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짐 셰리던 Jim Sheridan

주연
사만다 모튼....사라
Samantha Morton....Sarah
패디 콘시다인....조니
Paddy Considine....Johnny
사라 볼저....크리스티
Sarah Bolger....Christy
엠마 볼저....에어리얼
Emma Bolger....Ariel
지몬 한수....마테오
Djimon Hounsou....Mateo

설리번 가족

[천사의 아이들]은 미국으로 이민 온 아일랜드인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들은 막 맨하탄의 낡아빠진 아파트에 둥지를 틀고 미국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고 하는 중이죠. 영화는 이들 설리번 가족이 미국에 온 후 일 년 동안 겪은 일들을 차분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 1년 동안 그들은 아래층에 사는 화가인 마테오와 친구가 되고 엄마는 새 아기를 임신하며 배우인 아빠는 택시 운전사로 일하면서 끝도 없이 오디션을 보러다닙니다.

마치 3,40년대에 만들어진 워너 브라더즈 멜로드라마 같은 이야기죠? 하지만 이 영화의 시대 배경은 2002년입니다. 아이들이 [이티]의 재개봉판을 보는 장면이 나오니 구체적으로 연도를 지적할 수 있죠. 사실 이 영화는 만들어진 시기보다 더 미래를 다루고 있기도 해요. 이야기는 2003년 봄에 끝나지만 이 영화는 2002년도 작품이거든요.

그러나 이 영화가 바탕을 두고 있는 실화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영화는 감독겸 작가(셰리던의 딸들인 키어스틴과 나오미 셰리던이 공동 작가로 각본에 참여했습니다)인 짐 셰리던은 1982년에 연극 활동을 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이 영화는 그 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작품에서 중요한 극적 도구가 되는 [이티] 역시 1982년에 개봉된 작품이라는 거죠. 아마 셰리던 가족에겐 영화에 그려진 것처럼 [이티]에 특별한 추억이 있었나 봅니다.

아까 워너 브라더즈 멜로드라마 이야기를 했는데, 그건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가 굉장히 도식적이기 때문입니다. 셰리던이 들려주는 자잘한 이야기는 이런 식의 멜로드라마에서 끝도 없이 반복되었던 것들입니다. 나레이터인 조숙한 큰 딸과 귀여운 막내딸, 친구가 되는 괴짜 이웃 아저씨와 같은 캐릭터들의 설정 역시 전형적이고요. 하긴 실화는 원래 특별할 게 없는 법이죠. 회고적인 가족 멜로드라마의 상당수들은 자서전적인 소설에 바탕을 두고 있잖아요.

이 뻔한 이야기에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역시 직접 경험한 감정의 진실성입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막내 프랭키의 이야기죠. 설리번 가족이 뉴욕으로 온 진짜 이유는 뇌종양으로 얼마 전에 목숨을 잃은 막내 동생 프랭키의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입니다. 설리번 가족의 이야기는 이들이 그들을 옭아매고 있던 죽은 아이의 기억에서 벗어나 미래의 희망을 찾는 과정이기도 해요. 역시 새로울 건 없다고 할 수 있겠고 종종 이야기가 너무 완벽하게 해결된다는 느낌도 들지만 그 정서적 힘은 상당히 강합니다. 특히 영화가 '프랭키 셰리던'에게 헌정되고 엔드 크레딧에 셰리던 가족의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할 때는요.

이 영화의 또다른 장점은 배우들입니다. 엄마 사라 역의 사만다 모튼은 언제나처럼 단아하고 힘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마테오 역의 지몬 훈수 역시 그 사람 특유의 조용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아버지 조니를 연기한 패디 콘시다인도 훌륭해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진짜로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는 건 두 아이들인 크리스티와 에어리얼을 연기한 멋진 아역 배우 콤비인 사라와 엠마 볼저 자매입니다. 사라는 야무지게 예쁘고 엠마는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워요. 할로윈 분장을 한 얘들이 아일랜드 사투리로 종알거리며 뛰어다닐 때는 줄거리 생각이 안날 정도로 즐겁더라니까요.

[천사의 아이들]은 진솔한 드라마와 감상적인 멜로드라마의 공식의 경계를 위태롭게 오가는 작품입니다. 전 아까 실제 경험이 영화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영화가 자서전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오히려 더 감상적인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셰리던 가족 사람들은 결코 자신들의 경험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테니 말이에요. 그러나 이 영화의 감상주의에 대해 불평하는 관객들도 정말로 그런 냉정함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03/07/17)

DJUNA

기타등등

R등급 영화더군요. 중간에 설리번 부부의 섹스 장면이 나오고 워낙 험한 동네에 살다보니 욕도 조금 나오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좀 심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등급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