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히구치 신지 Shinji Higuchi

주연
쿠사나기 츠요시....오노데라 토시오
Tsuyoshi Kusanagi....Onodera Toshio
시바사키 코우....아베 레이코
Kou Shibasaki....Abe Reiko
토요카와 에츠시....타도코로 유스케
Etsushi Toyokawa....Tadokoro Yusuke
오이카와 미츠히로....유우키 신지
Mitsuhiro Oikawa....Yuki Shinji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금은 침몰중

고마쓰 사쿄의 [일본 침몰]은 좋은 재난소설이었습니다. 캐릭터들은 밋밋했고 드라마는 부족했지만 독자들의 잠재적인 악몽을 적절하게 건드렸고 사용된 과학도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2006년에 나온 두 번째 [일본 침몰] 영화에 대해서도 같은 소리를 할 수는 없겠더군요.

일단 두 편은 내용부터 많이 다릅니다. 원작 소설은 일본 침몰의 매커니즘을 밝혀내는 과학 추리물로 시작해서 일본이 정말로 침몰해버리는 동안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노력을 담은 재난물로 끝나죠. 하지만 영화에서는 도입부에서 일본 침몰을 선언해버립니다. 50년의 시한이 초반에 1년으로 줄긴 하지만요. 스토리 안에서 과학적 설명을 하려는 시도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중간에 N2 폭탄이라는 가상의 무기를 이용해 일본 침몰을 막으려는 시도까지 나오죠. 실제로 그 계획이 성공해서 일본은 중간에 침몰을 멎습니다. [일본 침몰]이 제목인 영화에서 일본이 침몰을 안 해요. 싱겁긴.

이런 개작은 당사자인 일본관객들에게는 만족스럽게 느껴졌을지 몰라도 저에겐 영 아닙니다. 우선 과학이 너무 약해요. 한 나라가 송두리째 물에 잠기는 대재난을 폭탄 몇 개(그것도 핵폭탄처럼 세지만 핵폭탄은 아닌 가상의 편리한 무기랍니다)로 막아낸다는 술수는 약해빠졌습니다. 주인공의 희생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위기 설정도 억지로 끼워맞춘 것 같고요.

심지어 정치적인 관점만 봐도 70년대에 쓰여진 원작 소설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지금 보면 굉장히 나이브하게 느껴지긴 해도 소설은 아시아와 세계 속에서 일본과 일본인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생각도 좀 하고 가끔 반성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들의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소설이 그리는 '세계인으로서의 일본인' 개념은 나름 건설적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이 땅이 없어지면 우린 다 죽어! 달아난 애들도 괴롭힘당하다 망망대해로 쫓겨날 거야. 그러니까 우린 무슨 수를 써도 재난을 막아야 해!" 설정은, 제가 예민해져서 그런지, 은근히 군국주의적인 냄새까지 납니다.

영화는 솔직히 촌스럽습니다. 특수효과는 그럭저럭 자기 역할을 하는 편이지만 할리우드 영화에서 너무나 자주 본 묘사라 식상합니다. 중요한 여성 캐릭터들이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환영하고 싶지만, 그들 덕택에 추가된 로맨스는 닭살이 돋을 정도로 유치합니다. 특히 두 주인공들의 이별 장면에 나오는 유행가 가락과 그 분위기에 맞춘 뮤직 비디오 장면은 어이가 없더군요. 재난과 극복을 다루는 드라마에도 지나친 감상주의가 녹아 있어서 간지럽고 조금 위선적으로 느껴집니다. 이건 취향 탓일 수도 있겠어요. 전 일본 대중 영화가 '감동해!'라고 외치는 부분에서 감동한 적이 없거든요. (06/09/11)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국내 첫주 흥행이 그렇게 좋았던 건 역시 관객들의 반일감정 때문이었겠죠. 입소문이 돌면서 관객 수가 줄어든 것도 드라마가 약해서가 아니라 일본이 다 침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