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해영
이해준

주연
류덕환....오동구
김윤석....아빠
이언....씨름부 주장
문세윤....덩치1
김용훈....덩치2
윤원석....덩치3
박영서....종만
초난강....일본어 선생
백윤식....씨름부 코치
이상아....동구엄마

동구

[천하장사 마돈나]는 마초분위기가 철철 흐르는 노동자 계급 출신 소년의 엉뚱한 반항기입니다.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의 목표가 셰필드에서 벗어나 발레 댄서가 되는 것이라면, 이 영화의 주인공 오동구의 목표는 여자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유사점은 여기서 끝납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목표와 욕망을 확신할 수 없었던 빌리와는 달리 동구는 자신에 대해 알 만큼 압니다. 단지 그 과정 중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우회로가 끼어든 것 뿐이죠. 동구가 성전환 수술비 500만원을 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씨름선수가 되어 장학금을 타는 것입니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원 조크 코미디입니다.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하는 소년과 전통 씨름을 한 문장에 넣고 연결하는 것 자체가 뭔가 안 맞죠. 물론 그 조합이 우리의 고정관념에 맞지 않는 건 좋은 일입니다. 그 충돌 자체가 훌륭한 코미디의 소재가 될 수 있고, 세상 일이 다 그렇 듯 고정관념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거든요.

대부분의 원 조크 코미디들처럼, [천하장사 마돈나]도 도입부의 설정이 정해놓은 길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아버지와 갈등, 짝사랑의 대상인 선생님, 씨름부의 텃세, 아슬아슬한 마지막 승부와 같은 공식 재료들이 모두 순서대로 등장하지요.

영화는 코미디에 해가 될 정도로 건전하기도 합니다. 이해영과 이해준은 굉장히 착한 각본으로 엄청나게 착하고 예의바른 영화를 만들었어요. 영화는 종종 지나칠 정도로 '정치적으로 공정'해서 종종 이야기의 생동감을 날려버리기도 합니다. 몇몇 캐릭터들은 그 때문에 손해를 보기도 해요. 특히 영화에 등장할 때마다 옳은 말만 하는 동구 엄마는요.

그러나 이 뻔한 함정에도 불구하고 [천하장사 마돈나]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아니, 바로 그 노골적인 함정들 때문에 더 그런 건지도 모르죠. 특히 지나칠 정도로 착하고 건전하다는 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과도 연결됩니다. 무례하고 폭력적인 세상을 그리며 그냥 무례해 봤자 얻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다소 도식적인 스토리도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코미디의 통제력이 은근히 강하기 때문이지요. 이 영화의 코미디는, 가끔 인위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잘 계산되어 있고 아이디어도 풍부하고 타이밍도 훌륭합니다. 무엇보다 괜히 감정에 끌려 과잉하거나 코미디이기를 포기하는 일이 없어요. 코미디는 스포츠물과 가족 드라마라는 다른 장르에 신선함을 더해주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성공적인 부분은 캐릭터입니다. 따지고보면 오동구의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설정의 산물입니다. 설교의 주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는 놀라울 정도로 사랑스러운 인물이고 그만큼이나 관객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동구와 동구 아빠의 관계도 훌륭한데, 그건 영화가 이 노동자 계급 아저씨의 단순하고 일방적인 폭력성을 가감없이 묘사하면서도 그를 이해할 줄 알고 그러면서도 불필요한 감상주의나 타협을 날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류덕환과 김윤석의 캐스팅도 이상적이었고요.

[천하장사 마돈나]는 이해심 풍부한 코미디입니다. 타자에 대한 경멸과 허수아비적에 대한 일방적인 폭력으로 끈적거리는 한국 코미디 세계에서 이는 보기 드문 성취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태도 자체만으로 성공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06/08/15)

DJUNA

기타등등

시사회에 나온 류덕환은 어쩜 그렇게 마르고 작아 보이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