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소상민

주연
민성욱....선우
정지연....유나
이승준....승규
김주령....순애

유나와 선우

[나는 곤경에 처했다!]라는 제목은 솔직하고 정확합니다. 정말로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 선우는 곤경에 처했습니다. 여자친구에게는 차였고, 선배의 여자친구는 자꾸 자기에게 집적댑니다. 그의 직업은 시인이지만 그건 우리 세계에서 백수라는 말과 동의어입니다. 도대체 뚫고 나갈 구석이 없습니다.

모두 자업자득입니다. 악의를 품은 세상이 선우만을 괴롭히는 게 아니에요. 그는 정말 이런 일을 당해도 쌉니다. 그는 무능하고 이기적이고 책임감이 없으며 술버릇이 나쁩니다. 타고난 성품은 쉽게 고칠 수 없지만 술을 끊고 인생의 경로를 재조정하는 건 그보다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죠.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습니다. 자신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으면서 말이죠.

결국 영화는 홍상수의 영역으로 흘러갑니다. 찌질민폐마초 지식인 남자애의 자기고백이죠. 단지 선우의 나이가 홍상수의 주인공들보다 상대적으로 어리고 그의 입지도 더 불안하기 때문에 고유의 이야기가 생겨납니다. 그리고 그 유머와 그를 지탱하는 대사, 그리고 그들을 지탱하는 연기의 수준은 높은 편입니다.

단지 선우에게 어느 정도 성장과 변호의 입지를 마련해주는 클라이맥스는 지나치게 인공적이라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자기변명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다는 느낌도 들고요. 전 여전히 선우에게 조금 더 영화가 모질게 굴어야 이 친구가 제대로 정신을 차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찰리 채플린풍의 마지막 결말이 은근히 귀엽다는 사실까지 부인하고 싶지는 않군요. (09/11/25)

DJUNA

기타등등

위에서 말을 하려다 말았는데, 한국독립영화계에서 이 장르물은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것 같지 않습니까? 이 찌질이 주인공들은 미안한다, 사과한다를 웅얼거리면서 인해전술로 지구를 정복하려는 것 같단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