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Nobuhiro Yamashita

주연
배두나....손
Du-na Bae....Son
카시이 유우...케이
Yu Kashii....Kei
세키네 시오리....노조미
Shiori Sekine....Nozomi
마에다 아키....쿄코
Aki Maeda....Kyoko

손, 노조미, 쿄코, 케이

[린다 린다 린다]의 각본은 거의 자동조종하는 비행기처럼 움직입니다. 이 영화의 기본 내용은 음악 영화 장르의 모범 답안을 생기 없이 엮어 놓은 것 같아요. 멤버가 빠진 학교 밴드가 새 멤버를 영입해 학교 문화 축제의 록 페스티벌에서 연주한다는 이야기이니 말 다했죠.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뭔가 새로운 이야기가 제시될까요? 하나 정도는 있습니다. 그들이 새로 영입한 멤버 손이 한국인 교환학생이라는 거죠. 그 설정 때문에 두 나라의 언어와 문화가 오가는 꽤 재미있는 농담들이 만들어집니다. 그 중 가장 재미있는 건 손에게 반한 일본인 학생이 서툰 한국어로 구애를 하는 장면일 거예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린다 린다 린다]의 각본은 새롭거나 신선해지거나 도전적이 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사전차단하고 있습니다. [린다 린다 린다]는 뻔해지려고 작정한 영화입니다.

웃기는 건, 이 진부함이 영화에 나름대로 재미있고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 전체가 몽유병에 걸려 있는 것 같아요. 도입부 학교 축제 홍보 비디오에 나와 생기없는 목소리로 대사를 암송하는 여자 학생부터 그렇죠.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기운이 없고 피곤하고 무엇보다 졸립니다. 특히 영화 후반에서는요. [셀린느와 줄리 배타러 가다]에 나오는 유령들을 떠올려 보세요.

덕분에 관객들은 처음부터 결말이 결정된 내용보다는 그 내용을 풀어가는 스타일과 질감에 집중하게 됩니다. 나른한 여름 오후의 소음이 희미하게 배경으로 깔린 진부한 하얀 공간 속에서 뻔한 각본에 순종하다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듯 원래 궤도를 살짝살짝 일탈하는 주인공들의 행동과, 무표정하게 우두커니 서서 그런 그들의 행동을 시치미 뚝 떼고 잡아내는 고정된 카메라를 보세요.

이 하늘거리고 가벼운 감옥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는 배두나입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최근 들어 이 사람의 엉뚱한 페르소나가 이처럼 잘 활용된 영화도 없었던 것 같아요. 암만 봐도 감독은 사전에 복습을 철저히 했어요. (06/04/21)

DJUNA

기타등등

제 동행은 손의 한국어 대사 일부가 지나치게 일어 직역풍이라고 지적하더군요. 전 손이 텅 빈 무대에 혼자 서서 한국어로 독백을 하는 동안에도 자신의 전체 이름을 말하지 않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