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피리 I Vampiri (1956) * * 1/2

감독
리카르도 프레다 Riccardo Freda &
마리오 바바 Mario Bava

주연
반디사 구이다....지젤
Wandisa Guida....Giselle
자나 마리아 카날레....뒤 그랑 공작부인
Gianna Maria Canale....Duchess Du Grand
다리오 미카엘리스....피에르
Dario Michaelis....Pierre
카를로 단젤로....경위
Carlo D'Angelo....Inspector
폴 뮬러....조셉 시뇨레
Paul Müller....Joseph Signoret
앙트완 발페트레....줄리앙 뒤 그랑 교수
Antoine Balpêtré....Professor Julien Du Grand

지젤
[이 밤피리]는 최초의 이탈리아 호러 영화는 아닙니다. DVD 표지 안 쪽에 있는 팀 루카스의 해설에 따르면 이 영화는 1920년에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진 이후로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호러 영화라는군요.

그렇다고 해서 [이 밤피리]의 역사적인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이 밤피리]는 최초의 이탈리아 호러 영화로 행세할 수 있어요. 마리오 바바, 다리오 아르젠토, 루치오 풀치로 이어지는 장대한 이탈리아 호러 장르의 시작은 바로 이 작품이니까요.

쉽게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감독인 리카르도 프레다가 스케줄을 지키지 못하고 헤매기 시작하자 촬영 감독인 마리오 바바가 허겁지겁 뒤를 이어 완성한 영화였거든요. 그 와중에 줄거리도 꽤 많이 바뀐 모양이고요. 간신히 상영한 뒤에는 흥행 성적도 좋지 못했습니다. 그때까지 관객들이 '이탈리아 호러 영화'라는 것에 대해 그다지 믿음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내용은 실존인물인 엘리자베타 바토리 백작 부인에서 영향을 받은 듯 합니다. 파리에서 젊은 여자들이 피가 한 방울도 남지 않는 시체로 발견됩니다. 전형적인 프랑스 대중 소설 주인공인 신문기자 피에르는 이 연쇄 살인범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는 중이에요. 그에게 반한 지젤이라는 상류 사회 아가씨가 그를 쫓아다니고 있는데, 그는 지젤의 고모인 뒤 그랑 공작부인과 아버지 사이에 있었던 과거사 때문에 계속 그녀를 외면하는 중입니다. 이 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물론이죠. (스포일러!) 지젤은 사실은 뒤 그랑 공작부인이었습니다. 젊음을 되찾기 위해 젊은 여자들을 납치해서 피를 수혈받았던 거예요.

영화는 일단 보기가 참 좋습니다. 장대하게 펼쳐진 흑백 시네마스코프 화면이 아주 근사하게 활용되고 있지요. 특히 인상적인 것은 열린 창문에 걸린 하얀 커튼이 펄럭거리는 뒤 그랑 공작부인의 성입니다. 촬영감독직에서 일하면서 바바가 어떻게 호러의 분위기 창출 방법을 익혔는지 이 작품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수 효과도 굉장히 좋습니다. 지젤이 뒤 그랑 공작부인으로 늙어가는 멋진 장면이 여러 번 나와요. 바바는 이 효과가 맘에 들었는지 그의 본격적인 데뷔작인 [사탄의 가면]에서 이 트릭을 한 번 더 써먹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 밤피리]의 변신 과정이 더 멋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비교적 조용하며 폭력을 극도로 절제하고 있습니다. 사실 요새 관객들에겐 호러 영화로 보이지도 않을 거예요. 몇몇 초자연적인 현상이 나오는 걸 제외하면 얌전한 구식 추리물이니까요.

바바의 영화로는 어떨까요? 글쎄요. 우린 바바가 감독한 부분과 프레다가 감독한 부분을 쉽게 구별해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바바가 전권을 쥐고 감독한 이후의 작품에 비해 실험 정신과 독창성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과연 이게 프레다 때문일까요? 아니면 풋내기 바바가 며칠 사이에 영화 하나를 뚝딱 만들다보니 실험 정신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바바가 아직까지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넓디 넓은 시네마스코프 화면이 촬영감독 바바를 게으르게 만들었던 걸까요?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하지만 바바풍의 재기발랄함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 작품을 낮게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자극이 부족하고 좀 늘어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고 종종 아름답기도 한 작품이니까요. 바바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독창성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장르의 시조로 불릴만큼 굳건한 스타일을 창조한 작품이란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어요. 사람들은 [이 밤피리]를 주로 역사적 가치 때문에 기억하겠지만 그것말고도 장점이 꽤 많은 영화입니다. (01/08/10)

DJUNA


기타등등

미국에서는 [The Devil's Commandment]라는 제목으로 63년에 개봉되었습니다. 늘어지는 부분을 퍽퍽 자른 뒤 목욕 장면과 강간 장면을 집어넣어 70분짜리로 만들었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