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빅터 살바 Victor Salva

주연
레이 와이즈....잭 타가트
Ray Wise....Jack Taggart
조나단 브렉....크리퍼
Jonathan Breck....The Creeper
가리카리 무탐비르와....디언드르 '더블 D' 데이비스
Garikayi Mutambirwa....Deaundre 'Double D' Davis
에릭 네닝거....스코트 브래독
Eric Nenninger....Scott Braddock
니키 에이콕스....밍시 헤이즈
Nicki Aycox....Minxie Hayes
트래비스 쉬프너....이지 보엔
Travis Schiffner....Izzy Bohen
레나 카드웰....첼시 파머
Lena Cardwell....Chelsea Farmer
빌리 애런 브라운....앤디 '버키' 벅
Billy Aaron Brown....Andy 'Bucky' Buck
마리 델피노....로다 트루이트
Marieh Delfino....Rhonda Truitt
다이앤 델라노....버스 운전사 베티
Diane Delano....Bus Driver Betty
톰 거섬 주니어....찰리 한나 코치
Thom Gossom Jr.....Coach Charlie Hanna
톰 타란티니....드웨인 반즈 코치
Tom Tarantini....Coach Dwayne Barnes
알 산토스....단테 벨라스코
Al Santos....Dante Belasco
조시 패몬드....제이크 스펜서
Josh Hammond.... Jake Spencer
케이슨 버처....킴벌 '빅 K.' 워드
Kasan Butcher.... Kimball 'Big K' Ward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크리퍼

빅터 살바의 [지퍼스 크리퍼스]는 괜찮은 호러 영화였습니다. 노골적인 모방과 비교적 뻔한 설정 속에 갇혀 있는 작품이었지만 불길하고 섬뜩한 분위기는 인상적이었으며 괴물 역시 좋았습니다. 당연히 속편이 나올 만 했죠. 물론 속편이 전편만한 평가를 받지 못할 거라는 것도 분명했고요. 이건 모두 거의 공식적인 수순이라 예언할 필요도 없었고 또 그 수순이 깨어질 거라고 기대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결국 얼마 전에 [지퍼스 크리퍼스 2]가 나왔습니다. 예상대로 평은 그렇게 좋지 못했지만, 역시 예상대로 수입은 꽤 그럴싸하게 뽑혀 나온 모양이더군요. 결국 저도 어느 호러 영화 속편에나 먹힐 법한 문구들을 미리 준비하며 영화관에 들어갔습니다. 어땠냐고요? 예상보다는 나았어요. 조금은요.

영화는 전편이 끝난지 며칠 뒤에 시작됩니다(라디오 뉴스에 1편의 교회 이야기가 언급된답니다.) 그럴 수밖에 없어요. 크리퍼는 23일 동안 사람들을 잡아먹고 23년 동안 잠을 자니까요. 서둘러 이야기를 잇지 않는다면 SF 영화가 될 판이지요.

영화는 허수아비를 말뚝에 묶던 한 소년이 허수아비인 척 위장하고 있던 크리퍼에게 납치당하면서 시작됩니다. 소년의 아버지가 크리퍼를 쫓는 동안 고등학교 농구부 애들과 치어리더들을 잔뜩 태운 스쿨버스가 근처를 지나가다 연달아 펑크를 일으킵니다. 물론 여기서부터 스토리 전개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죠. 멍청한 고등학생 죽이기 게임이 시작된 것입니다.

[지퍼스 크리퍼스 2]는 1편처럼 무서운 영화가 아닙니다. 지옥의 악몽처럼 어둠 속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왔던 1편의 크리퍼와는 달리 2편의 크리퍼는 관객들의 시선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편 재너 남매들과는 달리 그가 노리는 고등학생들은 별 호감이 안가는 재미없는 애들입니다. 피해자와 감정 이입이 되지 않으니 걔들이 죽거나 말거나 관객들은 신경쓰지 않게 되지요.

그러나 2편이 아주 재미없기만 한 속편인 건 아닙니다. 크리퍼는 덜 무서워졌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습니다. 그는 중세 교회 벽에 달라붙은 이무기처럼 노골적으로 그로테스크합니다. 애들 머리를 뽑아 자기 머리로 대체하거나 팔다리가 잘려나간 상태에서도 먹이감을 공격하기 위해 껑충거리고 차 안에 있는 희생자들을 잡아먹기 위해 마치 통조림이라도 되는 것처럼 차 지붕을 따는 이 괴물에겐 우리가 이전에 프레디 크루거한테서 느낄 수 있었던 그 유쾌한 사악함이 녹아 있습니다.

크리퍼가 전면에 나서자 액션이 더 그럴싸해지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의 액션은 생각외로 질이 괜찮습니다. 날아다니는 괴물을 상대하다보니 일단 차원이 하나 더해졌고 살바는 액션 구성에 대한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를 몇 개 가지고 있습니다.

따분한 등장인물들을 끌어가는 이야기 중에도 흥미로운 요소들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거의 노골적인 동성애 서브텍스트지요. 보통 장르 호러 영화에서 희생자 겸 눈요기감들은 대부분 여자들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이 역할들은 대부분 남자들에게 돌아갑니다. 웃통 벗고 몸매 자랑하는 건장한 남자애들이 괴물들에게 쫓기거나 살해당하는 거죠. 크리퍼가 얘들을 창문너머로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는 장면은 거의 노골적일 지경이에요.

이 영화에서 가장 짜증나는 인물인 스코트는 이 서브텍스트에 약간 일그러진 힘을 실어줍니다. 끝도 없이 게이 소문을 몰고다니는 스코트는 그 때문에 오히려 더 호모포빅처럼 행세하는 데 그게 어정쩡하게 영화의 내용과 연결되는 거죠. 크리퍼가 희생자를 점찍자 스코트는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찍힌 애들을 버스 밖으로 쫓아내자고 합니다. 하지만 스코트 자신도 크리퍼에게 찍혔다는 게 나중에 밝혀지죠!

아까도 말했지만 [지퍼스 크리퍼스 2]는 전편보다 나은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장르적인 쾌락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고 대부분 사람들도 그 정도 이상은 기대하지 않고 극장을 찾았을 거예요. 조금 더 강한 결말과 1편이 가졌던 불길함의 반만 갖추었어도 좋았겠지만요. (03/11/06)

DJUNA

기타등등

1. 전작의 남자 주인공이었던 저스틴 롱이 카메오로 나옵니다.

2. 크리퍼가 23년(물론 소수죠) 동안 땅속에서 잔다는 아이디어는 분명 매미한테서 얻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2편엔 그 증거가 나옵니다. 후반 장면에서 크리퍼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해 보세요.

3. 마리 델피노는 마한드라 델피노의 언니라는군요. 동생이 더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