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브 시모뉴 Yves Simoneau

주연
몰리 파커....차이나 셰퍼드
Molly Parker....Chyna Shepherd
존 C. 맥긴리....에즐러 포어먼 베스
John C. McGinley....Edgler Foreman Vess
토리 폴....에어리얼 딜레인
Tori Paul....Ariel Delane
블루 맨쿠마....이산 트레베인
Blu Mankuma....Ethan Trevaine
로리 앤 프리올로....로리
Lori Ann Triolo....Lori
케이티 스튜어트....어린 차이나 셰퍼드
Katie Stuart....Young Chyna Shepherd
파이퍼 로리....미리엄 브레이나드
Piper Laurie....Miriam Braynard

존 C. 맥긴리와 몰리 파커

오래 전에 학교 도서관에서 딘 쿤츠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쓰는 법]이라는 책을 읽은 적 있습니다. 아마 쿤츠의 책들 중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유일한 책이었을 거예요.

그 책에는 서스펜스 소설의 플롯 구성에 대한 장도 있었습니다. 그는 살인범으로 몰린 주인공에 대한 소설의 옳지 못한 플롯에 대한 예를 든 뒤, 자기는 어떻게 할 것인지 예를 들더군요. 첫번째 플롯에서는 자기를 구해줄 증인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날아다니기만 하던 주인공은 두번째 플롯에서는 훨씬 호된 꼴을 당합니다. 유일한 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여자는 벌거벗은 시체로 발견되고, 사방에서는 암살자가 그의 목숨을 노리고 있고... 한마디로 주인공을 가차없이 곤경에 밀어붙일수록 제대로 된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었죠.

이 즉석 소설을 읽다보니 왜 제가 쿤츠의 소설을 재미없어 하는 지 짐작이 가더군요. 한마디로 쿤츠가 플롯을 위해 동원한 서스펜스 도구들은 짜증이 날 정도로 진부한 미국 대중 문화의 악취미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쿤츠는 그 끝도 없이 반복되는 잡다한 덩어리를 중간 휴식도 제대로 주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라고 충고하고 있었지요. 물론 상당히 강한 서스펜스는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런 서스펜스에는 히치콕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맛깔스러움은 없죠. 이런 부류의 작품들에 익숙한 독자들이 느끼는 건 불쾌한 조바심뿐입니다. 이미 몇 번씩 본 이야기들의 반복이라 어떻게 흘러갈지는 다 알지만, 그래도 주인공을 이 위기일발의 상황 속에 두고 갈 수 없어서 계속 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거죠.

[어둠 속의 목격자]도 이를 증명해 주는 예가 아닌가 싶어요. 쿤츠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 2부작 미니 시리즈(드라마넷에서는 언제나처럼 4부작이라고 우기고 있지만요)는 전형적인 쿤츠식 살인마 이야기입니다. 끝도 없이 개똥철학을 늘어놓는 수다쟁이 정신병자 말입니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 베스에게 살인의 목적은 '강렬함 intensity'입니다. 살인의 강렬함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거죠(아, 개똥철학! 개똥철학!)

이에 대항하는 사람은 역시 쿤츠식 어두운 과거를 가진 차이나 셰퍼드라는 웨이트리스입니다. 친구네 집에 머물다가 그 집안 사람들이 모두 베스에게 살해당하는 걸 목격한 그녀는 베스의 은색 밴에 숨어들어갑니다. 처음에는 그 때까지만 해도 살아있을 거라고 믿었던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였지만, 베스가 에어리얼이라는 어린 소녀를 지하실에 감금해두고 있다는 걸 안 뒤로 추적의 동기는 더욱 절실해집니다.

차이나 셰퍼드가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이야기는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아무리 추수감사절이고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경험 없는 웨이트리스가 이런 식으로 미치광이 살인마와 대결해서는 안되지요. 차이나의 선택은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어서 종종 저 같은 시청자들은 고함을 빽빽 질러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이 시리즈는 '강렬한' 서스펜스를 제공해주기는 합니다. 그게 좀 짜증날 정도여서 그렇죠. 일단 이 작품은 미니 시리즈라 꽤 길거든요. [양들의 침묵]이라면 벌써 범인 잡고 해결했을 시간 동안 차이나는 살인마의 밴 구석에 숨어서 들킬지도 모른다는 공포심과 싸워야 합니다. 그 공포심은 쉽게 전이되는 것이지만 이렇게 길어지면 화부터 나죠. 게다가 간신히 범인과 맞닥뜨린 순간에 1부가 끝나니까요.

쿤츠식 멜로드라마는 종종 삽입되는 차이나의 어린 시절 회상과 차이나와 에어리얼의 러브 스토리로 구성됩니다. 회상 장면은 차이나의 정신나간 행동 동기를 설명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양들의 침묵]에서 그랬던 것처럼 살짝살짝 암시를 하면서 주 액션에 녹여 내는 편이 나았을 거예요. 그랬다면 작품이 더 짧아질 수도 있었고 '강렬함'도 적절한 리듬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요.

쿤츠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이 시리즈를 본 이유는? 그거야 이 영화의 주연인 몰리 파커에게 제가 어느 정도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이 파리한 캐나다 배우는 차이나 셰퍼드라는 위태위태한 캐릭터에 아주 잘 어울립니다. 존 C. 맥긴리도 불필요한 장식없이 미치광이 살인마를 적절하게 연기하고 있고요. 그리고 에어리얼을 연기한 토리 폴은 정말 예쁘군요. 파란 유리눈을 박은 구식 도자기 인형처럼 조금 무시무시한 미모지만요. (01/07/19)

DJUNA

기타등등

제가 차이나라면 탈출한 뒤 지금까지 겪은 모험담을 영화사에 팔아 떼돈을 벌었을텐데, 여기서는 여전히 직업을 못 구해 쩔쩔매고 있더군요. 실제 세상이 아니라는 증거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