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버트 앨런 애커만 Robert Allan Ackerman

주연
주디 데이비스....주디 갈란드
Judy Davis....Judy Garland
태미 블란차드....어린 주디 갈란드
Tammy Blanchard....Young Judy Garland
빅터 가버....시드 러프트
Victor Garber....Sid Luft
휴 로리....빈센트 미넬리
Hugh Laurie....Vincente Minnelli
존 벤자민 히키....로저 이든스
John Benjamin Hickey....Roger Edens
소냐 스미츠....케이 톰슨
Sonja Smits....Kay Thompson
제인 이스트우드....로티
Jayne Eastwood....Lottie
대니얼 캐쉬....아서 프리드
Daniel Kash....Arthur Freed
크리스타 서튼....로나 러프트
Krista Sutton.... Lorna Luft
마샤 메이슨....에셀 검
Marsha Mason.... Ethel Gumm
에이든 디바인....프랭크 검
Aidan Devine....Frank Gumm
스튜어트 빅....아티 쇼
Stewart Bick....Artie Shaw

카네기 홀 공연

주디 갈란드에겐 라이자 미넬리말고도 연예계에 들어간 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세번째 남편인 시드니 러프트 사이에서 태어난 로나 러프트가 그 사람입니다. 러프트는 엄마나 언니 같은 성공은 거두지 못했어요. 하긴 그랬다면 여러분이 이 사람의 이름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일도 없었겠지요. 대신 이 사람은 자기 가족 이야기를 다룬 [Me and My Shadows : A Family Memoir]라는 회상록을 써서 상당한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 책을 각색한 작품이 오늘 이야기할 텔레비전 미니 시리즈 [주디 갈란드 Life with Judy Garland: Me and My Shadows]랍니다.

러프트의 회상록에서는 주디 갈란드 말고도 라이자 미넬리와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모양이지만, 사람들이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진짜 이유는 역시 주디 갈란드 때문입니다. 이 작품이 각색되면서 라이자 미넬리나 러프트의 이야기가 모조리 잘려나간 것도 이상하지는 않죠. [주디 갈란드]는 주디 갈란드의 전기 영화를 의도하고 있는 작품이니까요.

영화는 별다른 기교없이 주디 갈란드의 일생을 따라갑니다. 단지 후반부엔 로나 러프트의 시점이 많이 첨가되었어요. 라이자 미넬리의 비중은 그에 비하면 비정상적으로 작고요. 균형잡힌 배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회상록을 쓴 사람은 러프트지 미넬리가 아니라는 걸 잊지 마시길. 엄마의 말년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도 러프트고요.

하여간 심란하기도 하고 흥미진진하기도 한 이야기입니다. 한마디로 주디 갈란드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의 희생자입니다. 적어도 현대 할리우드에서는 미성년자 배우에게 약물을 먹여가며 중노동을 강요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죠. 여기에 갈란드 자신의 자기파괴적인 성격과 형편없는 연애운이 결합되면 이 침울하지만 에너지가 펄펄 넘쳐흐르는 할리우드 비하인드 스토리가 만들어집니다.

[주디 갈란드]는 영화적 야심 따위는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식의 미국 텔레비전 전기물이 대부분 그렇듯 주인공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늘어놓을 뿐이죠. 그 때문에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이틀에 걸쳐 4부작 미니 시리즈를 본 시청자들은 이런 느낌을 덜 받았을지도 모릅니다만.

당연히 평면적인 이야기 전개보다 주연 배우의 중요성이 더 커지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는 두 배우가 주디 갈란드를 연기하고 있죠. 태미 블란차드가 십대 시절의 주디를, 주디 데이비스가 성인 주디를요.

태미 블란차드는 완벽한 주디 갈란드입니다. 일단 외모부터 징그러울 정도로 닮았어요. [오즈의 마법사] 장면은 진짜 필름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해도 믿을 지경입니다. 블란차드는 어린 주디 갈란드의 순수한 열정과 상처받기 쉬운 소녀다운 내면도 아주 잘 살립니다.

그에 비해 진짜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주디 데이비스는 초반엔 좀 위태위태합니다. 사실 이미 중년인 데이비스에게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 시절의 주디 갈란드 역을 맡기는 건 좀 무리였죠. [트롤리 송] 장면은 [오즈의 마법사] 장면에 비하면 아무래도 약합니다. 태미 블란차드가 MGM 시대를 모두 커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데이비스 식 드라마틱한 연기가 나오는 게 미넬리와의 결혼부터이긴 합니다만.

그러나 주디 갈란드가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주디 데이비스의 연기는 서서히 캐릭터에 녹아듭니다. 사생활의 비극과 경제적 위난, 떨어지는 인기에 조금씩 삭아가는 중년 여자와 한 물 갔지만 여전히 휘황한 아우라를 발휘하는 전직 스타 역에 모두 너무나 잘 들어맞는 거예요.

[주디 갈란드]는 평이한 시리즈지만 훌륭한 두 배우들이 재현해내는 주디 갈란드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평생 동안 연예계에 목이 졸려 살았던 사람의 인생을 연예계가 또 팔아먹는다는 생각이 들어 섬뜩하기도 합니다만... (02/03/14)

DJUNA

기타등등

이벤트 TV에서 방영한 작품이지만 필름스엔 자료가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