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필립 클로델 Philippe Claudel

주연
크리스틴 스코트 토머스....쥘리엣
Kristin Scott Thomas....Juliette
엘사 질베르스탱....레아
Elsa Zylberstein....Léa
세르쥬 아자나비시우스....뤽
Serge Hazanavicius....Luc
로랑 그렌빌....미셸
Laurent Grévill....Michel

레아와 쥘리엣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의 주인공 쥘리엣은 15년 만에 동생 레아와 재회합니다. 그 동안 쥘리엣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살인죄로 감옥에 가 있었답니다. 그 동안 바깥 세상에서 쥘리엣은 거의 완벽하게 존재가 지워진 상태였죠. 복지부에서 유일한 가족인 동생 레아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쥘리엣이 가출옥했다는 걸 몰랐을 겁니다.

쥘리엣이 레아의 집으로 들어오면서 영화는 두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하나는 겉으로 드러나 있는 스토리로, 살인죄로 형을 살고 출옥한 여자가 바깥 세계에서 적응하는 과정에 대한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미스터리로, 도대체 이 쥘리엣 퐁텐이라는 여자가 누구이고 무슨 이유로 누구를 죽였냐는 것입니다.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물론 후자입니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정보를 차단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정보를 흘리니까요. 감질나는 상태에서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는 동안 여분의 서스펜스가 발생하기도 해요. 우린 쥘리엣을 완전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과연 그런 사람을 딸들과 함께 두고 외출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비슷한 이야기와 소재를 다루어 종종 비교되는 [레이첼 결혼하다]와는 달리, 영화는 그 진상을 별로 중요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네, 영화의 최종 진상 폭로는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와 결말을 구성합니다. 하지만 그 결말은 순전히 형식적인 것으로, 영화의 전체 내용에는 대단한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영화는 쥘리엣의 진실을 밝히기 전에 이미 주어진 갈등을 상당부분 해결했고, 그 진상은 충분히 교체 가능하거든요. 그리고 그 구조는 영화가 말하려 하는 주제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것 같습니다. 쥘리엣의 동기가 무엇인지 몰라도, 그 사람을 기계적인 편견에 따라 쉽게 저울질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고로 이 영화에서 미스터리는 미스터리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지, 그 진상 때문에 중요한 건 아닙니다.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어쩔 수 없는 배우의 영화입니다. 그것도 배우의 얼굴에 대한 영화죠. 크리스틴 스코트 토머스는 여기서 거의 환상적인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배우의 중년의 얼굴은 연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영화의 절반 이상을 이루어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나머지 절반도 강렬하고요. 오래간만에 이 배우의 가능성이 최대한으로 발휘된 영화가 나왔습니다. (10/01/11)

DJUNA

기타등등

크리스틴 스코트 토머스의 억양을 어떻게 정당화하나 봤는데, 영국인 엄마를 두었고 영국에서 오래 산 것으로 설정을 만들어 놨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