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제임스 맨골드 James Mangold

주연
존 큐삭....에드
John Cusack....Ed
아만다 피트....패리스
Amanda Peet....Paris
레이 리오타....로즈
Ray Liotta....Rhodes
존 호크스....래리
John Hawkes....Larry
클리아 듀발....지니
Clea DuVall....Ginny
존 C. 맥긴리....조지 요크
John C. McGinley....George York
윌리엄 리 스코트....루
William Lee Scott....Lou
제이크 부시....로버트 메인
Jake Busey....Robert Maine
레베카 드모네이....캐롤라인 수잔
Rebecca De Mornay....Caroline Suzanne
레일라 켄즐....앨리스 요크
Leila Kenzle....Alice York
브레트 로어....티미 요크
Bret Loehr....Timmy York
프룻 테일러 빈스....말콤 리버스
Pruitt Taylor Vince....Malcolm Rivers
알프레드 몰리나....말릭 박사
Alfred Molina....Dr. Malick

에드와 패리스

전 구체적인 줄거리를 전혀 밝히지 않고 [아이덴티티]라는 영화가 어떤 작품인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이덴티티]는 [사이코]의 무대에서 벌어지는 [열 개의 인디안 인형]의 이야기를 빌 S. 밸린저의 스타일로 그린 작품입니다.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한다면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폭풍우치는 날 밤, 네바다 주의 한적한 모텔에 갑자기 손님들이 들이닥칩니다. 교통사고 당한 여자와 그녀의 가족들, 사고를 낸 리무진 운전사와 같이 타고 있던 여자 배우, 라스 베가스에서 막 결혼하고 온 신혼부부, 살인범을 호송하는 연방 집행관...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정체불명의 살인자가 이들을 한 명씩 살해하기 시작합니다. 시체 옆에 모텔 열쇠를 하나씩 남겨놓고요.

아까 빌 S. 밸린저 스타일이라고 했지요? 그건 이 이야기가 전혀 연관이 없어보이는 다른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는 곧 사형에 처해질 예정인 살인범 말콤 리버스가 자신의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한 저명한 정신과 의사에 대한 것입니다.

물론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전형적인 밸린저식 터치에 의해 하나로 연결됩니다. 아마 이런 장르에 익숙하신 분들은 매스컴에 뜬 스토리만 가지고도 이 두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아니, 영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제목만 보고도 줄거리를 알아차릴 수 있을지도 모르죠. 사실 영화는 그렇게까지 공을 들여가며 그 비밀을 감추고 있지도 않고 그걸 마지막 한 방으로 다루고 있지도 않습니다.

[아이덴티티]의 장점은 반전을 이용한 기본적인 설정이 아닙니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영화는 설정만 세워놓고 방심하지 않습니다. 설정이 설정이다보니 한두군데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긴 하지만 [아이덴티티]의 각본은 성실하고 정직합니다. 복선들은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배분되어 있고 그 반전이 드러난 뒤에도 짜맞추어야 할 자잘한 정보들이 가득합니다. 심심한 관객들이라면 영화관을 나온 뒤에 "왜 이 사람이 거기에 있었던 것일까?", "이 사람의 역할은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을 해대며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해답들은 꽤 쓸만합니다. 뜻밖이어서가 아니라 의미가 풍부하고 구성이 야무지기 때문이지요. 쉽게 흔해빠진 슬래셔 무비로 떨어질 수 있었는 영화였는데도 말이에요.

[아이덴티티]는 아주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영리한 스릴러이며 그것만 해도 이 경쾌한 소품은 충분히 칭찬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자, 전 영화의 진상을 밝히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말들은 모두 다 했습니다. 기타등등 맨 밑에 조금 더 심각한 힌트가 될만한 말을 한마디 더 할테니 정말 내용을 알고 싶지 않은 분들은 건너 뛰시길. (03/10/23)

DJUNA

기타등등

1. 레베카 드모네이는 정말로 못 알아보겠더군요. 하긴 그게 영화가 노리는 것이기도 했지만요. 보면서 참 불쌍했답니다. "혹시 당신, 왕년에 배우 아니었나요?"

2. 아까 [열 개의 인디언 인형] 이야기를 했는데, 크리스티 독자라면 이 영화가 소설의 트릭을 얼마나 성실하게 옮겨왔는지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