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토미 리 월레스 Tommy Lee Wallace

주연
팀 리드....마이클 핸론
Tim Reid....Michael Hanlon
존 리터....벤 핸스컴
John Ritter....Ben Hanscom
리처드 토머스....윌리엄 덴브로
Richard Thomas....William Denbrough
아네트 오툴....베벌리 마시
Annette O'Toole....Beverly Marsh
해리 앤더슨....리처드 토지어
Harry Anderson....Richard Tozier
데니스 크리스토퍼....에디 카스프브랙
Dennis Christopher....Eddie Kaspbrak
리처드 마수어....스탠리 유리스
Richard Masur....Stanley Uris
마이클 콜....헨리 바워즈
Michael Cole....Henry Bowers
말론 테일러....마이클 핸론 (12살)
Marlon Taylor....Michael Hanlon (age 12)
브랜든 크레인....벤 핸스컴 (12살)
Brandon Crane ....Ben Hanscom (age 12)
조나단 브랜디스....윌리엄 덴브로 (12살)
Jonathan Brandis....William Denbrough (age 12)
에밀리 퍼킨스....베벌리 마시 (12살)
Emily Perkins....Beverly Marsh (age 12)
세스 그린....리처드 토지어 (12살)
Seth Green....Richard Tozier (age 12)
애덤 파라이즐....에디 카스프브랙 (12살)
Adam Faraizl....Eddie Kaspbrak (age 12)
벤 헬러....스탠리 유리스 (12살)
Ben Heller....Stanley Uris (age 12)
제러드 블란카드....헨리 바워즈 (14살)
Jarred Blancard....Henry Bowers (age 14)
팀 커리....페니와이즈
Tim Curry....Pennywise
올리비아 허시....오드라 필립스
Olivia Hussey....Audra Phillips

'Losers' Club'

이야기꾼들에게 텔레비전은 영화보다 더 좋은 매체입니다. 거창한 감각적 쾌락은 덜하지만 그 때문에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그 이야기는 어떻게 끊느냐에 따라 한없이 이어질 수 있지요. [대장금]의 스토리 전개가 과연 영화에서 가능할까요?

스티븐 킹이 텔레비전 미니 시리즈에 애착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그의 소설들은 대부분 상당히 긴 편이라 스토리를 제대로 풀려면 미니 시리즈 쪽이 더 잘 맞습니다. 게다가 워낙 입김이 센 작가이니 영화로 넘어가서 그만큼 자존심 강한 감독들과 싸우기도 싫겠지요. 텔레비전 미니 시리즈는 배우들이나 특수효과가 덜 화려할지는 몰라도 그의 에고는 충분히 살아남습니다. 한마디로 그의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이죠.

문제는 그의 마음에 든다고 해서 꼭 좋은 작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킹은 큐브릭의 [샤이닝]을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그 영화는 가장 훌륭한 스티븐 킹 영화 중 하나가 아닌가요? 킹은 그가 직접 만든 미니 시리즈 버전 [샤이닝]이 더 좋겠지만 그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피의 삐에로]의 원작은 스티븐 킹의 소설 [그것]입니다. 사실 미니 시리즈 버전도 원제는 같지만 국내에서는 [피의 삐에로]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죠. 뭐하러 쓸데없이 새 제목을 붙였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어 제목은 원제의 불길함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거든요.

[그것]은 데리라는 메인주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어린이 연쇄살인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 사건의 범인은 광대 모습을 한 페니와이즈라는 초자연적인 괴물이죠. 30년전 이 괴물은 '못난이 클럽'에 소속된 일곱 명의 아이들 때문에 거의 죽을 뻔한 적 있었습니다. 30년이 지난 뒤 괴물이 다시 도시로 기어나오자 이제 어른이 된 '못난이 클럽'의 멤버들은 다시 괴물을 퇴치하기 위해 데리로 모입니다.

[그것]의 이야기는 아주 전형적인 스티븐 킹식입니다. 평화로와 보이는 작은 마을에 숨어있는 초자연적인 악, 이런 마을에서 자란 어른들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구조와 같은 건 [시체]나 [드림 캐처]와 같은 그의 다른 소설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단지 킹은 [그것]에서 이 전형적인 이야기를 몇 백년에 걸친 가상의 역사라는 상당히 거창한 스케일로 펼쳐보이고 있습니다.

미니 시리즈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도시 전체가 홍수로 쓸려나가는 원작의 클라이맥스는 살릴 수 없어도 과거와 현재를 느긋하게 오가는 이야기의 구조는 어느 정도 긴 러닝타임을 허용하는 미니 시리즈 쪽이 더 잘 맞거든요. 어차피 앙상블 위주의 이야기이니 꼭 빅스타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요.

그러나 미니 시리즈 [그것]은 원작에 비해 여전히 작습니다. 배경을 제외하면 원래부터 그렇게까지 스케일이 큰 이야기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죠. 결국 일곱 명의 친구들이 괴물 때려잡는다는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책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액션은 이야기의 작은 부분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괴물 때려잡는다는 액션이 아니라 그 액션에 가담한 사람들의 삶과 그 삶을 구성하는 섬세한 디테일이었어요. 독자들을 자극하는 것도 광대 모습을 한 괴물 자체가 아니라 그 디테일이었고요.

미니 시리즈는 그 디테일을 살리지 못합니다. 이야기의 여유는 극장용 영화보다 조금 넉넉한 편입니다. 하지만 아주 넉넉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이 시리즈의 러닝타임은 188분. 겨우 3시간을 살짝 넘을 정도입니다. [타이타닉]보다 짧죠. 덕택에 시리즈는 별다른 장르적 매력없이 허겁지겁 스토리를 끌어가는 것으로 만족하게 됩니다.

시리즈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원작의 구조를 재구성하기도 했습니다. 1부는 어린 시절 위주로, 2부는 성인시절의 위주로 정리한 것이죠. 2부작 미니 시리즈라는 형식을 생각해보면 그 논리는 자명합니다. 1부와 2부 모두에게 같은 수준의 클라이맥스를 하나씩 제공해주는 것이죠.

그러나 저처럼 DVD로 몰아서 보는 시청자들에겐 이 구성은 단점이 됩니다. 설정상 이 작품은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성인 시절의 이야기보다 훨씬 강하거든요. 원작에서는 어린 시절 이야기가 성인 시절 이야기와 번갈아 나오면서 비슷한 클라이맥스를 가진 성인 시절 이야기를 보완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미니 시리즈는 이미 한 이야기를 별다른 발전없이 되풀이 할 뿐이에요. 도시가 휩쓸려가는 대신 거미 괴물 하나만 죽이면 되니 양적인 발전도 없고요.

소설 속에서는 소름끼치던 페니와이즈도 그냥 그렇습니다. 팀 커리가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분장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런 식으로 직접적으로 그려지는 걸 보는 것보다 머리 속으로 상상하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그것]은 비교적 괜찮은 미니 시리즈지만 여전히 스티븐 킹 미니 시리즈의 단점들을 모두 품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이야기에 충실한 나머지 장르적 모험을 삼가하고 있고 그 충실한 이야기도 결국 원작의 골격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차라리 러닝타임을 두 배로 늘려 느긋하게 캐릭터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여유를 부렸다면 더 좋았을텐데... 어쩔 수 없는 일이죠. (04/09/03)

DJUNA

기타등등

이 에피소드에서 늑대인간을 무서워하는 소년을 연기한 세스 그린은 나중에 [버피]에서 진짜 늑대인간역을 맡게 됩니다. 그와 함께 그 늑대인간 영화를 보았던 아이들 중 [진저 스냅]의 에밀리 퍼킨스도 섞여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