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트의 자코 Jacquot de Nantes (1991) * * * 1/2
감독
아녜스 바르다
Agnès Varda
주연
필립 마롱....자코 1
Philippe Maron....Jacquot 1
에두아르 주보....자코 2
Edouard Joubeaud....Jacquot 2
로랑 모니에....자코 3
Laurent Monnier....Jacquot 3
브리지트 드 빌프와....마릴루 (어머니)
Brigitte De Villepoix....Marilou, la mere
다니엘 뒤블레....레이몽 (아버지)
Daniel Dublet....Raymond, le pere
클레망 들라로쉬....이봉 1
Clément Delaroche....Yvon 1
로디 아베르티....이봉 2
Rody Averty....Yv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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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쟁이들이나 영화광들의 회고담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시대가 다르고 사는 동네가 달라도, 결국 컴컴한 극장
안에 영사되는 뿌연 이미지에 홀딱 넘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니까요. 젊은 그들을 매료시키거나 삶에 영향을 준
영화들이 줄줄 열겨될 거고... 그들 중 운좋은
몇 명은 정말로 나중에 영화를 만들겠죠.
[낭트의 자코]도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셰르부르의 우산]의 감독이고 이 영화를 만든 아녜스 바르다의 남편인 자크 드미이고 영화는 낭트에서 자라면서 영화쟁이의 꿈을 키웠던 그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삶의 공식에 따라 그도 위의 모든 것들을 따라합니다. 영화와 오페레타, 인형극에 열광하고, 영화에 대한 자잘한 지식들을 줄줄 읊고, 결국 중고품 카메라를 사서 직접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찍지요. 영화는 드디어 부모를 설득한 드미가 영화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관점입니다. 이 영화는 늙은 영화광에 의해 회상되는 게 아니라, 그 늙은 영화광의 아내에 의해 회상됩니다. [낭트의 자코]는 그냥 회고담이 아니라 뇌종양으로 죽어가는 남편에게 바치는 마지막 러브 레터입니다. 이 간단한 사실은 어떻게 보면 뻔하디 뻔하다고 할 수 있는 드미의 이야기에 강한 정서적 영향력을 부여합니다.
바르다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섞고 있습니다. 바르다가 연출한 과거의 이야기들이 전개되는 동안 가끔 죽어가는 드미가 카메라에 앞에 등장해 당시 일을 회상하거나 요약하는 것이죠. 뻔한 다큐드라마의 형식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느낌이 다릅니다. 카메라 앞에서 회상하는 사람과 뒤에 있는 사람의 교감이 너무나도 분명하거든요. 뻣뻣한 형식 속에 개인적인 감정이 철철 넘쳐 흐르는 겁니다.
바르다는 어린 자크 드미의 세계를 흑백과 컬러로 나누고 있습니다. 흑백은 제2차 세계대전과 그가 억지로 다녀야 하는 기술학교와 같은 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컬러는 그의 꿈을 키워주고 미감을 자극하는 예술세계를 담고 있고요. 종종 바르다는 영화 중간중간에 어린 자크 드미가 겪은 경험들이, 그가 나중에 만든 영화들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보여줍니다. 드미의 아버지가 경영하는 자동차 수리점이 나오면 [셰르부르의 우산]에 나오는 자동차 수리점 장면이 나와 주인공이 아버지가 했던 대사를 그대로 따라하는 식이죠. 물론 미셸 르글랑의 멜로디를 붙여서요. 이 영화의 드미는 따분한 흑백의 현실을 재료로 삼아 총천연색 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입니다.
드미 자신과 바르다에 의해 회상되는 자크 드미의 이야기는 거친 구석없이 사랑스럽습니다. 영화 속의 자크 드미는 정말로 우리가 쉽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현실 세계의 산문성과 폭력에 진저리치며 예술이 주는 꿈과 로맨스의 환상에 몰두하는 섬세한 소년이지요. 냉소적으로 바라보면 그의 매력은 그가 추한 현실과 직접적으로 충돌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도피성은 거의 모든 영화광들의 공통적인 성격이기도 하죠. 아무리 그들이 그걸 넘어서고 싶어해도요.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며 그런 냉소주의를 끌어들이는 건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 걸 따지기엔, 3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고락을 같이했던 두 예술가의 진한 결속력이 너무나도 분명하게 영화 속에 투영되어 있지요. 이런 영화를 만들어주는 예술가의 남편이었으니, 드미도 참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05/05/24)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에 나오는 드미 가족의 집은 자크 드미가
실제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