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크리스토퍼 놀런 Christopher Nolan

주연
알 파치노....윌 도머
Al Pacino....Will Dormer
로빈 윌리엄즈....월터 핀치
Robin Williams....Walter Finch
힐러리 스웽크....엘리 버
Hilary Swank....Ellie Burr
모라 티어니....레이첼 클레멘트
Maura Tierney....Rachel Clement
마틴 도노반....햅 에카트
Martin Donovan....Hap Eckhart
니키 캣....프레드 더거
Nicky Katt....Fred Duggar
폴 둘리....찰스 나이백
Paul Dooley....Charles Nyback
조나단 잭슨....랜디 스테츠
Jonathan Jackson....Randy Stetz
캐서린 이자벨....타냐 프랭크
Katharine Isabelle....Tanya Francke

(원작과 리메이크 버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도머와 핀치

[인썸니아]는 1997년에 제작된 동명의 노르웨이 영화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입니다. 그 영화에 대해서는 이미 따로 다루었으니까 위의 링크로 들어가서 확인해보세요.

이것만으로도 전 수고를 꽤 던 편입니다. 리메이크 영화도 타락한 형사가 살인범을 잡으러 백야의 도시에 왔다가 악몽같은 경험을 한다는 기본 개념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니까요. 이미 한 이야기를 되풀이 할 필요는 없지요.

그럼 차이점들을 따져보기로 합시다. 원작의 주인공 요나스 엥스트룀은 노르웨이로 파견 근무 나온 스웨덴 형사입니다. 리메이크의 주인공 윌 도머는 알라스카로 파견 근무 나온 LA 형사이고요. 리메이크의 설정이 더 그럴싸한지도 모르죠. 처음 맞는 백야 때문에 괴로워하는 형사로는 캘리포니아에서 온 남자가 스웨덴에서 온 남자보다 더 잘 맞을테니까요.

그보다 더 큰 차이는 그들의 성격입니다. 엥스트룀은 그렇게까지 좋은 남자가 아닙니다. 차갑고 냉정하고 이기적이고 무자비하죠. 하지만 리메이크 버전은 도머에게 상당히 관대합니다. 도머 역시 실수를 되풀이 저지르는 남자이기는 하지만 이해하고 동정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모든 일들을 말끔히 마무리짓고 백야의 지옥에서부터 달아나는 엥스트룀과는 달리 도머는 백야의 고문 속에서 일종의 정화 과정을 겪습니다. 중반 이후부터 원작에서 벗어나는 영화의 줄거리도 도머에게 일종의 마무리를 지어줄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요.

도머와 살인자와의 관계도 엥스트룀과 살인자와의 관계보다 훨씬 친밀하게 얽혀 있습니다. 로빈 윌리엄즈라는 스타 때문이겠죠. 리메이크는 원작에서는 비교적 가볍게 다루어졌던 다른 인물들도 살짝 키워주었는데, 대부분 힐러리 스웽크나 모라 티어니처럼 낯익은 배우들이 그 역들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손해본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 때문에 더 나아진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 힐러리 스웽크가 연기한 낸시 드루 풍의 보안관이 꽤 좋았거든요.

전체적으로 영화는 원작보다 친절합니다. 더 '재미있고' 설명이 자상하며 동기가 명확합니다. 가끔 친절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예를 들어 후반부의 총격전은 거의 불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액션 영화를 만들려는 발버둥이라고 할까요?

크리스토퍼 놀런이라는 이름을 보고 [메멘토]만큼 새로운 영화를 기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심지어 그는 각본도 쓰지 않았으니까요. 그는 이 영화에서 고용 감독으로 뛰고 있습니다. 좋은 고용감독이지요. 가끔 그의 스타일이 발견되기도 하고, 기억과 이미지에 대한 집착이 각본 사이 사이에 보이기도 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할만한 건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그의 진짜 업적은 시스템 안에서 멀끔하게 잘 만든 영화를 하나 뽑았다는 데 있는 듯 해요.

할리우드에서 만든 리메이크 버전이라고 해서 이 영화를 꼭 낮게 평가할 필요도 없습니다. 영화는 여전히 꽤 좋습니다. 원작의 주제를 잘 살리면서도 자기만의 이야기를 따로 할 여유도 부리고 있고요. 스타들 역시 돈값을 해내는 편입니다. 특히 로빈 윌리엄즈는 지금까지 주춤했던 그의 경력을 쑥 올려줄만큼 강한 악역을 선보이고 있지요.

단지 지나치게 할리우드식으로 탈색된 듯한 결말과 원작의 불쾌한 음침함을 비교하다보면, 전 다시 원작의 손을 들어주게 되더군요. 그렇게 결백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02/07/31)

DJUNA

기타등등

캐서린 이자벨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하긴 그 통에 알라스카인 척하는 배경이 사실은 캐나다라는 사실이 폭로되긴 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