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제시카 유 Jessica Yu

주연
다코타 패닝....나레이터
Dakota Fanning....Narrator
래리 파인....헨리 다거
Larry Pine....Henry Darger

'In the Realms of the Unreal'

17살부터 평생을 병원 잡역부로 일했던 노인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요양원으로 실려갑니다. 방을 청소하러 들어간 건물 주인은 노인이 몇 십 년에 걸쳐 타자기로 쓴 1만 5천 페이지의 장편 소설과 그 소설을 위해 그가 직접 그린 300여 장의 거대한 그림들을 발견합니다...

19세기 로맨티시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 극적인 발견으로 헨리 다거라는 희귀한 예술가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세상 사람들이 정신지체인이나 정신질환자로 알고 무시했던 한 기이한 천재가 그에 걸맞는 환상적인 방식으로 발견되었던 것이죠. 물론 다거 자신은 그 발견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이 이웃 사람들에게 발견된지 얼마되지 않아 그는 81세의 나이로 죽었으니까요.

제시카 유의 [비현실의 제국에서 - 헨리 다거의 수수께끼]는 아주 모범적으로 다거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영화는 두 가지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주고 있습니다. 하나는 헨리 다거라는 자연인의 삶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평생을 걸쳐 완성한 대작 [비현실의 제국에서]의 내용이죠. 두 이야기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연결됩니다. 다거가 겪은 험악한 삶이 어떻게 소설과 그림에 투영되었는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헨리 다거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 영화에서 특별히 새로운 정보들을 얻지 못할 겁니다. 이 영화의 목적은 깊이있는 분석이 아니니까요. 제시카 유는 보다 기초적인 것으로 만족합니다. 다거라는 예술가를 소개하고 그의 작품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이죠. 유는 필요 이상의 예술적 야심도 품고 있지 않습니다. 실수로라도 헨리 다거의 작품들을 가릴지도 모르는 감독 자신의 자의식은 처음부터 억제하고 있지요. [비현실의 제국에서 - 헨리 다거의 수수께끼]는 기초적인 입문서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하긴 그 이상 나가서 뭣하겠습니까. 전문가라고 다거에 대해 더 잘 아는 것도 아니고요.

그 결과 나온 영화는 거의 모범적일 정도로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입니다. 하지만 안전한 작품이라고 몰아붙이기엔 소재 자체가 너무나도 특이하고 드라마틱하지요. 헨리 다거는 정말 놀라운 인물입니다. 평생 동안 밑바닥 하층민으로 살아왔지만 자신의 꿈 속에서는 무자비하고 전능한 신이었던 남자, 경건한 크리스찬이었지만 늘 신과 정면으로 맞서서 싸웠던 남자, 영감으로 가득 찬 예술적 천재였으면서도 평생동안 어린아이와도 같은 순진무구함을 간직했던 남자. 그의 그런 모습은 그가 그린, 작은 남자 성기를 단 어린 소녀들의 이미지만큼이나 부조리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이 소재를 충실하게 다루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합니다.

비교적 정통적인 외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두 가지 흥미로운 예술적 선택을 품고 있습니다. 하나는 헨리 다거의 작품들을 모델로 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다거의 그림들이 꿈틀거리고 움직이는 영화의 화면은 이 고립된 천재의 머리 속에서 도대체 무엇이 살아 날뛰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창이 됩니다. 다른 하나는 다코타 패닝의 나레이션입니다. 평생 동안 어린 소녀들의 육체를 사랑하고 예찬하고 고문하고 난도질했던 한 예술가의 일생을 기술하는데, 이 창백한 소녀의 냉담한 나레이션만큼 정곡을 찌르는 도구가 있을까요? (04/09/24)

DJUNA

기타등등

다거의 전기 영화가 계획 중입니다. 유가 이미 입문서를 만들었으니 전기 영화는 거기에 입문서 역할에 얽매일 필요는 없겠지요. 아마 잘만 만들어진다면 그 영화는 유의 다큐멘터리와 함께 헨리 다거의 내면을 바라보는 또하나의 관점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