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크리스 웨지 Chris Wedge
카를로스 살다나 Carlos Saldanha

주연
레이 로마노....맨프레드
Ray Romano....Manfred
존 레기자모....시드
John Leguizamo....Sid
데니스 리어리....디에고
Denis Leary....Diego
고란 비스닉....소토
Goran Visnjic....Soto
잭 블랙....지크
Jack Black....Zeke

시드와 아기

[아이스 에이지]는 냇가에서 발견한 인간 아기를 부모들에게 돌려주려는 나무늘보와 맘모스의 모험담입니다. 나중에 검치 호랑이 한마리가 이들의 모험담에 끼어드는데, 이 호랑이에게는 당연히 숨은 의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영화의 시대 배경이 빙하시대일까요? 아마, 이 배경은 영화의 스토리를 만들기 전부터 계획서 위에 존재했을 겁니다. 현대 컴퓨터 그래픽의 수준을 고려해보면 경제적으로 그럴싸하게 잘 맞는 설정이거든요. 털복숭이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테크닉을 과시하면서도 단순하고 만들기 쉬운 얼음과 눈 배경으로 노력을 절약할 수도 있는 거죠.

[아이스 에이지]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각적인 스타일입니다. 영화는 디즈니/픽사 영화들과는 분명히 다르고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영화들과도 다릅니다. [아이스 에이지]의 스타일은 충분히 감탄스러울 정도로 사실적이면서도 우직하게 사실성을 고집하지도 않습니다. 캐릭터 묘사나 동작이나, 전체적으로 가볍고 경쾌해요. 그런 접근법 때문에 오히려 상당히 성숙하다는 느낌도 줍니다. 더이상 사실성에 얽매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여유있는 장인들의 작품인 셈이죠. 이것만으로도 [아이스 에이지]는 자기만의 가치가 있습니다.

그에 비해 스토리는 평범한 편입니다. 제 추측이 맞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요. 스토리는 배경 설정이 끝난 뒤 거기에 캐릭터를 맞추기 위해 고안되었을테니까요. 이 영화의 드라마는 굉장히 친숙하고 그만큼 뻔하기도 합니다. 종종 캐릭터의 감정 묘사가 상당히 와닿게 쓰여지기는 했지만 굉장한 깊이나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없습니다. 프로페셔널한 작가들에 의해 쉽게 쓰여진 각본이라는 느낌이 강해요. 아마 타협의 영향도 컸을 겁니다. 거쳐간 작가들의 머리수가 장난이 아니니까요.

영화는 전체적인 드라마보다는 부분 부분이 더 좋습니다. 특히 영화가 짧은 슬랩스틱 농담이나 빠른 액션으로 흐를 때는요. 그게 크리스 웨지와 카를로스 살다나의 스타일과 더 잘 맞는 거죠.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이 전체 줄거리에서 쉽게 분리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세요. 특히 그 도토리를 숨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어다니는 다람쥐를요.

[아이스 에이지]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아성에 꾸준히 도전장을 던지던 20세기 폭스사가 최초로 의미있는 흥행 성공을 거둔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장편 경험이 없는 신인들에게 모든 걸 맡긴 엄청난 모험은 가치가 있었던 셈입니다. (02/08/23)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동물들을 의인화시킨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좀 엉뚱한 연합을 결성합니다. 하지만 로저 이버트가 생각했던 것처럼 철저하게 말도 안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종종 다른 종의 동물들이 이런 식의 '무리'를 결성하기도 해요. 심지어 가끔 먹이 사슬의 기본적인 본능을 위반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을 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아이스 에이지]는 인간들을 뺀 모든 동물들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영화잖아요. 뭘 기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