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케빈 스미스 Kevin Smith

주연
벤 애플렉....올리 트링키
Ben Affleck....Ollie Trinke
라켈 카스트로....거티 트링키
Raquel Castro....Gertie Trinke
조지 칼린....바트 트링키
George Carlin....Bart Trinke
리브 타일러....마야
Liv Tyler....Maya
제니퍼 로페스....거트루드 스타이니
Jennifer Lopez....Gertrude Steiney
제이슨 빅스....아서 브릭먼
Jason Biggs....Arthur Brickman
스티븐 루트....그리니
Stephen Root....Greenie
마이크 스타....블록
Mike Starr....Block
윌 스미스....자기 자신
Will Smith....Himself

올리와 거티

[저지 걸]은 아주 독특한 케빈 스미스 영화입니다. 포스터에 찍힌 케빈 스미스의 이름만 보고 이 영화를 찾은 관객들은 굉장히 당황했을 거예요. 스미스는 이 영화에서 징그러울 정도로 정통적인 멜로드라마를 고집하거든요. 그답지 않게요.

영화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인 올리 트링키는 한 때 뉴욕에서 잘나가던 홍보업자였습니다. 하지만 딸 거티의 탄생과 함께 그의 삶은 엉망이 되어버리죠. 아내 거트루드는 아이를 낳자마자 죽고, 스트레스를 받아 한마디 내뱉은 실언 때문에 직장까지 잃었으니까요. 이제 그는 일곱살이 된 딸 거티와 함께 청소부인 아버지의 일을 거들며 뉴저지에 살고 있습니다.

올리와 거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일들만 골라서 일어납니다. 아직도 뉴저지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는 올리는 여전히 뉴욕의 연예계에 미련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다 그는 딸의 인생과 커리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되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토씨하나 빼먹지 않고 공식을 충실하게 따른 '발표회 결석' 클리셰입니다.

영화의 주제 역시 징그러울 정도로 장르적이고 단순합니다. 영화는 딸과 아버지가 속해있는 노동자 계급의 성실한 삶과 뉴욕 연예계의 호사스럽지만 공허한 삶을 대립항으로 놓고 주인공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합니다. 올리가 무엇을 선택하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어쩌다가 스미스가 이런 영화를 만든 걸까요? 그건 그가 조금 변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에겐 몇 가지 중요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결혼했고, 아이가 생겼고, 아버지가 죽었지요. 이런 과정을 밟는 동안 그가 조금 진지해지고 싶었던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케빈 스미스의 진솔한 경험이 자연스럽게 진부한 장르물의 공식에 빠져버린 건 거기까지가 그의 한계이기 때문입니다. 케빈 스미스는 똘똘하고 머리 좋은 대학생과 같은 사람입니다. 유머가 풍부하고 대사에 능숙하며 장르 규칙을 잘 알죠. 하지만 그가 영화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늘 조금씩 추상적이며 관념적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소란스럽게 가톨릭 신앙, 동성애, 미국 소비 사회와 소재들을 다루었지만, 다들 그렇게까지 깊이있는 접근은 아니었습니다. 모두 겉핥기로 빨리 배운 지식들을 머리로만 가지고 논다는 느낌이 강했지요.

그런 그가 진지해지고자 했습니다. 당연히 그의 장점들 중 상당 부분은 날아가버립니다. 야유는 사라지고 유머는 얌전해지지요. 그렇다고 그가 장르 공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것들을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그는 영화 속에서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 결과 그의 고민은 모두 할리우드 영화의 공식에 그대로 대입됩니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스미스의 진정성을 저울질하게 됩니다. 우린 딸의 학교 발표회에 참가하기 위해 뛰어가는 주인공의 모습 속에서 무엇을 보는 것일까요? 진부한 공식 속에 녹아든 진지한 드라마입니까, 아니면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들처럼 대중 문화의 한 조각을 해석없이 정교하게 옮긴 팝 아트입니까?

답은 관객들에 따라 다르겠지요. 그래도 케빈 스미스가 이 대놓고 진부한 공식을 꽤 성실하고 능숙하게 만든 것은 사실입니다. 똑똑한 거짓말쟁이의 수다같았던 전작들과는 달리, [저지 걸]에서는 어느 정도 투박한 진실성이 느껴집니다. 포르노나 자위행위, 기저귀를 테마로 하는 농담과 진지한 감정을 섞는 이 사람 특유의 잔재주 역시 아주 나쁘지는 않습니다. 벤 애플렉이 아카데미상감의 연기를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가 거티 역의 라켈 카스트로, 아버지 역의 조지 칼린, 비디오 가게 점원 리브 타일러와 나누는 교류는 상당히 좋습니다. 배우들은 다들 어느 정도 어깨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스토리 속에 녹아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지 걸]은 여전히 미완의 작품입니다. 아마 케빈 스미스에게 이 영화는 미개척지에 그가 내딛는 첫번째 발자국일지도 모르겠습니다. (04/04/16)

DJUNA

기타등등

제이슨 리와 맷 데이먼의 카메오가 나온다는 건 다들 예측하실 수 있으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