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수잔나 화이트 Susanna White

주연
루스 윌슨....제인 에어
Ruth Wilson....Jane Eyre
조지 헨리....어린 제인 에어
Georgie Henley....Young Jane Eyre
토비 스티븐스....에드워드 페어팩스 로체스터
Toby Stephens....Edward Fairfax Rochester
코지마 리틀우드....아델
Cosima Littlewood....Adele
헤스터 오저스....헬렌 번즈
Hester Odgers....Helen Burns
로레인 애쉬번....페어팩스 부인
Lorraine Ashbourne....Mrs. Fairfax
크리스티나 콜....블랜치 잉그램
Christina Cole....Blanche Ingram
프란체스카 아나이스....레이디 잉그램
Francesca Annis....Lady Ingram
타라 피츠제럴드....리드 부인
Tara Fitzgerald....Mrs. Reed
클로디아 콜터.....버사
Claudia Coulter....Bertha
팜 페리스....그레이스 풀
Pam Ferris....Grace Poole
앤드루 부챈.....세인트 존 리버스
Andrew Buchan....St John Rivers
엠마 론즈....메리 리버스
Emma Lowndes....Mary Rivers
아나벨 스콜리....다이안 리버스
Annabel Scholey....Diane Rivers
리처드 맥케이브....브로클허스트 씨
Richard McCabe....Mr. Brocklehurst

어린 제인 에어

어린 제인

수잔나 화이트 버전 [제인 에어]에서 가장 맹렬한 비난을 받는 부분은 제인 에어의 어린 시절이 굉장히 짧다는 것입니다. 2시간 길이의 영화라면 15분은 그렇게 짧다고 할 수 없지만 4부작 미니 시리즈라면 사정이 다르죠. 조금 더 투자해도 뭐랄 사람 없고 또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겁니다.

이 부분이 아쉬운 가장 큰 이유는 어린 제인 에어를 연기한 조지 헨리가 상당히 좋기 때문입니다. 야무지고 당돌하고 또릿또릿하지요. 당연히 이 친구의 연기를 더 보고 싶은데, 화이트는 15분 안에 후닥닥 진행하는 것만으로 모자란지 당연히 들어가야 할 극적인 장면들을 반쯤 빼버립니다. 물론 여기서 진짜 손해를 본 건 제인 에어가 아니라 헬렌 번즈겠지만요.

그러나 원작을 무시하고 시리즈만 본다면, 이것도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습니다. 화이트 버전의 쿨하고 건조한 분위기와 은근히 잘 맞아요. 여전히 날아가 버린 헬렌 번즈의 이야기가 아쉽긴 하지만 헬렌의 가장 중요한 대사가 "광고를 내"인 각색물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제인 에어

조지 헨리의 어린 제인 에어가 후닥닥 질주하면 우린 성인 제인 에어를 연기하는 루스 윌슨을 만나게 되는데, 이 풋내기 배우의 캐스팅은 이 시리즈의 가장 성공적인 부분입니다.

일단 윌슨은 정말로 제인 에어처럼 보입니다. 현대 기준으로 보면 미인이지만 인형처럼 예쁘지 않아서, 대부분 제인 에어가 경쟁자인 블랜치 잉그램보다 더 예뻤던 전작들보다 유리해요. 윌슨은 조운 폰테인처럼 할리우드적으로 결백하지도 않고, 샤를로트 갱스부르나 사만다 모튼처럼 위축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현실적이고 야무지고 분명한 가치 기준이 서 있으며 필요할 때면 자신의 감정을 정직하게 노출시키는 씩씩한 아가씨지요.

화이트 버전이 제인 에어를 다루는 방식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제인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관심입니다. 일단 제인 에어의 돈 문제가 이처럼 자주, 상세하게 언급되는 각색물을 전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제인이 로우드 기숙학교를 떠나 자립하기 위해 사용한 결정적인 무기인 '신문 광고' 역시 그만큼이나 자주 언급됩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여전히 고딕 로맨스이지만, 화이트는 우리의 심술궂은 주인공에게 경제적 자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잊고 있지 않는 것이죠.

로체스터

토비 스티븐스는 이 시리즈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그 뒤에 생긴 몇몇 팬들은 그를 제2의 콜린 퍼스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글쎄요. 그렇게까지 이상적인 로체스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개성적인 미인인 루스 윌슨과는 달리 토비 스티븐스는 그냥 잘 생겼어요. 물론 그 동안 몸을 막 굴려서 왕년의 샤방샤방 꽃돌이었던 시절의 미모는 많이 날아갔어요. 하지만 샬롯 브론테가 그렸던 음울하고 드라마틱하게 못생긴 중년 남자를 연기하기엔 여전히 너무 잘 생겼죠. 그 때문에 그가 세인트 존 리버스의 미모를 질투하는 부분은 그냥 설득력이 없습니다. 제인이 로체스터를 못 생겼다고 이야기할 때도 그냥 심술궂게 구는 것처럼 보이고요. 물론 가장 인기 있는 로체스터라는 티모시 돌튼도 미남이니, 제가 좀 박하게 구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다시 생각해보니 박하게 구는 거 맞습니다. 토비 스티븐스는 썩 좋은 로체스터예요. 그는 최근의 로체스터들이 잊고 있던 캐릭터 고유의 매력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열정적이고 드라마틱하고 거칠고 난폭하고 자기중심적이고 종종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연인입니다. 오슨 웰즈의 영향인지, 로체스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손필드의 방 구석에 앉아 맥빠진 한숨 소리나 내뱉는 우울한 중년 남자인 경우가 많았죠. 스티븐스는 그걸 뒤집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웰즈나 스코트의 버전보다 더 정통적이었고 원작에 충실했죠.

스티븐스의 가장 큰 공헌은 이 시리즈에 강한 성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주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혼자 한 건 아니죠. 루스 윌슨과 같이 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제인 에어]를 이전의 그 어떤 시리즈들보다도 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노골적인 섹스신을 펼쳤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성적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합니다.

세인트 존 리버스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장점은 세인트 존 리버스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것입니다. 종종 너무 커 보일 정도죠. 그는 4부의 거의 첫 장면에서부터 등장하니까요. 하지만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회상 장면들이 앞의 이야기들을 보충해주기 때문에 전체적인 비중이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닙니다. 세인트 존 리버스의 비중만 계산해 보면 딱 나올만큼만 나왔어요. 역시 4부작 시리즈의 장점이겠죠. 그가 원작만큼 활동해도 그 길이에서는 그렇게까지 어색해보이지 않는 겁니다.

시리즈를 보면, 하나의 교훈을 얻게 됩니다. 아무리 각색가의 악몽이라고 해도, 세인트 존 리버스는 나오는 것이 안 나오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죠. 이건 제인의 이야기에서도 더 좋습니다. 선생님에게 잡혀 돌아오는 가출소녀와 같았던 이전의 각색물들에서와는 달리, 화이트 버전 제인 에어는 원작의 제인 에어처럼 자신의 입장과 로체스터에 대한 사랑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시간 여유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손필드로 돌아가는 제인 에어의 마지막 선택도 무게가 있고요.

그리고...

제인 에어

전 결말은 별로였습니다. 물론 학대받는 고아였던 제인에게 소속감은 중요하긴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서 그걸 그렇게 중요하게 여길 필요는 없죠. 가족 사진, 아니, 가족 초상화로 끝나는 마지막 엔딩 장면은 그래서 좀 안이하게 느껴졌습니다. 꼭 로체스터와의 로맨스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더 나은 결말이 있었을 거예요.

시리즈의 영화적 매력은 평범한 편입니다. 가끔 사용되는 CG들은 티가 상당히 나는 편이고요. 버사의 죽음 장면과 같은 부분은 조금 더 공을 들일 필요가 있었고요.

분명 소스가 있을 텐데, 왜 EBS에서는 이 시리즈를 HD로 방영하지 않는 걸까요? (07/01/22)

DJUNA

기타등등

솔직히 전 '전작들'을 도매금으로 취급하며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젤다 클락/티모시 돌튼 버전도 본 적 없으니까요. 그 시리즈는 화이트 버전보다 더 원작에 충실하다고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