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박건용

주연
이범수....이지봉
조안....박영자
이윤희....송민희
최문경....서여순
전보미....현정
김민영....보영
이슬비....수옥
박준금....교장
우현....교감
변희봉....교육감
기주봉....전직 역도 국가대표 감독

보성여중 역도부

[킹콩을 들다]는 2000년 전국체전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보도자료에 따르면 여자역도부에서 다섯 명이 출전한 팀에서 4명이 3관왕에 오르고 15개 부분에서 14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휩쓸었다고 하는군요. 이들을 가르친 세 명의 역도 코치들 중 한 명은 1년 뒤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죽었고요.

물론 여기서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겼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에 적당히 영감을 받아 역도선수들에 대한 멜로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썼다는 거죠. 다시 말해 여러분이 [킹콩을 들다]라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건 실화의 감동이 아니라 정통 멜로드라마의 인공적인 도식성입니다.

줄거리 요약은 굉장히 쉽습니다. 이 영화에서 이범수가 연기하는 이지봉은 서울 올림픽 때 부상으로 동메달에 그친 역도선수인데, 어쩌다보니 보성에 있는 여자중학교로 들어갑니다. 의욕도 없고 지병 때문에 건강도 좋지 않은 그는 대충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뽑아놓고 낚시를 하러 돌아다니지만 그러다 서서히 아이들의 열정에 감동하게 되어 멋진 선생이 됩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또 훌륭한 역도선수들이 되는 거고요.

너무나도 전형적인 스포츠 멜로드라마죠. 그만큼이나 전형적인 학교 멜로드라마이기도 하고요. 너무 전통적이라 가끔 얼이 빠질 지경입니다. 특히 영화 후반에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동원하는 멜로드라마 공식은 "저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정한 신파예요. 그렇게 믿음도 가지 않고요. 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만든 악당들도 그만큼이나 단순해요. 한마디로 작정하고 '작품성'을 까먹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도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 작정하고 넣은 신파가 충분한 계산을 통해 들어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로 정통적인 방식으로 먹히거든요. 이렇게 먹힌다면 꼭 작품성에 꼼꼼하게 집착할 필요가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가끔 이런 식의 복고적 감성을 즐기는 것도 나쁠 건 없죠.

영화의 나머지 부분은 오밀조밀 재미있습니다. 역도부 아이들은 모두 개성이 뚜렷하고 역할도 분명하며 귀여워요. 코미디의 양도 충분하고 그 정도면 멜로와 나쁘지 않은 조화를 이루고 있고요. 아무리 떡분장을 하고 체중을 늘렸어도 조안을 역도선수로 보는 건 조금 어렵지만 영화의 스토리 맥락 안에서 그를 부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연기도 좋고 앙상블도 좋으며 각본도 배우들이 무리하지 않도록 잘 조율된 영화예요. 지나치게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긴 하지만 공식 안에서 이 정도만큼 했다면 자기 역할을 한 영화라고 할 수밖에요. (09/06/16)

DJUNA

기타등등

제목은 은근히 슬프더군요. 촌스럽지만 여전히 슬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