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주연
해리슨 포드....인디아나 존스
Harrison Ford....Indiana Jones
케이트 캡쇼....윌리 스코트
Kate Capshaw....Willie Scott
키 후이 콴....쇼트 라운드
Ke Huy Quan....Short Round
암리시 푸리....몰라 람
Amrish Puri....Mola Ram
로샨 세트....샤타 랄
Roshan Seth....Chattar Lal
필립 스톤....블럼버트 대위
Philip Stone....Captain Blumburtt
로이 차오....라오 체
Roy Chiao....Lao Che
데이빗 입....우 한
David Yip....Wu Han
라지 싱....어린 마하라자
Raj Singh....Little Maharaja

인디아나 존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되었던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시작부터 3부작의 골격이 다 잡혀있었다는 건 아니에요. 원래 리퍼블릭 시리즈 영화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었으니 내용이 앞으로 어떻게 흐르건 3부작 시리즈는 시작부터 자연스러웠던 거죠.

[인디아나 존스]는 시리즈의 2편이지만, 시대배경은 [레이더스]보다 1년 전인 1935년입니다. 중국 갱단의 음모에 말려든 인디아나 존스는 우연히 인도로 떨어지는데, 그곳엔 무시무시한 칼리 신의 숭배자들이 세계 정복의 야망을 품고 있었죠. 인디아나 존스는 이들을 무찌르고 갇혀있던 아이들도 구출합니다.

[인디아나 존스]는 괜찮은 흥행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삼부작 중 가장 나쁜 평을 받은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어제 이 영화를 다시 봤는데, 그 부정적인 비평들은 모두 일리가 있는 것이었어요. [레이더스]가 몇 번을 되풀이 봐도 이전의 매력을 잃지 않는 작품이라면 [인디아나 존스]는 반복감상 때마다 조금씩 맛이 닳는 영화입니다. 시작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고요.

팬들이 가장 싫어했던 건 [인디아나 존스]가 굉장히 어둡고 폭력적인 영화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어두운 영화가 밝은 영화보다 특별히 더 나쁜 영화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폭력적인 건 가족 영화엔 문제가 되지만 우리가 이 영화를 꼭 가족 영화의 굴레 안에서만 평가할 필요는 없고요. 인터뷰에 따르면 루카스와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일종의 공포 영화로 만들 생각이었던가봐요. 루카스는 원래부터 2부를 [제국의 역습]처럼 조금 어둡게 만들 생각이었다고 했고 당시 이혼 경험이 영화에 반영되기도 했답니다.

문제는 이 폭력적이고 어두운 분위기가 어떤 복잡함이나 깊이없이 그냥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밝음과 가벼움은 혼자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두움과 무거움은 그를 정당화할 깊이가 필요해요. [인디아나 존스]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그냥 도식화된 액션 스토리의 공식을 따른 얄팍한 이야기지요. [레이더스]는 완벽한 페이스로 제어되는 다양한 톤의 액션과 드라마, 로맨스로 이 한계를 극복해냈지만 [인디아나 존스]의 이야기는 비교적 평면적이고 단조로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 어두움이 장점없이 홀로 튈 수밖에 없었어요.

이 얄팍한 이야기의 또다른 단점은 정치적인 면이었습니다. 인디아나 존스는 아이디어부터 결코 정치적으로 공정할 수는 없는 시리즈였습니다. 거의 도굴꾼처럼 행동하는 19세기식 고고학자가 서구 제국주의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설정 속에서 벌이는 무례한 액션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레이더스]의 액션을 즐기면서 그런 것들을 잠시 잊을 수 있었던 관객들도 [인디아나 존스]를 볼 때는 조금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인디아나 존스는 사악한 제3세계의 압제자에게 시달리는 아이들을 구출하는 백인 영웅이었습니다. 모든 게 너무나도 무신경스러울 정도로 뻔뻔스럽게 노출되어 있었어요. 분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쑥스러울 정도로요. 원래 루카스나 스필버그는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이었지만 이 경우는 무관심 자체가 해가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액션에 제대로 몰입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정치적 공정성'이 재미와 연결된 건 여성 캐릭터의 묘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레이더스]의 여자 주인공 마리온은 당당하고 매력적인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의 여자 주인공 윌리 스콧은 쓸데없이 비명만 질러대는 아무 짝에 쓸모없는 인물이었지요. 정치적인 면에서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의 비위를 긁을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을 뿐만 아니라 재미도, 매력도 없었어요.

영화는 전편이 가진 고고학적인 매력도 부족했습니다. [레이더스]는 환상적인 사건을 다룬 만화같은 이야기였지만 설정과 역사적 배경은 모두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었습니다. 성궤 전설은 진짜였습니다. 나찌가 신비주의에 푹 빠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고요. 판타지에 적절하게 삽입된 사실과 전설들은 이 경박한 이야기에 어떤 힘을 불어넣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에는 그런 역사적 깊이가 존재하지 않아요.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할만한 바탕이 없었던 거예요.

남은 것은? 액션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다양한 스턴트를 활용한 양질의 액션 장면들이 가득해요. 그러나 이 영화의 액션이 [레이더스]에 비해 조금 단조로운 것도 사실입니다. 유명한 롤러 코스터 장면은 박진감 넘치긴 하지만 모든 액션이 무생물의 스피드에 의해 통제되는 터라 인간적 매력이 조금 떨어집니다. 중간 부분의 호러 장면들은 지루하고 늘어지며 효율적인 액션이 들어가야 할 자리를 많이 빼앗기도 합니다. 오히려 가장 다채로운 눈요기거리를 선보인 부분은 도입부의 뮤지컬 장면이었을지도 몰라요.

이 영화의 가장 밝은 부분이라면... 글쎄요. 쇼트 라운드를 연기한 어린 키 후이 콴이 아니었을까요? 형편없는 캐릭터에 질질 끌려다니기만 했던 윌리 역의 케이트 캡쇼와는 달리 키 후이 콴은 밝고 에너지가 넘치며 매력적인 아이였습니다. 잔인하고 어둡기만 한 무개성적인 속편으로 거의 떨어진 이 영화에 고유의 발랄함과 즐거움을 제공해준 것도 콴의 공로입니다. (04/01/12)

DJUNA

기타등등

인디아나 존스가 좀 개념없이 구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이아몬드를 받고 상하이 갱단에게 누루하치의 유골을 팔아넘기는 건 그답지 않은 일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