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Les Voleurs (1996) * * *

감독
앙드레 테쉬네 André Téchiné

주연
카트린느 드뇌브....마리 르블랑
Catherine Deneuve....Marie Leblanc
다니엘 오퇴이유....알렉스
Daniel Auteuil....Alex
로랑스 코트....줄리에트 폰타나
Laurence Côte....Juliette Fontana
베느와 마지멜....지미 폰타나
Benoît Magimel....Jimmy Fontana
파비안느 바브....미레이유
Fabienne Babe....Mireille
디디에 베자스....이반
Didier Bezace....Ivan
줄리앵 리비에르....쥐스탱
Julien Rivière....Justin

마리와 줄리에트
[도둑들]은 이반이라는 직업 범죄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에서 출발합니다. 이반의 시체가 아버지의 산장에 눕혀지면, 이반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여러 캐릭터들이 한 명씩 소개되지요. 이반의 동생인 형사 알렉스, 알렉스의 정부이고 이반의 부하 지미의 동생인 줄리에트, 줄리에트의 연인인 철학 교수 마리, 이반의 아들인 쥐스탱... 캐릭터 별로 장이 나뉘어진 영화는 각각의 제한된 시선들으로 사건을 조금씩 관찰하며 그들의 사랑과 범죄가 뒤섞인 세계를 재구성합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반은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의 진짜 기능은 캐릭터들에게 행동 동기를 마련해주고 그들을 그룹별로 묶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반의 죽음이 [블러드 심플]처럼 치밀한 드라마를 만들어주는 건 절대로 아니죠. 그 때문에 레너드 말틴 같은 사람은 별 생각없이 드라마보다는 연기 연습에 가까운 영화라고 평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영화에 드라마가 없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상당히 많은 편이죠. 알렉스가 범죄자 집안인 가족과 형에 품고 있는 증오, 알렉스와 줄리에트의 애정없는 정사, 말년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랑에 당황하는 마리의 연애담, 아버지의 죽음으로 고통받는 쥐스탱의 이야기는 모두 각각의 영화를 배정받을만 합니다 (그랬다면 모두 다른 장르의 작품들이 되었겠지요?). 이반이 충분히 강한 캐릭터가 아니라서 오히려 이런 이야기들이 더 강한 힘을 부여받는 것인지도 모르죠. 영화는 연기 연습이라기보다는 인상적인 캐릭터들을 담은 진열장에 더 가깝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들은 공식적인 주인공들이라고 할 수 있는 알렉스와 마리입니다. 알렉스는 가족에 대한 증오가 은근히 자기 혐오로 전환된 남자입니다. 그가 인간 관계를 멀리하고 은근히 악당처럼 구는 것도 그런 자기 혐오의 의식적인 반영이죠. 더 재미있는 인물은 형사와 범죄자들로 구성된 이 세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마리입니다. 완벽하게 안전한 삶을 살며 인간의 공격성에 대해 가르치던 이 나이 든 철학 교수가 지하 세계의 위험한 연인과 사랑에 빠지면서 겪게 되는 정신적 혼란은, 이 사람이 정말로 이성적인 연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 재미있습니다.

이들은 좋은 캐릭터들로 남을뿐만 아니라 종종 서로와 얽히면서 멋진 드라마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역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알렉스와 마리가 줄리에트의 빈 공간을 사이에 두고 엮어내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 아닌가 싶군요. 게다가 카트린느 드뇌브와 다니엘 오퇴이유의 콤비 플레이도 상당히 좋습니다.

[도둑들]은 관객들을 쉽게 끌어들이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기엔 너무 산만하고 일관성이 부족하죠. 많은 테쉬네 영화들이 그렇듯 머리 속의 개념이 충분히 구체화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요. 그러나 흥미로운 캐릭터들과 그들을 연기한 좋은 배우들 덕택에 시선을 떼기도 쉽지 않더군요. (02/02/13)

DJUNA


기타등등

국내 출시된 비디오는 미국 출시 버전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더군요. 밑에 영어 자막이 달려 있었어요. 그 때문에 한국어 자막 읽기가 좀 짜증이 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