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이클 윈터보텀 Michael Winterbottom

주연
자말 우딘 토라비....자말
Jamal Udin Torabi....Jamal
에나와툴라....에나와트
Enayatullah....Enayat

에나와트와 자말

마이클 윈터보텀의 [인 디스 월드]는 파키스탄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촌에 사는 자말이라는 16살 소년과 그의 사촌인 에나와트가 런던으로 불법 이민을 떠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는 아시아와 유럽에 촘촘하게 깔려있는 밀입국 알선 조직의 경로를 따라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는 이들의 힘겨운 여정을 별다른 간섭없이 따라갑니다.

[인 디스 월드]는 그렇게 복잡한 의도를 숨기고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윈터보텀의 의도는 자명합니다. 자말과 에나와트의 이야기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죠. 영화는 초반에 두 번 삽입되는 나레이션을 통해 구체적으로 이들의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인 디스 월드]는 솔직한 영화지만 설교조의 영화는 아닙니다. 나레이션이 영화의 의도를 말해주긴 하지만 영화는 메시지를 내세우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자말과 에나와트의 여정을 조용히 따라가기만 합니다. 그리고 그건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었어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아프간 난민들에 대한 인간적 관심을 자극하는 것이었고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도 우리처럼 살아 숨쉬는 인간들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었으니까요. 자말과 에나와트의 여정을 90분 동안 따라간 관객들은 더이상 그들이 타인처럼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윈터보텀은 이를 위해 극영화의 꾸밈을 거의 완전히 제거했습니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아마추어 배우들은 리허설도 거의 받지 않은 채 대본도 없이 연기를 했습니다. 영화 전체는 인공적인 조명없이 한 대의 디지탈 카메라로 찍혔고요. 덕택에 이 영화는 굉장히 강렬한 다큐멘터리의 분위기를 부여받습니다. 아니, 많은 장면은 실제로 다큐멘터리이기도 해요.

그 결과는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현실성은 주제의 다급함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었지요. 배우들의 투박하고 진실된 연기 역시 이 형식 안에서 100 퍼센트 빛을 발하고요. 적외선 카메라로 한밤중에 국경을 넘는 난민들을 찍어낸 장면들은 섬뜩한 초현실주의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알제 전투]에서 시작되어 거의 장르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 이 의사 다큐멘터리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테크닉이 관객들에게 끼치는 효과는 굉장히 좋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사실적인 느낌은 기만이 아닐까요? 이 영화에는 다큐멘터리와 사실에서 영감을 받은 픽션이 섞여 있는데, 이게 과연 정직한 이야기 전달 방식입니까? 오히려 이런 혼합은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이 영화에 나오는 자말의 후일담은 과연 어떤 자말의 것이죠?) 이 경우는 공공연한 픽션이나 순수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 더 정직한 길이 아니었을까요? [인 디스 월드]는 감동적인 영화지만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이 거칠고 사실적으로 보이는 영화가 세련된 영화인들이 분명한 예술적 의도를 숨겨놓고 만든 고도로 표현적인 작품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03/10/28)

DJUNA

기타등등

이버트는 이 영화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며, 왜 나레이션이 파키스탄 난민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소련군의 침공과 미국의 공습만 언급하고 탈레반 정권 이야기를 빼먹었는지 물었습니다. 하긴 두 사건 사이엔 10여년의 세월이 놓여 있으니 그 동안 왜 난민촌이 사라지지 않았는지 물어볼만 하죠. 그러나 탈레반 정권 이야기를 덧붙인다고 해서 그들의 이야기가 전부 전달되는 건 아닐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