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케빈 설리번 Kevin Sullivan

주연
마이론 베네트....제인 스튜어트
Mairon Bennett....Jane Stuart
샘 워터스톤....앤드류 스튜어트
Sam Waterston....Andrew Stuart
패트리샤 필립스....로빈 스튜어트
Patricia Phillips....Robin Stuart
조 콜드웰....케네디 부인
Zoe Caldwell....Mrs.Kennedy
사라 폴리....조디 터너
Sarah Polley....Jody Turner
콜린 듀허스트....헵지바
Colleen Dewhurst....Hepzibah
비비안 라이스....아이린 고모
Vivian Reis....Aunt Irene
조이스 캠피언....바이올렛 타이터스
Joyce Campion....Violet Titus
플로렌스 패터슨....저스티나 타이터스
Florence Patterson....Justina Titus
섀리 플레트....릴리안 모로
Sharry Flett....Lillian Morrow
글로리 게이지....에블린 모로
Glori Gage....Evelyn Morrow
도라 데이튼....에기
Dora Dainton....Aggie
로버트 벤슨....윌리엄 케네디
Robert Benson....William Kennedy
주노 밀스 코켈....필리스 케네디
Juno Mills Cockell....Phyllis Kennedy
질리언 쿡....거트루드 케네디
Jillian Cook....Gertrude Kennedy

1.

스튜어트 가족

종종 루시 몽고메리가 캐나다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합니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개미 떼처럼 몰려드는 일본인 관광객들로부터 거두어 들이는 관광 수입만 해도 장난이 아니겠죠? [빨강머리 앤]을 소스로 삼아 생산된 수많은 문화 수출품이 거두는 이익도 상당할 거고요.

그중 케빈 설리번처럼 몽고메리가 고마운 사람도 없을 거예요. 설리번 프로덕션이 만드는 작품들 중 몽고메리 소설이 원작이 아닌 작품을 뺀다면 도대체 뭐가 남을까요? 설리번 프로덕션의 대표작이라고 할 [빨강머리 앤], [애본리 가는 길], [꿈꾸는 소녀 에밀리], [랜턴 힐]과 같은 작품들은 모두 몽고메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거나 아이디어를 얻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빨강머리 앤] 시리즈겠고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한 작품은 [애본리로 가는 길]이겠지요. 그러나 전 설리번이 만든 영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르라고 하면 늘 [랜턴 힐]을 고르게 됩니다.

왜냐고요? 글쎄요. 미니 시리즈나 연속극이 아닌 일반 극영화여서 그럴 수도 있죠. 그러나 진짜 이유는 [빨강 머리 앤]을 볼 때처럼 원작에 눌리는 일이 없이 편하게 볼 수 있어서인 것 같아요.

2.

이 텔레비전 영화의 원작은 루시 몽고메리의 [랜턴 힐의 제인]입니다. 소설의 내용은 대충 이래요. 엄마가 입원하는 통에 속물인 외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 수줍은 소녀 제인은, 어느 날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제인은 아버지가 살고 있는 프린스 에드워드 섬(네, 다른 어디겠어요!)에서 몇 개월을 보내는 동안 새로운 소녀로 다시 태어나고 엄마와 아빠는 다시 맺어집니다.

영화도 대충 그런 순서를 따르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내용의 진행 방향은 전혀 다릅니다. 원작이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목가적 생활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면서 제인의 성장 과정을 다루고 있다면, 영화는 무지막지하게 멜로드라마틱한 터치로 엄마와 아빠를 재결합시키려는 제인의 노력을 담고 있지요.

얼마나 멜로드라마틱하냐고요? 아빠는 옛 여자 친구 에블린을 살해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시달리고 있고 죽은 에블린은 유령이 되어 제인의 눈 앞에 나타납니다. 숨겨진 편지, 연인들을 갈라놓는 오해와 같은 구식 트릭도 겁없이 쓰이고 있고요. 이 영화의 줄거리는 원작보다 훨씬 빅토리아식 멜로드라마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이런 구식 멜로드라마를 즐기는 기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 상당히 좋아요. 이 영화를 장식하는 19세기식 구닥다리 트릭에는 묘하게 아늑한 느낌이 묻어 있습니다. 설리번 패거리는 이런 트릭을 아주 진지하고 세련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우스꽝스러운 느낌은 들지 않아요.

조디

게다가 이 영화의 배우들은 아주 좋고 캐스팅도 잘 되어 있습니다. 마이론 베네트의 동그랗고 슬픈 얼굴은 제인 역에 딱 들어맞고 영적 능력이 있는 헵지바 역의 콜린 듀허스트의 인상적인 등장도 좋습니다. 샘 워터스톤과 패트리샤 필립스도 언제나처럼 잘하고요. 악역이지만 외할머니 역의 조 콜드웰이 보여주는 차가운 연기도 훌륭합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제인의 친구인 고아 소녀 조디로 나오는 사라 폴리입니다. 이 친구가 먼지가 다닥다닥 붙은 더러운 얼굴을 찌푸리며 종알거리는 모습은 정말 예쁘고 인상적이어서 제 낡은 로맨티시즘이 쿡쿡 찔립니다. 그 때문인지 원작에서는 작은 역이었던 조디가 영화에서는 아주 커져 버렸어요.

3.

사라 폴리는 [랜턴 힐] 이후 설리번 프로덕션의 다음 작품인 [애본리로 가는 길]에서 당당한 주연을 맡게 되지요. [랜턴 힐]의 주연이었던 마이론 베네트도 이 시리즈에서 한 번 게스트 출연을 한 적 있답니다. 물론 마릴라 역의 콜린 듀허스트도 빠질 수 없죠. (99/04/29)

DJUNA

기타등등

1. 타이터스 자매가 조디를 가지고 노는 걸 보면 참 재미있어 보여요. 고아 소녀를 데리고 와서 예쁜 옷을 만들어 입혀주며 좋아하는 거 말이에요. 인형 놀이죠, 뭐. 나도 사라 같은 인형이 하나 있다면...

2. 필름스 링크는 없지만 이 영화는 드라마넷에서 방영되었습니다. 방영당시엔 제일방송이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