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브래드 실버링 Brad Silberling

주연
에밀리 브라우닝....바이올렛 보들레어
Emily Browning....Violet Baudelaire
리암 아이켄....클라우스 보들레어
Liam Aiken....Klaus Baudelaire
카라 호프만....서니 보들레어
Kara Hoffman....Sunny Baudelaire
셸비 호프만....서니 보들레어
Shelby Hoffman....Sunny Baudelaire
짐 캐리....올라프 백작
Jim Carrey....Count Olaf
빌리 코널리....몬티 삼촌
Billy Connolly....Uncle Monty
메릴 스트립....조세핀 고모
Meryl Streep....Aunt Josephine
티모시 스폴....포우씨
Timothy Spall....Mr. Poe
캐서린 오하라....저스티스 스트라우스
Catherine O'Hara....Justice Strauss
주드 로....레모니 스니켓
Jude Law....Lemony Snicket

올라프 백작과 보들레어 남매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정확히 말하면 책이 아니라 시리즈의 제목입니다. 지금까지 11권이 나왔고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두 권이 더 나올 예정이라고 하죠. 오늘 다룰 브래드 실버링의 영화는 첫권인 [눈동자의 집]을 둘로 쪼개 앞뒤로 놓고 2,3권인 [파충류의 방]과 [눈물샘 호수의 비밀]의 내용을 중간에 끼워맞춘 작품입니다. 시리즈의 열성팬들은 실망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영화가 언제나 원작에 충실할 수만은 없는 법이죠. 게다가 이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는 온갖 재난들이 시리즈의 형태로 계속된다는 것이니 첫째 권 하나만 달랑 담으면 분위기가 살지 않을 겁니다. 영화 하나로 만들기엔 개별 작품들이 조금 짧기도 하고요. 세 권이라고 해봤자 [해리 포터] 한 권 분량도 안 되잖아요.

영화의 주인공들은 갑자기 집에 불이나 부모를 잃은 세 아이들입니다. 맏이인 바이올렛은 천재적인 발명가이고 둘째인 클라우스는 비상한 기억력의 소유자인 독서광이며 아직 아기인 서니는 무언가를 무는 데 재능이 있습니다. 법적 후견인인 포우씨는 이들을 먼 친척이라는 올라프 백작의 집으로 들여보내는데, 올라프 백작은 당연히 아이들의 재산을 노리는 악당이었죠. 올라프 백작은 아이들을 노리고 아이들은 자신들의 재능을 발휘해 그 위기에서 벗어나며 그것들은 끝없이 반복됩니다.

[위험한 대결]은 기본적으로 빅토리아식 멜로드라마의 패러디입니다. 고아가 된 주인공, 사악한 친척들, 비밀조직과 같은, 드라마틱하지만 낡아빠진 요소들을 당시 작가들의 뻔뻔스러운 과장을 섞어 시침 뚝 떼고 내놓는 것이죠. 물론 이 영화에서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건 일종의 맥거핀이죠. 알맹이보다는 도식적인 위기 상황과 해결 방법을 컬러풀하게 재발명하고 그 위에 그럴싸한 스타일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위험한 대결]에서 정말로 위험한 부분이 있다면 전체적인 분위기를 어떻게 살리느냐입니다.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는 상황만 따진다면 컴컴하기 그지 없습니다. 고아가 된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그 상황에 맞설 수밖에 없지요. 결국 우울하고 불길한 에피소드들로 점철된 맥없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큰 겁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브래드 실버링의 이 영화는 정말 그런 분위기를 풍깁니다. 아무리 짐 캐리가 과장된 악당 연기로 분위기를 밝히려 해도요. 오리지널 [위험한 대결]의 활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얄미운 화법의 의해 지탱되고 있는데, 영화는 그를 완벽하게 대치할만한 무언가를 끝까지 찾아내지 못한 것이죠.

그래도 [위험한 대결]은 여전히 양질의 영화입니다. 어린 네 명의 아역 배우들을 포함한 캐스팅은 훌륭하고 끝내주는 스탭들이 근사한 시청각적 성찬을 마련해주죠. 영화가 스크린 위에 구축한 시대착오적인 세계는 아름답고 소름끼치며 정신 사나울 정도로 몽환적입니다. 여러분은 각색을 비난할 수도 있고 언제나처럼 지나치게 나서는 짐 캐리에 거북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가 쏟아붓는 감각적 쾌락에 무덤덤할 수는 없을 거예요.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브래드 실버링의 개성보다는 지난 십 여년 동안 수호 천사 팀 버튼의 날개 아래 장르화된 '할리우드 고딕'의 분위기와 경험에 의해 지배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 스탭으로 참여한 콜릿 앳우드나 엠마누엘 루베츠키, 릭 하인리히스, 존 덱스터는 모두 이 장르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기도 하고요. 결국 [위험한 대결]은 노련한 장인들이 든든한 할리우드의 후원하에 만든 화려한 장난감 상자와 같은 작품인 겁니다. (05/01/20)

DJUNA

기타등등

환상적인 엔드 크레딧을 놓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