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재용

주연
조현재....남자
이소연....여자

조현재와 이소연

이재용의 [사랑의 기쁨]은 SF입니다. 영화가 소재로 삼고 있는 건 꽤 편리할 듯한 미래의 서비스인데, 이걸 이용하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타인과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 것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서비스의 기한이 종료되면 그 감정 역시 사라지고 말아요. 미래에도 멀쩡하게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는 다음 검색을 통해 이 서비스에 접속한 남자 주인공은 전에도 같은 방법으로 사랑을 나눈 적 있는 여자 주인공과 데이트를 하고 잠자리를 같이 하다 서비스가 끝나자 헤어집니다.

[사랑의 기쁨]의 주제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대중적인 지혜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다들 이 감정의 달콤하고 좋은 부분만 떼어먹고 싶겠지만, 여기서 관계맺기의 불편함이나 실연의 위험성과 같은 부작용들을 지워버리면 공허함만 남는다는 거죠. 하긴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재미도 없고 맛도 없을 거예요. 단맛만 있는 과자처럼 말이죠.

물론 이런 식의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듯, 영화는 분명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소망 성취의 판타지처럼 보입니다. 화면 위에 그려지는 둘의 인공적인 관계는 썩 좋아보이니 말이에요.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공허하다고 가르쳐도 이렇게 맺고 끊는 게 분명한 관계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고요. 그래도 영화는 주제를 배반하는 일 없이 원래 그리려고 했던 이야기의 차가운 우울함을 꽤 깔끔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 가느다란 스토리보다 이 영화의 주제를 더 잘 살린 건 차갑고 발달된 근미래의 분위기를 그럴싸하게 살린 인테리어와 시각적 스타일입니다. 역시 교과서적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잘 되어 있다면 불평할 이유가 없죠. 이재용의 '고급스러운' 스타일과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04/11/08)

DJUNA

기타등등

드디어 다음 검색 필름 페스티벌의 다섯 작품을 다 보았습니다. 전 [나의 새 남자친구]가 가장 좋더군요. [사랑의 기쁨]은 그만큼 귀엽진 않았지만 완성도는 만족스러웠고요. 하지만 [빽]과 [털]은 조금 미진했고 [레드 아이]는 평범한 호러 영화의 평범한 예고편 같았습니다. 이 결과는 조금 아쉬운데, 충분히 과격하게 막 나갈 수도 있었던 디지털 단편 영화라는 장르를 고려해보면, 성공작들이 지나치게 모범적인 영화들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