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필 모리슨 Phil Morrison

주연
엠베스 데이비츠....매들린
Embeth Davidtz....Madeleine
에이미 애덤스....애슐리 존스틴
Amy Adams....Ashley Johnsten
알레산드로 니볼라....조지 존스틴
Alessandro Nivola....George Johnsten
스코트 윌슨....유진 존스틴
Scott Wilson....Eugene Johnsten
실리아 웨스턴....페그 존스틴
Celia Weston....Peg Johnsten
벤자민 맥켄지....조니 존스틴
Benjamin McKenzie....Johnny Johnsten
프랭크 호이트 테일러....데이빗 와크
Frank Hoyt Taylor....David Wark

애슐리

필 모리슨의 [준벅]은 아웃사이더 아트를 전문으로 하는 시카고의 아트 딜러 매들린이 우연히 파티에서 조지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서 시작됩니다. 6개월 뒤, 매들린은 데이빗 와크라는 흥미로운 화가의 작품을 화랑에 전시하려 하는데, 우연히도 그 화가는 남편의 고향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시댁 사람들도 만나볼 겸, 매들린은 남편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노스 캐롤라이나로 내려갑니다.

[준벅]은 굉장히 잔인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약간 스노브 기질이 있는 대도시 출신 아트 딜러가 바이블 벨트의 예수쟁이들과 며칠 동안 한 집을 쓴다는 이야기거든요. 입장에 따라 한쪽이나 양쪽 모두가 엄청 깨지는 블랙 코미디가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죠.

실제로 영화는 종종 과장과 희화를 아슬아슬한 지점까지 끌어갑니다. 자폐인 화가 데이빗 와크가 바로 그 점 근방에서 비틀거리고 있지요. [준벅]은 결코 캐릭터들의 어리석음과 단점들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모두 잡아 하나씩 번호표를 달아준 뒤 몽땅 스크린 밖으로 끄집어내고 있지요. 이 영화의 드라마와 코미디는 모두 그 번호표를 단 인간적 단점들에 의해 진행됩니다.

하지만 [준벅]은 결코 잔인한 영화가 아닙니다. 심지어 풍자극도 아니에요. 영화는 친절하고 따뜻하며 이해심이 풍부합니다. 캐릭터들의 단점들을 전혀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그래요. 여기에 [준벅]이라는 영화의 차별성이 있습니다. 영화는 사람들의 단점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을 자연스러운 인간혐오로 끌어가는 대신 인간조건의 어쩔 수 없는 한계로 받아들이고 그 단점까지 끌어안습니다.

그 때문에 영화의 코미디는 훨씬 현명합니다. 예를 들어 매들린이 동네 사람들의 진지한 신앙에 얼이 빠지는 장면과 같은 것들은 남부 사람들에 대한 뻔뻔스러운 야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영화는 판단을 미루고 조용히 객관성을 유지하며 매들린이 대표하는 도회지 문화와 바이블 벨트의 마을 사람들을 몽땅 포함하는 보다 역동적이고 큰 그림을 그려내지요.

종종 영화는 캐릭터들의 장점과 단점을 하나의 시퀀스 안에 섞어서 담아내기도 합니다. 조지의 동생 조니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미어캣 다큐멘터리를 녹화하려다 기계를 다룰 줄 몰라 욕을 퍼붓다가 그 소리를 듣고 아래층으로 내려온 임신한 아내 애슐리에게 폭언을 하는 장면이 그래요. 이 설명만 들으면 굉장히 못난 남자같죠? 그렇긴 합니다만, 그가 그 다큐멘터리를 녹화하려 한 건 순전히 그가 아내 애슐리가 그 동물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파국으로 끝난 매들린의 조니 숙제 도와주기 에피소드도 시작은 선의로 충만되어 있습니다.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이들의 집은 주인공들의 엇갈리는 감정과 선입견을 적절하게 섞어 독특한 칵테일을 만들어 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매들린이 아니라 애슐리입니다. 짜증날 정도로 선량하고 사랑스러운 것을 빼면 단점이 거의 없는 이 인물은 영화의 축 아닌 축입니다. 애슐리는 이 영화의 드라마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 힘이 거의 없지만 그런 식으로 존재하며 자신을 포함한 모든 가족 구성원들의 행동과 감정을 새로 정의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애슐리는 영화사상 가장 사랑스러운 자위행위 장면의 주인공이기도 하답니다.

기본적으로 [준벅]은 슬픈 영화입니다. 아무리 영화가 캐릭터들을 따뜻하게 보듬는다고 해서 그들의 단점을 치유하고 새 갈 길을 마련해주는 건 아니죠. 영화가 끝날 무렵이면 주인공들은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던 길들을 걷고 중간에 생긴 상처는 여전히 남습니다. 영화가 해줄 수 있는 건 멀찌감치 서서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난 너희들을 이해해"라고 말하는 것밖에 없어요. 하지만 영화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성취하길 기대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07/06/06)

DJUNA

기타등등

원래 매들린 역으로는 코니 닐센이 캐스팅되었다고 하더군요. 엠베스 데이비츠는 닐센이 물러난 뒤 허겁지겁 대타로 들어온 모양입니다. 데이비츠는 이 영화에서 남아프리카 악센트를 감추지 않고 있는데, 그 때문인지 어렸을 때 아프리카에서 자랐다는 설정이 추가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