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샤민 샤리프 Shamim Sarif

주연
리사 레이....탈라
Lisa Ray....Tala
시탈 셰트....레일라
Sheetal Sheth....Leyla
안토니아 프레링....리마
Antonia Frering....Reema
달립 타힐....오마르
Dalip Tahil....Omar
니나 와디아....가정부
Nina Wadia....Housekeeper
어네스트 이그나티우스....샘
Ernest Ignatius....Sam
시디쿠와 아크타르....마야
Siddiqua Akhtar....Maya
앰버 로즈 레바....야스민
Amber Rose Revah....Yasmin
아냐 라히리....라미아
Anya Lahiri....Lamia

탈라와 레일라

이 영화의 감독 샤민 샤리프는 영국의 소설가인데, 2007년에 갑자기 자기 소설들을 각색한 두 편의 영화를 같은 배우들을 주연으로 내놓았죠. 그 중 하나는 작년 여성영화제에서도 소개된 [보이지 않는 세상]이고 다른 하나가 [똑바로 생각할 수 없어]인데,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샤리프가 쓴 앞의 두 소설이 20세기 중엽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소련을 무대로 한 시대물이라면 [똑바로 생각할 수 없어]는 현대 영국 배경의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자서전적이라고 하더군요. 하긴 주인공 중 한 명이 작가 지망생입니다. 몰래 작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중산층 인도계 영국인인 레일라죠. 그녀는 남자친구의 소개로 습관적인 파혼 때문에 악명이 높은 요르단의 팔레스타인 상류사회 여성인 탈라를 만나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영화는 참 안전합니다. "어쩜 그렇게 안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커밍 아웃과 관련된 동성애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적인 스토리만 골라서 합니다. 귀여운 첫 만남으로 시작해서 반짝반짝하는 데이트 장면을 거쳐 각성과 멜로를 지나 중반을 넘어서면 두 사람은 모두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합니다. 이 코스를 다 거치면 80분 정도가 흐릅니다. 짧은 영화예요. 정말 할 것만 빨리 하고 속전속결로 끝내는 영화입니다.

왜 이렇게 안전한 작품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기 작품을 각색하는 소설가 출신의 감독은 보통 이보다 강한 자의식을 보여주기 마련인데. 이들의 국적과 혈통만 해도 나름 파란만장하지 않습니까? 아, 종교도 빼먹었군요. 탈라는 크리스찬이고 레일라는 무슬림입니다. 그나마 배경이 영국이니 이게 로맨틱 코미디이지, 이들의 고향과 가까운 곳이었다면 장르가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잔인한 이야기지만 차라리 그랬다면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요. 탈라는 평균적으로 게이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문화권 출신이지만 그녀에겐 그게 대단한 굴레가 되지 않습니다. 서구권에서 교육받고 제트기로 세계를 날아다니는 부유층인 걸요. 레일라의 종교가 문제 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레일라의 가족은 그냥 무늬만 무슬림입니다. 종교적 규율이나 가상의 천벌보다는 집안 평판이나 개인적인 기대가 더 중요한 사람들이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이고 아마 작가 역시 그것을 노렸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재료가 낭비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군요.

기술적으로 생각해보면 [똑바로 생각할 수 없어]가 낫습니다.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막 이 장르에 발을 디딘 사람이 덜컹거리면서 만든 느낌이 났다면 [똑바로 생각할 수가 없어]는 연기지도에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냥 무난하게 자연스러워요. 하지만 '난 로맨틱 코미디야!'를 내세우는 삽입곡에서부터 노골적으로 직설적인 상황 묘사는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캐스팅입니다. [보이지 않는 세상]을 먼저 본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일종의 롤플레잉처럼 보입니다. 역시 리사 레이와 시탈 셰트가 커플을 연기하고 있는데 역할이 반대거든요. 적극적이고 대담한 탈라를 연기하는 사람은 리사 레이이고 내성적인 레일라를 연기하는 사람은 시탈 셰트입니다. 그 때문에 몇 분 정도는 캐릭터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적응되면 괜찮습니다. 그리고 저번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이 영화에서 둘은 정말 예뻐요. 아무리 스토리가 자동비행한다고 해도 배우들이 미모 때문에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할까. 물론 전작의 '사랑하는 사람의 손만 잡고 있어도 행복하여라'식 러브스토리보다 갈 데까지 가는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를 더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군요. (09/05/18)

DJUNA

기타등등

감독 카메오가 영화 후반 서점 장면에 있는 것 같습니다. 레일라의 책들 중엔 샤리프의 두 번째 소설 [Despite the Falling Snow]이 섞여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