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델버트 만 Delbert Mann

주연
수잔나 요크....제인 에어
Susannah York....Jane Eyre
사라 깁슨....어린 제인 에어
Sara Gibson....Jane Eyre as a Child
조지 C. 스코트....에드워드 로체스터
George C. Scott....Edward Rochester
로잘린 랜더....헬렌 번즈
Rosalyn Landor....Helen Burns
레이첼 캠슨....페어팩스 부인
Rachel Kempson....Mrs. Fairfax
샤론 로즈....아델
Sharon Rose....Adele
나이리 돈 포터....블랜치 잉그램
Nyree Dawn Porter....Blanche Ingram
진 마쉬....로체스터 부인
Jean Marsh....Mrs. Rochester
스텔라 태너....그레이스 풀
Stella Tanner....Grace Poole
이언 배넌....세인트 존 리버스
Ian Bannen....St. John Rivers
잭 호킨즈....브로클허스트 씨
Jack Hawkins....Mr. Brocklehurst
케네스 그리피스....메이슨
Kenneth Griffith....Mason

1.

델버트 만이 감독한 이 텔레비전 영화는 제가 가장 친숙하게 느끼는 [제인 에어] 영화입니다. 소설을 읽기 전에 먼저 본 유일한 영화이기도 하고 가장 많이 본 영화이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제인 에어' 하면 떠오르는 건 늘 이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특히 수잔나 요크의 얼굴이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 영화를 과대 평가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겠죠. 사실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제가 말했지요. 가장 많이 본 영화라고요. 가짜 기억으로 미화시키기엔 이 영화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어요.

2.

영화는 못된 친척들의 괴롭힘을 건너 뛰고 로우드 자선 학교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어린 제인이 헬렌 번즈와 친구가 되고 나중에 헬렌이 죽고 어쩌고 저쩌고의 이야기를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어린 시절 부분은 이 영화에서 가장 부족하기도 하고 또 이상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제인 역의 사라 깁슨 때문은 아니에요. 그 배우의 야무진 얼굴은 어린 제인 역에 어울리고 또 잘 했으니까요. 문제는 감독이 이 장면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죠. 페기 앤 가너나 안나 파퀸이 부여받았던 연기의 공간은 사라 깁슨에겐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몇몇 이상한 터치도 발견됩니다. 예를 들어 곱슬머리가 깎이는 아이는 헬렌이 아니라 제인입니다! 헬렌은 제인이 의자에 올라가는 것을 돕다가 밖에서 의자에 세워지는 벌을 당합니다. 로우드 자선 학교가 끔찍한 곳이라는 건 알지만 이건 좀 도가 심했고 상식 밖이기도 하죠. 제인의 강단있는 성격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만은 이 부분에 별로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에게 로우드는 손필드로 옳겨 가기 전에 거쳐야 했던 귀찮은 과정에 불과하지 않았을까요?

3.

손필드로 옮기면서 영화는 본 궤도로 올라갑니다. 아마 이 영화의 비주얼은 가장 [제인 에어]의 모범에 가까울 거예요. 이 영화의 손필드는 로버트 스티븐슨의 버전처럼 지나치게 매끈하게 꾸며지지도 않았고 제피렐리의 버전처럼 온화하지도 않습니다. 바로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손필드의 분위기지요. 적당히 콘트라스트를 조절한 고딕 느낌말이에요.

수잔나 요크도 제인 에어 역에 참 잘 맞습니다. 많은 [제인 에어] 팬들은 요크가 제인 역을 하기엔 너무 예쁘다고 불평을 하지만 그건 부당하다고 봅니다. 요크가 욕먹을 정도의 미모라면 조안 폰테인은 어쩌라는 거예요? 요크는 제인 역에 맞게 충분히 수수해 보이며 우리가 제인에게 기대하는 고집과 힘, 열정 모두를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각본에서 '못생겼어'라는 말이 그렇게 자주 나오지 말았으면 더 좋았겠지요. 여전히 수잔나 요크는 그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 중 가장 미인이니까.

조지 C. 스코트의 연기에 대해서는 좀 왔다갔다 합니다. 그는 좋은 배우이고 이 영화에서도 연기를 잘해요. 하지만 전 이 사람의 로체스터가 그렇게 로체스터답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나치게 무뚝뚝함과 터프함으로만 일관하고 있거든요. 로체스터는 그냥 무뚝뚝한 사람만은 아니었습니다. 정신 없는 재치와 로맨티시즘, 나약함이 결합된 인물이죠. 그의 무뚝뚝함은 그 사람 성격의 본성이 아니라 일종의 심리적 갑옷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스코트는 그냥 무뚝뚝한 사람일 뿐입니다. 오히려 윌리엄 허트가 훨씬 덜 미스캐스트였다고 생각해요.

스토리 역시 이 두 캐릭터를 엮는데 아주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두 배우의 좋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무언가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은 참 좁아요. 스토리 따라가는데 정신 팔리는 대신 둘의 정신적 유대를 좀 더 상세히 다루었으면 좋았을텐데.

4.

이 영화 각색의 가장 큰 장점은 세인트 존 리버스의 활용입니다. 예전의 각본가들이 기겁하며 던져 버렸던 이 캐릭터를 꽤 영리하게 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요.

이 영화의 리버스는 원작의 리버스와 그렇게까지 닮아 있지 않습니다. 원작의 리버스는 좀 재미없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호감이 느껴지는 열정적인 이상주의자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리버스는 뻣뻣하고 자기중심적인 쇼비니스트로, 제인을 마치 두 발 달린 여행 가방 쯤으로 여깁니다. 제인은 그의 애정없는 청혼에서 로체스터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재확인합니다.

리버스가 이렇게 변형이 되자, 영화는 그의 장광설을 삭제하면서도 대충 원작의 모양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작의 리버스에겐 좀 미안하지만 이게 그나마 최선의 길이었을 거예요.

5.

오늘 아침에 드라마넷에서 이 영화를 해주는 걸 다시 보았는데(드라마넷에서도 참 자주 했지요! 이 사람들은 새 영화를 살 생각이 있기나 한 건지 몰라요,) 존 윌리엄즈의 주제 음악 때문에 상당히 감상적이 되긴 하더군요. 이 영화도 저에겐 '추억의 영화'가 되었나 봅니다. (99/07/31)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는 비디오 CD로 국내에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비디오로까지 나와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비디오 CD도 영어 학습용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