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제임스 아이보리 James Ivory

주연
닉 놀티....토머스 제퍼슨
Nick Nolte....Thomas Jefferson
그레타 스카키....마리아 코스웨이
Greta Scacchi....Maria Cosway
사이몬 캘로우....리처드 코스웨이
Simon Callow....Richard Cosway
기네스 팰트로....패시 제퍼슨
Gwyneth Paltrow....Patsy Jefferson
탠디 뉴튼....샐리 헤밍즈
Thandie Newton....Sally Hemings
에스텔 이오넷....폴리 제퍼슨
Estelle Eonnet....Polly Jefferson
세스 길리엄....제임스 헤밍즈
Seth Gilliam....James Hemings

[대통령의 연인들]이라는 번역제는 제대로 된 게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토머스 제퍼슨은 아직 대통령이 아니었으니까요. [대통령의 연인들]의 무대는 1780년대 파리. 영화는 미국 대사인 토머스 제퍼슨이 파리에 도착하면서 시작하고 그가 국무장관으로 임명되어 미국으로 돌아갈 때 끝납니다.

영화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많습니다. 제퍼슨은 신대륙인 특유의 투박하고 솔직한 태도로 격동기의 프랑스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관찰합니다. 그러는 동안 저명한 화가 리처드 코스웨이의 아내 마리아와 찐한 관계를 나누고, 딸인 패시 제퍼슨과 미묘한 감정 대립에 휩싸이며, 흑인 노예 샐리 헤밍즈와 관계를 갖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영화가 다루려고 한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도입부만 보면 샐리 헤밍즈와 제퍼슨의 이야기 같습니다. 샐리 헤밍즈의 아들이 신문기자한테 토머스 제퍼슨과 어머니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주니까요. 하지만 정작 파리로 넘어가면 샐리 헤밍즈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헤밍즈는 1시간이 지나서야 등장하죠. 그 동안 제퍼슨은 마리아 코스웨이와 건설적인 연애 관계를 맺느라 바쁩니다.

그럼 영화는 홀아비 제퍼슨의 독신 생활에 대한 것일까요?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기엔 프랑스 역사가 너무 큰 비중으로 다가오니까요.

그렇다면 영화는 그냥 제퍼슨 영감의 파리 생활을 에피소드로 늘어놓은 것일까요? 아마 그런 것 같군요. 하지만 그렇게 보기엔 도입부와 결말이 지나칠 정도로 샐리 헤밍즈에 의존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몰라서 이리 저리 방황하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이 정체불명이에요. 그 때문에 심지어 기초적인 심리 묘사도 흔들립니다. 과연 제퍼슨이 샐리 헤밍즈를 사랑하고 있는 걸까요? 헤밍즈는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고요?

이런 어정쩡함은 영화를 지극히 위선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제퍼슨이 위선자처럼 보인다면 이상할 것은 없지만, 영화 자신도 어느 정도 제퍼슨식 위선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여요. 특히 샐리와 제임스 헤밍즈 남매에게 자유를 허락하는 제퍼슨을 보여주는 영화의 결말 부분은요.

남은 것은 부분부분의 묘사입니다. 영화의 풍속 묘사는 훌륭합니다. 머천트 아이보리 특유의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고요. 배우들도 잘 캐스팅 되었고 모두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닉 놀티는 사극에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오히려 그의 그런 성격 때문에 더 영화에 잘 어울리죠. 놀티의 제퍼슨은 당시 프랑스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미국인 상과 아주 흡사합니다. 우아함과 예절과는 거리가 멀지만 솔직하고 현실적인 남자 말이에요. 기네스 팰트로와 탠디 뉴튼이라는 젊은 두 배우를 관객들한테 소개했다는 공로도 인정해주어야 하겠고요.

[대통령의 연인들]은 흥미로운 부분이 꽤 많은 영화지만 지나치게 산만하고 줄거리의 방향이 없습니다. 머천트-아이보리 영화의 일반적인 수준을 생각해본다면, 그렇게 성공한 영화라고는 못하겠군요. (00/06/22)

DJUNA

기타등등

옥에 티 몇 개. 제퍼슨은 미터 단위로 천을 사는 데, 미터 법은 프랑스 혁명 이후에 나오지 않았나요? 그리고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지휘봉을 휘두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역시 19세기의 발명품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