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노엘 카워드 & 데이빗 린
Noel Coward & David Lean

주연
노엘 카워드....킨로스 선장
Noel Coward....Captain Kinross
존 밀즈....쇼티 블레이크
John Mills....Shorty Blake
버나드 마일즈....월터 하디
Bernard Miles....Walter Hardy
실리아 존슨....알릭스 킨로스
Celia Johnson....Alix Kinross
케이 월시....프리다 루이스
Kay Walsh....Freda Lewis
조이스 캐리....하디 부인
Joyce Carey....Mrs. Hardy

1.

[토린 호의 운명]은 또 하나의 2차 세계대전 선전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제작 목적은 전시 영국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고 해군의 용맹성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었지요.

국책 선전 영화가 멸시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의도가 미심쩍기 때문입니다. 재능있는 창작자의 순수한 의도와 정치 선전의 목적이 일치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죠. 선거 영화의 대부분은 어색하게 끼워진 뻣뻣한 메시지가 걸적거리는 2류 드라마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가끔 그 둘이 맞아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이 경우는 노엘 카워드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사건이 그렇지요.

2.

[토린 호의 운명]은 독일군 폭격기에 의해 침몰된 구축함 토린 호의 생존자들이 구명 보트에 매달려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회상과 회상을 오가며 토린 호와 토린 호 승무원들에게 일어났던 수많은 일들을 모아 조각보처럼 짜맞춥니다.

카워드가 이런 형식을 취한 목적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개인이 아닌 집단을 찬양하기 위한 영화니까요. 그리고 이는 파시스트 아메바와 같은 영웅적 집단과는 거리가 먼 카워드와 같은 작가가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집단 미화의 방법이기도 했겠지요. 카워드는 집단을 그리면서 집단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개인을 그려내면서 그들의 집합인 집단의 위대함과 정당성을 옹호합니다.

개별 캐릭터의 소박한 존엄성이 살아나면서 영화는 절묘하게 선전 목적과 얽혀갑니다. 이 영화는 당시 독일과 싸우던 영국인들에게 자기들이 정말로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를 보여주었습니다. 추상적인 애국을 들먹이고 국기를 휘두르는 대신, 그네들이 지켜야 할 구체적인 대상들을 보여주었던 거죠. 그들의 삶, 그들이 사랑하는 가족들을 말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반 세기가 넘게 흘렀는데도 이 영화가 여전히 힘을 간직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결국 살아남는 것은 정치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인간이니까요.

3.

냉소없이 진심으로 애국심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요샌 점점 어려워지는 일입니다만) 카워드는 자신의 유머 감각과 위트, 무엇보다 절제를 잊지 않습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놀라운 균형 감각도 그 때문입니다. 카워드는 무언가를 일방적으로 미화하기엔 지나치게 똑똑한 남자였죠. 그는 거짓말과 허풍없이 애정을 표시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군대를 다루면서도 군대의 논리를 영화에 끌고가지 않은 것도 장점입니다. 카워드는 '비겁함이라는 죄' 대신 두려움과 수치를 묘사하고 이를 영웅적 행동을 위한 방아쇠 쯤으로 다루지도 않습니다. 그는 연대감을 미화하지만 조작된 희생까지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4.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배우는 킨로스 선장으로 나오는 카워드와 쇼티 블레이크를 연기한 존 밀즈입니다. 두 사람 모두 헐리웃 영화에 나오는 마초 영웅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영웅적인' 영웅에 대한 영화는 아닙니다.

실리아 존슨은 처녀작인 이 영화에서도 멋진 연기를 보여줍니다. 정말 풋풋하기 이를 데 없는 리처드 어텐보로의 젊은 시절을 보는 재미도 있죠. (99/06/13)

D&P

기타등등

토린 호는 크레테에서 침몰한 구축함 켈리 호를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