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랜드 엠파이어 Inland Empire (2006) * * * 1/2
주연
로라 던....니키 그레이스/수잔 블루
Laura Dern....Nikki Grace/Susan Blue
제레미 아이언즈....킹즐리 스튜어트
Jeremy Irons....Kingsley Stewart
저스틴 테로....데븐 버크/빌리 사이드
Justin Theroux....Devon Berk/Billy Side
해리 딘 스탠튼....프레디 하워드
Harry Dean Stanton....Freddie Howard
다이안 래드....마릴린 리벤스
Diane Ladd....Marilyn Levens
줄리아 오몬드....도리스 사이드
Julia Ormond....Doris Side
이언 애버크롬비....집사 헨리
Ian Abercrombie....Henry the But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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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랜드 엠파이어]의 도입부는 비교적 멀쩡합니다. 적어도
[멀홀랜드 드라이브] 정도는
돼요. 니키 그레이스라는 할리우드 배우가
[On High in Blue Tomorrows]라는 영화에 출연하게 되는데,
연기에 몰두하면서 현실과 영화 속의 허구가 뒤섞이고 니키 자신도
자기가 연기하는 수잔과 점점 구별이 어려워지지요.
알고 봤더니 오리지널인 줄 알았던 이 영화는 원래 완성되지
못한 폴란드 영화 [47]이 원작이고 그 영화가 완성되지
못했던 건 두 주연배우가 죽었기 때문이라네요.
그러나 멀쩡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3시간 짜리 영화의 절반 이상이 남았지만, 그 뒤로 의미있는 스토리가 전혀 없는 거죠. 남은 시간 동안 니키는 린치가 만든 알 수 없는 공간을 떠돌며 점점 해체되어 갑니다. 그 동안 일어나는 일들이나 배우들이 뇌까리는 대사들 역시 이해불능이고요. 이오네스코식 부조리극의 대사들을 린치식으로 번역해놓은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린치에게 이런 건 처음이 아니네요. 하지만 지금처럼 작정하고 이런 것들을 이만큼이나 꽉꽉 채워넣은 적은 없었지요. 한 마디로 갈 데까지 간 겁니다.
뭔가 엄청난 예술적 목표가 있었을까요? 어림없습니다. [인랜드 엠파이어]는 린치가 취미생활로 만든 영화입니다. 우연히 같은 동네에 살게 된 로라 던과 "함께 영화라도 찍자!"라고 약속한 뒤, 전체적인 내용이나 구성은 무시하고 머리에 떠오르는 장면들을 조금씩 미니 DV로 찍어서 적당히 이야기가 되게 연결한 거죠. 특별할 건 없어요. 그가 늘 해왔던 걸 조금 값싸고 노골적으로 한 것뿐입니다. 무척 편안하고 즐거운 작업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부럽네요.
하지만 그거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런 거고,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다릅니다. "그냥 그렇게 별 생각없이 만들었겠지"라고 생각하고 봐도 이 말도 안 되는 꿈의 논리로 연결된 3시간 짜리 영화를 보는 건 상당한 중노동이거든요. 아무나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일단 린치의 취향을 알아야 하고 체력이 따라주어야 하지요.
여기에서 일관성 있는 이야기나 주제를 끄집어내는 건? 그거야말로 린치가 관객들이나 평론가들에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력하면 찾을 수도 있어요. 꿈의 상징으로서의 영화, 허구로서의 꿈과 그 꿈 뒤에 서서 기반을 제공하는 악몽의 대립... 뭐, 이 작품은 그냥 통속적인 멜로드라마거나 뒷골 오싹한 호러거나 이오네스코나 피란델로의 스타일을 받아들인 예술영화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해석을 내리건 그게 꼼꼼하게 의도된 것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죠. 그런 의도에 갇힐 생각도 없었을 거고요.
남은 건 논리가 서지 않고 말도 안 되는 꿈인데, 전 이 꿈이 너무 꿈과 같아서 오히려 인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겐 내용있는 장르물로 위장하고 있는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더 꿈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인랜드 엠파이어]의 꿈도 고유의 힘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질보다 양과 순도로 승부하는 영화일 수도 있죠. 지루할 수도 있고 숨막힐 수도 있지만 그것도 좋습니다. 사실 [인랜드 엠파이어]를 보면서 깜빡깜빡 조는 것도 좋은 경험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로라 던의 훌륭한 연기를 놓친다면 손해겠지만.
린치는 [인랜드 엠파이어] 이후로는 필름을 떠나 디지털로만 작업하겠다고 선언했죠. 할리우드에서 그가 느낀 좌절과 그의 새 장난감에 대한 애정을 고려해 보면 충분히 할만한 소리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가 그러길 바라지는 않아요. [인랜드 엠파이어]의 거친 비디오 화면에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전 이 매체가 데이빗 린치라는 예술가의 전체를 보여주기엔 지나치게 투박하다고 생각해요. (07/08/01)
DJUNA
기타등등
요새 린치는 DVD 팔려고 열심이더군요. 전 이 아저씨가
노골적인 장사꾼처럼 굴 때가 정말 귀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