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트란 안 홍 Anh Hung Tran

주연
조시 하트넷....클라인
Josh Hartnett....Kline
이병헌....수동포
Byung-hun Lee....Su Dongpo
일라이어스 코티스....하스포드
Elias Koteas....Hasford
기무라 다쿠야....시타오
Takuya Kimura....Shitao
트란 누 엔케....릴리
Tran Nu Yên-Khê....Lili
여문락....조 멩지
Shawn Yue....Meng Zi
에우세비오 폰셀라....바르가스
Eusebio Poncela....Vargas

클라인

전직 LA 형사인 클라인은 세계 최대 제약회사의 회장으로부터 실종된 아들 시타오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습니다. 아마 관객들은 왜 그 엄청난 재벌이 클라인 같은 남자를 고용하는 것인지 궁금해할 것입니다. 어떻게 봐도 클라인은 유능한 사립탐정과 거리가 먼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2년 전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다 맛이 간 사람입니다. 게다가 무능하고 게으르며 그런 주제에 의뢰인의 돈을 자기 돈인양 펑펑 씁니다. 정상적인 대부호라면 절대로 이런 사람을 고용하지 않아요. 하지만 어리둥절하던 관객들도 곧 이 영화에서 그런 논리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논리가 어떻건 이 영화는 멋진 필름 느와르의 도입부를 갖고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탐정이 실종된 신비스러운 남자를 찾아 필리핀과 홍콩의 낯선 세계로 들어갑니다. 여기서 그는 또다른 인물을 만나는데, 그는 약물중독자인 여자친구의 실종에 속이 뒤집힌 홍콩 마피아 보스 수동포입니다. 그 여자친구의 실종에 시타오가 어느 정도 개입되어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서 정통적인 필름 느와르를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 이 영화는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감독/각본가가 트란 안 홍인 걸 보고도 모르겠습니까? 그는 장르의 정통적인 공식이나 재미를 구축할 의도 따위는 없습니다. 그는 그저 필름 느와르의 외피를 뒤집어 쓴 아트 하우스 영화를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평균적인 아트 하우스 장르의 무기력증에 빠져있는 주인공들이 신과 그밖의 뭔가 거창한 것에 대해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영화말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그 뜬구름 잡는 이야기의 특성에 있습니다. 뜬구름 잡는 내용치고는 다루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명백하고 따라잡기 쉬운 것입니다. 이 영화는 예수 이야기입니다. 시타오는 예수 또는 재림예수입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관객들은 너무나도 친숙한 기독교 떡밥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죽음과 부활, 치유의 기적, 십자가, 막달라 마리아, 빌라도, 배금주의에 빠진 현대 교회... 끝도 없습니다. 어느 단계를 벗어나면 이들은 더 이상 상징도 아닙니다. 그냥 예수 이야기죠.

이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기엔 그 키치적인 성격이 너무나도 노골적이기 때문이지요. 기무라 다쿠야가 예수를 흉내내는 것부터 뭔가 잘못된 그림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예수 이야기에서 벗어나도 그 키치성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자신을 예술가라고 생각하는 연쇄 연쇄살인마 하스포드는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고루한 90년대 한니발 렉터 짝퉁으로 그 재료를 열심히 연기하는 일라이어스 코티스가 아까울 지경입니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조건만 맞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 조건이라는 것은 관객들이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그런 내용에 몰두할 수 있는 기분이 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그 재미를 감독이 진지하게 의도한 것인지는 정말 모르겠단 말입니다. (09/10/09)

DJUNA

기타등등

캐스팅이나 영화 찍기는 홍콩이 나았겠지만 그래도 필리핀에 그냥 머무르는 게 내용과 더 잘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