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크리스 샌더스 Chris Sanders
딘 디블로이스 Dean Deblois

주연
드베이 체이스....릴로
Daveigh Chase....Lilo
크리스 샌더스....스티치
Chris Sanders....Stitch
티아 캐리어....나니
Tia Carrere....Nani
데이빗 오그덴 스티어스....점바
David Ogden Stiers....Jumba
케빈 맥도널드....플리클리
Kevin McDonald....Pleakley
빙 라임즈....코브라 버블즈
Ving Rhames....Cobra Bubbles
조이 콜드웰....대의원
Zoe Caldwell....Grand Councilwoman
제이슨 스코트 리....데이빗 카웨나
Jason Scott Lee....David Kawena
케빈 마이클 리처드슨....간투 대위
Kevin Michael Richardson....Captain Gantu

릴로와 스티치

[릴로와 스티치]는 디즈니가 여름 시즌에 내놓은 애니메이션 영화치고는 굉장히 소박합니다. 이전과는 달리 현대물이고, 컴퓨터 그래픽 특수 효과도 절제된 편이죠. [알라딘] 이후 끊임없이 몸을 불려가며 거대한 구경거리를 만들어왔던, 디즈니의 이전 경력을 생각해보면 퇴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계획은 [포케몬] 시리즈와 크게 다를 것도 없어요. 귀여운 외계인 인형을 팔 목적으로 만든 영화라는 게 눈에 척 들어오니까요.

그렇다고 [릴로와 스티치]의 사이즈 축소를 부정적으로 보는 평론가들은 거의 없습니다. 다들 디즈니의 여름 장사에 조금씩 질린 편이었으니까요. 픽사 애니메이션이 나온 뒤로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구경거리가 어느 정도 매력을 잃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컴퓨터 그래픽과 셀 애니메이션의 잡종과 같던 블록버스터에서 원래의 뿌리로 돌아가는 건 오히려 당연한 일입니다.

[릴로와 스티치]의 장르는 SF입니다. 디즈니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이 장르를 실험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죠. 소위 가족용 SF에서 굉장히 자주 반복되는 이야기니까요. 외계인 괴물과 지구 소녀의 우정이라는 이야기거든요.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외계인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말썽꾸러기 괴물 스티치이고, 소녀는 얼마 전에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은 하와이 소녀 릴로입니다. 스티치는 자기를 쫓는 추적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개로 변장하고 릴로에게 입양되고요.

영화의 이야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기준에 맞추어 생각해보면 새롭기도 하고 친숙하기도 합니다. 일단 새로운 점부터 짚고 넘어가보죠. 일단 장르입니다. SF죠. 그리고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스티치는 분명 디즈니에서 자주 다루지 않은 캐릭터입니다. 어떻게보면 [루니 튠즈] 시리즈의 주인공에 가깝죠. 귀엽지만 난폭하고 파괴적인 괴물이니까요. 릴로는 보다 전통적인 디즈니 주인공이지만 그래도 훨씬 현실적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여전히 굉장히 디즈니적입니다. [릴로와 스티치]만큼 게으른 평론가들이 별생각없이 디즈니의 고유특징으로 부여한 '가족주의' 주제가 강하게 각인된 디즈니 영화는 많지 않습니다. 가족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주제이며 '오하나'라는 이름을 달고 끝도 없이 반복됩니다. 난폭한 괴물인 스티치도 이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뒤로는 자신의 본성을 바꾸어 갑니다. 결국 [루니 튠즈]식 도입부는 디즈니식 교훈을 주기 위한 핑계였던 셈이죠.

결국 껍질만 바꾼 디즈니 영화라는 말이지만, 과연 이게 나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릴로와 스티치]에서 '가족'이라는 말은 이전과는 달리 굉장히 절실하게 들립니다. 그건 릴로와 나니 자매가 겪는 문제가 지극히 현실적인 기반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 영화에서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진 전통적인 폐쇄 그룹이 아닌 훨씬 유연하고 융통적인 공동체로, 스티치의 소박한 대사인 "This is my family. It's little, and broken, but still good"은 그 의미 때문에 상당히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SF라는 장르를 생각해보면 [릴로와 스티치]는 상당히 복고적입니다. 외계 행성이나 우주선 추적전 장면에는 어느 정도 특수 효과가 쓰이지만 영화 대부분은 복고적인 셀 애니메이션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배경이 대부분 붓터치가 드러나는 수채화라서 그런 작고 복고적인 느낌이 더 강하지요. 완벽하게 폐쇄적인 세계 안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던 이전의 디즈니 대작과는 달리, [릴로와 스티치]는 장난스럽게 실제 세계와 조우합니다. 예를 들어 릴로가 우상시하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진은 만화가 아닌 진짜 사진입니다. 가끔 나오는 텔레비전도 실사 화면을 그대로 내보내고요. 전체적으로 영화의 이미지는 푸근하면서도 약간 괴팍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난폭한 코미디와 가족 드라마가 섞여 있는 스토리는 가끔 정신분열증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래부터 이질적인 두 세계의 충돌을 다룬 이야기이니, 이런 성격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죠. 이런 대조 때문에 이야기가 강해지기도 합니다. 가끔 갑작스러운 심경의 변화를 보이는 캐릭터들에 대해서는 설명을 못하겠지만 말이에요.

[릴로와 스티치]는 지금까지 디즈니가 최신식 테크놀로지를 동원한 대작들을 만드느라 놓쳤던 소박한 수제 애니메이션의 즐거움을 다시 되살렸다는 것만으로도 가치있는 작품입니다. 스티치의 대사는 이 작품을 설명하는 데도 그대로 먹히지 않을까 싶어요. "It's little, and broken, but still good." (02/07/26)

DJUNA

기타등등

외계인 요원 플리클리 역의 성우가 [키즈 인 더 홀]의 케빈 맥도널드라는 걸 아는 관객들은 그의 여장 취향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