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관금붕 Stanley Kwan

주연
후 준....한동
Hu Jun....Handong
류 예....란 위
Liu Ye....Lan Yu
수 진....진핑
Su Jin....Jingping
리 화통....류 젱
Li Huatong....Liu Zheng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뻔한 이야기지만요.)

란 위와 한동

[란위]는 베이징을 무대로 한 정통 멜로물입니다. 설정부터 한 번 보세요. 부유한 사업가가 돈 때문에 몸을 파는 가난한 건축학도를 만났어요. 사업가는 학생을 그냥 가벼운 섹스 상대로 취급하려 하지만 상대방의 감정은 점점 깊어가네요. 그러는 동안 사업가 역시 슬슬 상대에게 끌리기 시작하지만, 결국 전통적인 중국 가부장 사회의 가장 노릇을 하려고 어떤 여자랑 결혼까지 하네요. 상심한 학생은... 네, 이런 식으로 끝없이 이어진답니다.

서동진 프로그래머가 영화 시작하기 전에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라고 선전을 해댔고, 영화 보기 전에 얻을 수 있는 줄거리 정보가 대충 이런 거라, 전 상당히 노골적인 신파 영화를 기대했었습니다. 결과는 어땠냐고요? 글쎄요. 손수건이 필요할 만큼 슬픈 영화는 아니었어요. 이유는 대충 두 가지를 들 수 있겠군요.

첫째로 [란위]의 비극적 로맨스는 그렇게까지 토대가 강한 것이 아닙니다. 이 영화를 비극적 로맨스로 만드는 것은 두 연인들 중 한 명의 죽음입니다. 하지만 그건 그냥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고사에 불과해요. 연인의 죽음은 주인공에게 강한 상실감과 고통을 안겨주긴 하지만, 영화 줄거리 자체엔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합니다. 하나의 죽음이 진짜 깊이 있는 비극을 만들어내려면, 그 죽음이 드라마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야 하거든요. 아마 이건 원작이라는 인터넷 소설의 한계일 겁니다.

둘째로... 이게 좀 재미있는데, 영화 [란위]는 그렇게까지 뻔뻔스러운 멜로드라마가 아닙니다. 관금붕의 스타일은 소설이 가지고 있었을 노골적인 멜로드라마의 터치를 일부러 지우고 있습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단아하고 차분하며 종종 냉정하기까지 합니다. 가끔 영화는 관객들을 쉽게 조종할 수 있는 노골적인 기회들을 태평스럽게 포기해버립니다. 이런 식의 차분한 터치는 멜로드라마틱한 소재를 교묘하게 강조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닙니다. 한마디로 스타일과 소재가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셈이죠.

이게 과연 성공적인 조합인지 모르겠습니다. 전체적으로 [란위]는 평범한 이류 유행가를 굉장히 세련되게 편곡한 작품 같습니다. 두 요소들은 모두 상대방을 조금씩 아래로 잡아당깁니다. 작품의 '고상한' 터치 때문에 신파가 충분히 기를 펴지 못하고, 그렇다고 아주 세련되고 깊이 있게 나가자니 신파가 중간에서 길을 막는 겁니다.

전 [란위]가 잘 만든 좋은 멜로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 여전히 그의 이전 작품들이 더 좋아요. 커밍아웃 이후 솔직해진 관금붕은 그의 작품들에 매혹적인 베일을 쳤던 그 미묘한 터치를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모르겠군요, 제 취향 탓인지... (02/12/09)

DJUNA

기타등등

영화를 보는 동안 뒤에 있는 커플이 생중계를 해대는 통에 미칠 뻔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