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Lian suo (1967) * * *
감독
엄준
Jun Yan
주연
이청....연쇄
Ching Lee....Lian suo
이려화....양우외
Li Li-Hua....Yang Yue W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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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와 양우외 |
[연쇄 連瑣]는 중국 사람들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여자 귀신과
인간 남자의 로맨스입니다. 물론 원작은 [요재지이]의
동명단편이고요.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영화의 남자주인공인 양우외는 한마디로 쫓기는 정치범입니다.
부패한 지방관리의 비리를 고발하기 위한 글을 써서 황제에게
올리려는 그는 그 동안 숨을 곳을 찾다가 정혼자의 양아버지를
찾아갑니다. 미래 장인이라는 사람은 양우외를 내쫓지만, 그는 다행히도
그 집 늙은 하인의 도움으로 근처 버려진 서재에 머물게 됩니다.
그런데 그 서재엔 연쇄라는 아리따운 여자 귀신이 머물고
있었답니다. 양우외와 연쇄는 사랑에 빠지지만 물론 장애는
많습니다. 죽은 뒤에도 연쇄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귀신도 문제지만, 일단 둘은 인간과 귀신이니 설정부터
쉽게 맺어질 수 없는 거잖아요.
이 기본 설정은 [요재지이]의 설정과 조금 다릅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어가기 위해 자잘한 디테일들을 덧붙였죠.
원작엔 정치범 설정은 나오지 않습니다. 연쇄의 사연은
영화 쪽이 더 애처롭고, 턱에 난 사마귀만 빼면
연쇄와 똑같이 생겼지만 성질이 나쁜 인간 동생도 영화에만
나옵니다. 그리고 [요재지이]를 각색한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남자 주인공이 훨씬 순정파죠.
그러나 기본적으로 인간과 귀신의 중국식 로맨스라는
설정은 바뀌지 않습니다. 이 영화가 그리는 연쇄와 저승세계는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귀신들은 지상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타락해 있고 사랑받거나 부상당할 수 있는 육체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죽기까지 합니다. 이런
설정 덕택에 귀신 이야기의 차가움이 조금 줄어들고 두 연인의
로맨스가 훨씬 귀엽게 와 닿습니다. 둘을 맺어주기 위해
도입한 해결책은 좀 오싹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요.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어요. 클라이막스를
만들기 위해 액션이 추가될 필요가 있긴 했겠지만...
[연쇄]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영화입니다.
일관성 있는 걸작은 아니지만 잡다한 장난감들이 담긴
상자 같아요. 어떤 사람들이 먼저 지적한 것 같은데,
이 생기발랄한 로맨스가 서극의 [천녀유혼]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적어도
산자와 죽은자가 뒤섞이는 후반부는 락체 주연의
[천녀유혼]보다 훨씬 서극답거든요.
캐스팅에 대해 한 마디.
노래가 하나 나오고 뒤에 등장하는 도사가 약간의
뮤지컬 분위기를 제공하긴 하지만 [연쇄]는 황매극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는
남자주인공 역에 여자 배우인 이려화를 기용하고
있어요. 능파와 비교해서 어떠냐고요? 글쎄요.
오히려 게이 서브텍스트가 더 부푼 것 같습니다.
능파는 순진무구한 어린 소년과 같지요. 하지만
이려화는 아무리 남자 분장을 해도 성숙한
중년 여성처럼 보이는 걸요. 그 때문에 이청과
이려화가 연인처럼 구는 장면은 분위기가
참 묘합니다.
(06/01/05)
DJUNA
기타등등
글자들이 조금 이상해 보이는 건 순전히
유니코드로밖에 쓸 수 없는 한자 때문이니
당황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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