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누도 잇신 Isshin Inudo

주연
시바사키 코우....사오리
Kou Shibasaki....Saori
오다기리 죠....하루히코
Jo Odagiri....Haruhiko
타나카 민....히미코
Min Tanaka....Himiko

하루히코와 사오리

[메종 드 히미코]에서 히미코는 여자가 아니라 암으로 죽어가는 게이 남자입니다. 이 사람은 가족을 버리고 게이바 마담이 되었다가 나이가 들자 바를 닫고 전재산을 털어 해변가의 호텔에 게이 양로원을 차렸지요. 메종 드 히미코는 그 양로원의 이름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히미코가 아닙니다. 히미코가 버린 딸인 사오리지요. 사오리는 엄마와 자길 헌신짝처럼 버린 아빠를 결코 용서 못 하는 호모포브인데, 어느 날 히미코의 남자친구인 하루히코가 그 사람을 찾아오죠. 돈은 넉넉하게 줄 테니 양로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 아르바이트를 하라고요. 정말 아빠 따윈 보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돈이 웬수라, 사오리는 어쩔 수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사오리와 히미코의 관계는 조금 회복됩니다. 처음엔 서먹서먹했던 양로원 게이 할아버지들과 사오리의 관계도 영화가 끝날 무렵엔 상당히 괜찮아지고요. 젊고 예쁜 하루히코에게 연정을 품는 바람에 사오리가 호모포브에서 패그해그로 전환한다는 이야기도 해야 합니까?

정직하게 말하면, [메종 드 히미코]는 궁극적인 패그해그 판타지입니다. 할아버지들과 아빠는 어떻게 보면 알리바이를 대주기 위한 도구예요.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멀쩡하게 잘 생긴 남자가 자길 좋아해주기도 하는데, 육체적으로 맺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거죠. (핑계 좋고!)

영화 대부분은 이 아른아른한 판타지를 위한 분위기 잡기에 할애됩니다. 그 때문에 정작 이 노인네들에게 닥친 경제적 위기나 주변의 호모포비아와 같은 구체적인 문제점들은 도식적으로 그려진 경향이 강해요. 이 영감님들은 사오리의 응답없는 로맨스가 흘러가는 동안 뒤에서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춤추는 코러스 걸들입니다.

그러나 모든 영화가 구체적인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법은 없죠. 정직하기만 해야 한다는 법은 더욱 없고. 맘을 열고 편하게 즐길 준비를 한다면, [메종 드 히미코]의 애조 띤 분위기도 괜찮습니다. (06/01/11)

DJUNA

기타등등

왜 다들 사오리를 못 생겼다고 구박하는지 모르겠군요. 루비 할아버지가 그럴 때는 성질 고약한 게이 영감탱이의 말버릇이려니... 하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더군요. 사오리 정도의 외모가 그렇게 구박 받을 정도라면 평범하거나 진짜로 못 생긴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