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티브 마이너 Steve Miner

주연
브리짓 폰다....켈리 스코트
Bridget Fonda....Kelly Scott
빌 풀먼....잭 웰즈
Bill Pullman....Jack Wells
올리버 플랫....헥터 사이어
Oliver Platt....Hector Cyr
브랜든 글리슨....행크 키어 보안관
Brendan Gleeson....Sheriff Hank Keough
베티 화이트....들로레스 비커먼 부인
Betty White....Mrs. Delores Bickerman

대부분 헐리웃 사람들은 영화를 진짜 일로 여기고 텔레비전을 부업으로 생각하지요. 하지만 생각이 완전히 반대로 돌아간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 영화의 작가이자 제작자인 데이빗 E. 켈리입니다. 이 사람은 지금까지 두 편의 영화에 관여했습니다만, 그 영화들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가 [프랙티스]나 [앨리의 사랑 만들기]에 쏟는 만큼의 애정의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심심한데 시즌 중간에 영화나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짬짬이 만든 것 같아요.

[플래시드]는 좋게 말하면 무심하고 나쁘게 말하면 무성의한 호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메인주의 블랙 호수라는 곳에 나타난 식인 악어를 잡으려는 사람들의 모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호러 영화들이 필수적으로 깔아야 하는 것은 무엇이죠? 바로 허세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동물들은 그냥 동물이어서는 안됩니다. 엄청난 괴물이어야 하지요. 그런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악어는 그냥 악어입니다. 좀 큰 편이지만, 그렇다고 비정상적으로 큰 괴물은 아니지요. 그렇다고 영화에 짐승과 인간의 엄청난 사투가 벌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 영화의 해결책은 이런 종류의 호러 영화에 맞지 않을 정도로 이성적이니까요. 영화는 괴물의 장엄한 최후로 클라이맥스를 끌어낼 생각은 하지도 않습니다.

감독인 스티브 마이너의 과거 전력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순수한 켈리 식 영화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마이너의 입김은 그렇게 크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켈리는 호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플래시드]도 호러로 위장했을 뿐 켈리 특유의 무덤덤한 코미디지요. 사람들의 몸이 잘려나가고 곳곳에 동강난 시체가 발견되지만, 이런 요소들은 켈리 식 코미디의 무덤덤함을 강조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지요. [플래시드]의 대부분은 전형적인 켈리 식 캐릭터들이 툴툴거리며 수다를 떠는 장면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몇몇 캐릭터들은 그의 텔레비전 쇼에서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브리짓 폰다가 연기한 켈리 스코트인데, 앨리 맥빌이 변호사가 되는 대신 고생물학자가 되었다면 아마 켈리처럼 굴었을 겁니다. 호숫가에 사는 괴상한 할머니 들로레스 비커만 부인도 언젠가 앨리네 사무실에 등장할 법한 괴짜 의뢰인으로 보이고요.

켈리의 무표정한 코미디로 그의 무심한 호러가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글쎄요. 만약 이 영화가 [앨리의 사랑 만들기]의 여름 스페셜이었다면 전 쉽게 용서했을 겁니다. 그러나 영화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보다 조금 더 바라기 마련이지요. [플래시드]는 독립된 극장용 영화치고는 너무 얌전합니다. 아무리 소품으로 만들었어도 조금 더 신경을 쓰는 편이 좋았을 걸 그랬어요. (99/12/07)

DJUNA

기타등등

언젠가 브리짓 폰다가 앨리 맥빌 역을 제의받았지만 거절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습니다. 예전에는 앨리 역을 하는 브리짓 폰다의 모습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니 대충 어떤 모습이었을지 짐작하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