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게리 플레더 Gary Fleder

주연
모건 프리먼....알렉스 크로스
Morgan Freeman....Alex Cross
애슐리 저드....케이트 맥티아난
Ashley Judd....Kate Mctiernan
캐리 엘위스....닉 러스킨
Cary Elwes....Nick Ruskin
알렉스 맥아더....데이비 사익스
Alex McArthur....Davey sikes
토니 골드윈....윌 루돌프
Tony Goldwyn....Will Rudolph
제이 O. 샌더스....카일 크레이그
Jay O. Sanders....Kyle Craig
빌 넌....샘슨
Bill Nunn....Sampson
브라이언 콕스....해트필드 서장
Brian Cox....Chief Hatfield
리처드 T. 존스....세스 새뮤얼
Richard T. Jones....Seth Samuel
로마 마피아....루코 박사
Roma Maffia....Dr. Ruocco
제레미 피븐....헨리 카스틸로
Jeremy Piven....Henry Castillo
지나 라베라....나오미 크로스
Gina Ravera....Naomi Cross
윌리엄 콘버스-로버츠....윅 삭스 박사
William Converse-Roberts....Dr. Wick Sachs
헬렌 마틴....나나 크로스
Helen Martin....Nana Cross
타티아나 알리....자넬 크로스
Tatyana Ali....Janell Cross

1.

워싱턴 D.C.의 경찰 심리학자인 알렉스 크로스는 조카인 나오미가 납치되자, 노스 캐롤라이나의 더램으로 날아가 수사를 시작합니다. 크로스는 이 사건의 주범 '카사노바'가 단순한 연쇄살인범이 아닌 '여자 수집광'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마침 범인에게 납치되었다가 탈출한 의사인 케이트 맥티어넌의 증언도 그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요. 둘은 같이 범인을 쫓기 시작하고 마침내 드러난 범인의 정체는...

2.

제임스 페터슨의 원작 소설은 어디에서인가 번역이 되어 있다고 하는데 읽어본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읽을 생각도 별로 없군요. 영화와 다른 부분이 몇 있다고 하지만 그걸 애써 확인할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키스 더 걸]은 안전한 장르물입니다. 시리즈 탐정과 영리한 범죄자, 연속적인 범죄를 통해서 사건에 접근해나가는 과정은 이미 이 장르를 통해 여러 작품들이 테크닉을 닦아놓았지요. 따라서 장르를 따라간다는 것은 진부해진다는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안정된 작품을 낼 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하지만 [키스 더 걸]이 과연 그렇게 모범적으로 규칙을 따라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불만이었던 이유는 영화가 장르 안에 안주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장르의 규칙을 너무 불안정하게 따라갔다는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데이빗 클라스의 각본에(또는 제임스 페터슨의 원작에) 문제가 있었음은 분명합니다.

가장 불만이었던 점을 하나 들어보죠. 더램의 숲 속에서 희생자의 시체가 발견되고 납치되었던 케이트가 그 근처에서 구조되었으며 범인이 수집광이라면 그 숲 어딘가에 아지트가 있음은 자명합니다. 그렇다면 경찰이 대규모의 수색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애당초부터 아지트 수색을 거의 무시하고 (수색하긴 했는데 발견을 못했답니다) 한참 뒤에 케이트가 물 흐르는 소리를 다시 기억해내자 다시 숲 속에 뛰어들어 얼렁뚱땅 아지트를 발견해내죠. 그렇게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면 왜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죠. 분명 그 아지트엔 전기가 있었고(선을 끌어들였건 자가 발전이었건) 심지어 인터넷까지 가능했으니 발견하기는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단 말입니다 (소설에 나름대로 핑계가 제시되어 있다면, 읽으신 분이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게 유일한 문제점은 아닙니다. 그렇게 영리한 범죄자라면 왜 자기 필적을 그렇게 쉽게 노출시켰는지, 그렇게 노골적인 시간에 살인을 했는데도 어떻게 카사노바가 알리바이를 조작할 수 있었는지 기타 등등 기타 등등이 전혀 설명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무성의했다고 할 수 밖에 없어요.

3.

범인도 불만스럽습니다. 이 영화는 범인에 대해 그리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사실 꼭 그럴 필요도 없긴 하지요. [양들의 침묵]도 제이미 검에 대해 별로 알려주는 게 없지만 영화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키스 더 걸]은 범인의 그림자에 상당한 무게를 주고 범인 정체를 드러내는 깜짝쇼까지 준비해 놓았으니 나름대로 범인의 무게에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살인범은 정체가 밝혀진 뒤에도 흐릿하기 짝이 없거든요.

범인을 연기한 배우(누구인지는 예의상 말하지 않기로 하고)에 기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도 같지만, 생각해보면 깜짝쇼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범인을 쌓아올리는 노력을 하지도 않은 각본에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깜짝쇼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범인의 정체가 관객들을 놀래키지 못한다고 해도 반전 자체는 분명 극의 구조상 극적 기능을 수행해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키스 더 걸]은 깜짝쇼를 결말 근처에 놓기만 했지 그 쇼를 정성껏 구성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4.

그렇다고 [키스 더 걸]에게 나쁜 점만 있다는 건 아닙니다. 물론 가장 좋은 요소는 모건 프리먼과 애슐리 저드라는 재능있는 두 배우들입니다. 모건 프리먼은 분명 [세븐]의 서머셋 형사를 그대로 다시 연기하고 있는데, 그때보다 좀 안전한 연기지만 이번에도 좋습니다. 애슐리 저드도 잘하는 편이고요.

게리 플레더가 숲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더램의 숲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무대로도 훌륭하게 기능합니다. 케이트가 탈출할 때는 정신없게 조합된 미로로, 크로스가 두 살인범들을 쫓을 때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덫으로 숲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영화 전체에 깔려 있는 노스 캐롤라이나의 담담한 분위기도 좋았고요.

5.

원작에서는 알렉스 크로스가 30대 후반으로 모건 프리먼보다 훨씬 젊고 케이트 맥티아난과는 거의 애인 관계로까지 발전한다는군요. 따라서 이 영화가 인종간의 연애를 금기시하는 헐리웃의 불문법에 말려들었다는 말은 맞는 것 같습니다. :-)

그러나 제작사 쪽도 핑계는 있습니다. 영화 속의 알렉스 크로스가 [세븐]의 서머셋 형사를 복제 재생산하려는 시도였던 것 역시 자명하고 그렇게 되면 케이트 맥티아난과의 연애도 쓸 수가 없었던 것 역시 당연하니까요.

저희는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솔직히 말해 상업적으로 삽입되는 러브 인터레스트에 약간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저희들은 그런 데에 간섭받지 않는 편이 더 좋습니다. 헐리웃의 인종차별적 규약이 우리한테 엉뚱한 이득을 주는 거죠. 기분이 묘해지는군요. (97/11/20)

D&P

기타등등

원작을 읽은 어떤 분이 나중에 메일을 보내주셨더군요. 소설 속에서도 쓸만한 핑계는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