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카트린느 코르시니 Catherine Corsini

주연
엠마누엘 베아르....나탈리
Emmanuelle Béart....Nathalie
파스칼 뷔시에르....루이즈
Pascale Bussières....Louise
다니 레비....마티아스
Dani Levy....Matthias
장-피에르 칼퐁....월터 아마르
Jean-Pierre Kalfon....Walter Amar
사미 부아질아....니콜라
Sami Bouajila....Nicolas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루이즈와 나탈리

듀나 카트린느 코르비니의 [리허설 La Répétition]은 루이즈와 나탈리라는 두 친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둘은 어린 시절부터 같이 자랐고 대학 때까지 친구였지만 갑작스러운 루이즈의 절교로 그들의 관계는 끝장납니다.

10년 뒤, 그들은 아비뇽의 한 극장에서 다시 만납니다. 치과 기공사인 루이즈는 같은 일을 하는 니콜라라는 남자와 결혼했고, 배우가 된 나탈리는 남자 친구인 극작가 마티아스의 희곡을 무대에 올리고 있습니다.

그 순간부터 조용했던 그들의 관계는 다시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다시 나탈리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하는 루이즈는 조금씩 친구의 삶에 간섭하기 시작해요. 결국 루이즈는 남편을 떠나, 남자 친구와 결별하고 베데킨트의 [룰루] 주연 자격을 따낸 나탈리와 동거를 시작합니다. 그러는 동안 둘의 관계는 점점 비틀려 가고...

파프리카 ...네, 그리고 징그러울 정도로 프랑스식 스토리가 진행되지요.

듀나 어떤 게 징그러울 정도로 프랑스적인 스토리인데요? 지나치게 심리 묘사 위주란 말인가요?

파프리카 흠... 적어도 [리허설]은 제가 '프랑스식 의사(擬似) 레즈비언 영화'라고 부르는 종류의 작품이에요. 있잖아요. [셀린느와 줄리의 보트 여행]이나 [첫눈에 반해서] 같은 영화들요. 레즈비언 로맨스에 나오는 모든 감정 요소들은 다 있는데 두 주인공들은 여전히 스트레이트인 거예요.

듀나 정말 둘이 스트레이트인지는 모르겠군요.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첫눈에 반해서]와는 달리 루이즈와 나탈리 사이의 상당히 강도 높은 섹스신이 있습니다.

파프리카 아, 그게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죠. 이 영화에서는 루이즈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습니다. 그저 루이즈는 나탈리에게 푹 빠져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봐요. 서른이 훌쩍 넘은 사람이 어린 시절 친구와 섹스까지 했는데, 그러는 동안 자기 자신의 성적 취향에 대해 돌이켜 보지 않는 게 과연 정상적일까요?

듀나 루이즈는 결코 정상적인 캐릭터는 아니니까요. 사실 루이즈가 나탈리에게 품고 있던 감정이 성적이었는지도 확신할 수 없어요. 오히려 루이즈는 자기가 못 이룬 꿈을 딸을 통해 이루려는 엄마 같아 보인답니다. 어딘지 모르게 살리에리 풍이기도 하고요. 대학 장면을 봐요. 루이즈는 연극에 굉장히 열심이었지만 늘 건성이고 놀기 좋아하던 나탈리보다 못한 배우였죠. 결국 물려받은 재능이 없는 루이즈의 예술적 희망은 나탈리뿐입니다. 그리고 나탈리의 성공을 통해 자신이 만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나탈리를 소유해야만 해요. 루이즈가 나탈리의 주변 사람들에게 격렬한 질투심을 느끼는 것도 이렇게 설명할 수 있지요.

파프리카 그리고 그 예술적 야망을 위해 루이즈가 나탈리에게 마련해주는 작품은 베데킨트의 [룰루]지요. 당연히 [룰루]는 루이즈와 나탈리의 관계를 반영합니다. 루이즈는 게쉬비츠 백작 부인이에요. 자기한테 관심도 주지 않는 여자를 미친 듯 사랑하지요. 나탈리는 룰루고요. 별 생각없이 가볍게 행동하는 사람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죠.

[룰루] 리허설

듀나 나탈리는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는 걸 모르고 있어요. 리허설 중 쇤 박사의 약혼녀에게 보낼 편지를 룰루가 불러주는 장면은 그래서 재미있죠. 연출자인 아마르는 계속 나탈리에게 의식적으로 연기를 하지 말고 그냥 대사를 낭송하라고만 해요. 나머지는 그녀 자신의 존재감이 해결해준다고요. 하지만 나탈리는 늘 의식적인 '예술가'로서 거기에 무언가를 더하려 하지요. 나탈리가 이성적인 해석을 접고 자기 자신을 투영하는 그 순간 룰루는 완성됩니다.

파프리카 그런 걸 보면 나탈리는 예술적인 꼭둑각시나 다름 없어요. 루이즈, 마티아스, 아마르... 모두 나탈리를 조종하면서 자신을 그 안에 투영하려고 하지요.

듀나 [룰루]에 나오는 룰루의 연인들도 비슷한 이유로 파멸한 것이 아닐까요?

파프리카 정작 무대 장면은 별로 없네요. 영화에서는 맨 마지막 룰루가 잭 더 리퍼에게 살해당하는 장면만 나오죠.

듀나 근데 살해 장면의 무대가 야외더라고요. 연극 전체를 보지 않았으니 어떤 해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파프리카 그리고 게쉬비츠 백작 부인의 마지막 외침은 어디에 있는 거죠?

듀나 파브스트의 영화에서도 게쉬비츠 부인은 마지막에 등장하지 않잖아요.

파프리카 그거야 20년대 영화니까요. 그 사람의 마지막 절규가 없으면 연극이 끝난 것 같지 않아요. 베르크의 오페라를 다시 꺼내 들어야 할까봐요.

듀나 [룰루] 공연 이후의 후반부가 조금 사족 같지 않아요?

파프리카 아, 전 루이즈가 침대에서 굴러 떨어진 나탈리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끝났으면 했어요. 뒤는 정말 군더더기였어요. 하지만 이 영화의 각본에는 쓸데 없는 군더더기가 꽤 됩니다. 특히 마티아스는 중반 이후엔 나올 필요가 없었어요. 재미없는 형식적인 도구였죠. 전체적으로 더 다듬어질 수 있었던 각본이라고 생각해요.

듀나 각본보다는 배우가 더 좋은 영화였죠. 베아르와 뷔시에르 모두 참 잘 캐스팅된 배우들이었어요.

파프리카 뷔시에르가 이전에도 프랑스 영화에 출연한 적 있었던가요? 이게 처음이라면 '중심 세계'로 진입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듀나 글쎄요. 하여간 좋은 연기였어요. 지금까지 본 이 사람의 연기 중 가장 인상이 강했으니까요. (01/06/28)

D&P

기타등등

맹장염인데도 스트레스 때문인 줄 알고 일주일씩이나 참고 버티다니... 나탈리도 정말 고생이 심했을 거예요. 당해봐서 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