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알렉스 프로야스 Alex Proyas

주연
니콜라스 케이지....존 케슬러
Nicolas Cage....John Koestler
챈들러 캔터베리....카일렙 케슬러
Chandler Canterbury....Caleb Koestler
로즈 번....다이애나 웨일랜드
Rose Byrne....Diana Wayland
D.G. 말로니....낯선 자
D.G. Maloney....The Stranger
라라 로빈슨....루신다 임브리 / 애비 웨일랜드
Lara Robinson....Lucinda Embry / Abby Wayland
나디아 타운센드....그레이스 케슬러
Nadia Townsend....Grace Koestler
앨런 호프굿....케슬러 목사
Alan Hopgood....Rev. Koestler

다이애나와 존

알렉스 프로야스의 [노잉]은 꼭 M. 나이트 샤말란의 영화처럼 시작합니다. 예의바른 중산층 사람들에게 신비스러운 일이 일어나고 그와 함께 차갑고 오싹한 공포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것이죠.

이 영화에서 그 공포의 대상은 타임캡슐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카일렙이라는 소년이 50년 전에 묻은 타임캡슐에 담겨 있던 편지를 받습니다. 다른 편지에는 로봇이나 우주선을 그린 그림들이 들어있었는데, 이 편지는 좀 엉뚱했어요. 앞뒤에 정체모를 숫자들이 빽빽하게 쓰여 있었지요. MIT의 대학교수인 아버지 존은 우연히 이 편지가 9/11 테러 사건을 예언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조사에 들어가는데, 알고 봤더니 이 편지는 지난 50년 동안 지구상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대재앙을 예언하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진짜로 무서웠던 건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입니다. 그게 뭔지는 예고편만 봐도 알 수 있지요.

[노잉]의 도입부는 단순하지만 매력적입니다. 예언은 언제나 흥미로운 소재잖아요. 그것이 전인류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면 더욱 그렇고. 사건은 신비스럽고 결과는 어마어마하며 그 사이에서 엄청난 미스터리와 고민과 스트레스가 발생합니다. 모두 적절한 페이스만 유지해도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재료죠. 그리고 정말 영화는 흡인력이 있습니다. 영화 끝까지 그래요. 문제는 영화가 끝난 뒤에 투덜거릴 관객들 역시 많을 거라는 것이죠.

영화의 문제는 기본 아이디어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편지가 예고하는 미래는 너무나도 거대해서 주인공이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가 없어요. 사실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단편이라면 그냥 해결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되겠지만 [노잉]은 특수효과를 잔뜩 쓴 할리우드 장편 상업영화이니 그럴 수도 없어요. 어떻게든 이 모든 사건에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겁니다.

영화가 선택한 건 기독교를 가미한 신비주의입니다. 하지만 이 신비주의는 그렇게 잘 먹히지 않습니다. 이런 게 먹히려면 우리가 알 수 없는 고차원의 의미가 저편에 존재한다는 확신을 관객들에게 심어줄 수 있어야 하지요. 하지만 아무리 프로야스가 ‘속삭이는 사람들’의 정체를 숨기려 해도 이들의 의도는 너무 뻔하고 그 안에 대단한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보니 이들의 행동은 그냥 어색하고 또 그만큼 비능률적으로 보이죠. 에리히 폰 데니켄식으로 성서를 재해석하려는 시도 역시 그리 매력적이지 않고 종교와 과학의 화해를 시도하려는 서툰 의도 역시 성공하지 못하고 있지요. 영화는 그럭저럭 좋게 끝나긴 하지만 관객들은 맥이 풀릴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노잉]이 썩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아마 결말에 대한 큰 기대 없이 영화를 봤기 때문에 더욱 그럴지 모르겠어요. 이건 결말을 아는 평범한 원작의 괜찮은 각색물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 노골적인 한계 안에서도 이 정도까지 이야기를 끌어갔다면 잘한 거죠. 게다가 기술적으로 좋은 장면들이 많아요. 특히 재난 묘사는 뛰어납니다. 관광 명소 파괴로 일관하는 다른 재난 영화들과는 달리, 영화는 무너지는 건축물 대신 그 안에서 두려워하고 고통 받고 죽어가는 사람들에 더 집중하고 있지요. 아, 마르코 벨트라미의 음악도 좋아요. (09/04/08)

DJUNA

기타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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