늙은 남자도 좋다고 떠들지요. 아시겠지만 바로 그 '늙은 남자'는 바콜의 남편 험프리 보가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