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빅터 살바 Victor Salva

주연
지나 필립스....패트리샤 '트리시' 제너
Gina Philips....Patricia 'Trish' Jenner
저스틴 롱....대리어스 '대리' 제너
Justin Long....Darius 'Darry' Jenner
조나단 브렉....크리퍼
Jonathan Breck....The Creeper
패트리샤 벨처....지젤리 게이 하트먼
Patricia Belcher....Jezelle Gay Hartman
에일린 브레넌....캣 레이디
Eileen Brennan....The Cat Lady

트리시와 대리

[지퍼스 크리퍼스]의 초반에서, 여자 주인공 트리시는 정체불명의 살인마가 시체를 유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교회 건물로 기어 들어가려는 동생 대리를 잡아 말리면서 이렇게 외칩니다. "호러 영화를 보면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게 해서 다들 싫어하는 바보들이 있지? 바로 네가 지금 그런 바보가 되려하고 있어!"

그래도 대리는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무리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알고 있어도 어쩔 수 없어요. 공식화된 플롯이 그들에게 그런 행동을 강요하니까요. 이 영화의 두 주인공들은 호러 영화의 공식적인 바보 짓을 모조리 따라합니다. 휴대 전화도 안되고 자동차도 엉망이면서, 그들은 몇 분 전에 자기네들의 목숨을 노린 살인마의 아지트에 자발적으로 기어 들어가고 시체밭을 발견한 뒤에도 달아날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지퍼스 크리퍼스]가 상당히 뻔한 줄거리의 영화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초자연적인 살인마한테서 달아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슬래셔 장르 시작부터 끝도 없이 반복되었던 내용이지요.

구체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트리시와 대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대학생 남매인데, 중간에 정체불명의 트럭을 탄 누군가가 교회 건물에 시체를 버리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교회 건물이 시체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된 남매는 경찰에 신고하지만, 살인마는 수많은 시체들을 뿌리며 그들의 뒤를 쫓습니다.

영화는 기존 호러 영화들의 고전들에서 상당히 많은 것들을 빌려왔습니다. 우선 트리시와 대리 남매를 추적하는 정체불명의 트럭은 스필버그의 [결투]에서 가져온 게 분명해요. 전체적인 분위기는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과 많은 면에서 비슷하고요. 교회 근처를 날아다니는 까마귀 떼는 히치콕의 [새]와 유사하고, [캔디맨]처럼 음산한 도시 전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살인마인 '크리퍼'도 레더페이스에서부터 에일리언, 프레디 크루거에 이르는 수많은 공포 영화 괴물들을 조합한 듯한 존재입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그렇게 뻔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도입부는요. 두 주인공을 시체들로 가득한 교회 건물로 인도하는 앞부분은, 그들이 저지르는 온갖 바보 짓들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강렬합니다. 허겁지겁 달아난 그들이 그들의 앞날을 예고하는 정체불명의 전화를 받는 장면까지도 아주 뛰어나요. 다른 호러 영화들에서 자잘한 조각들을 빌려온 것 같은 스토리 구조도 여기서는 득이 됩니다. 아주 뜻밖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상당히 효과적인 방향 전환을 가능하게 하니까요.

살인자 '크리퍼'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부터 이야기는 뻔해집니다만, 그 뻔함을 생각해보면 후반부도 비교적 괜찮게 연출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령술사 지젤리의 장황한 설명이 없었다면 훨씬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크리퍼'는 구체적인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그림자와 암시로만 존재할 때 가장 무서운 존재이고, 빅터 실바는 그런 간접적인 암시를 상당히 효과적으로 살린 편이거든요.

[지퍼스 크리퍼스]는 야심없는 작은 영화입니다. 할리우드 버전 캠프 파이어 스토리죠. 예술적 야심을 조금 더 품었다면 진짜 괜찮은 영화가 나왔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으로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진부한 플롯을 가지고 이만큼 인상이 남는 영화를 만들었다면 상당히 결과가 좋죠. (02/06/03)

DJUNA

기타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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