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알프레드 E. 그린 Alfred E. Green
잭 픽포드 Jack Pickford

주연
메리 픽포드....세드릭 에롤/어머니
Mary Pickford....Cedric Erroll/Dearest
클로드 길링워터....도린코트 백작
Claude Gillingwater....Earl of Dorincourt
조셉 다울링....해비셤
Joseph Dowling....Havisham
제임스 마커스....홉스
James Marcus....Hobbs
케이트 프라이스....맥긴티 부인
Kate Price....Mrs. McGinty
프레드 말라테스타....믹
Fred Malatesta....Dick
로즈 디온....미나
Rose Dione....Minna

픽포드와 픽포드

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소공녀]의 세라 크루를 살아있는 진짜 소녀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공자]의 세드릭 에롤에 대해 같은 말을 하지는 못하겠어요. 이 벨벳 옷을 입은 고수머리 소년은 아무리 봐도 변장한 여자아이거나, 유한 부인들의 입소문 속에서만 존재하는 가공의 인물이거나, 패션 인형입니다. 실제 남자아이로 받아들이기엔 외모부터가 지나치게 멀끔해요.

바로 그런 원작의 핸디캡 때문에 메리 픽포드의 버전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영화들보다 더 그럴싸한 [소공자] 영화가 됩니다. 심지어 '결정판'으로 인정받는 프레디 바솔로뮤 주연의 [소공자]보다요.

네, 이 영화에서 세드릭 에롤을 연기하는 사람은 메리 픽포드입니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픽포드는 여기에서 세드릭의 어머니 역도 동시에 합니다. 한 배우가 성격과 외모, 심지어 성과 연령도 다른 두 캐릭터들을 한꺼번에 해내는 것이죠. 여기엔 지금 봐도 설득력 있는 특수효과도 한 몫을 합니다. 세드릭과 어머니는 한 프레임 안에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한쪽에게 키스를 하기도 합니다. 이 근사한 기적은 촬영감독인 찰스 로셔의 공로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정말로 재미있는 건 픽포드가 어린 소년과 성숙한 여인 둘 다를 연기한다는 게 아닙니다. 이 사람이 일인 이역을 한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요. 핵심은 픽포드의 세드릭 에롤 자체에 있습니다.

메리 픽포드의 접근법은 자신의 실제 모습과는 상관없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완벽한 어린 천사를 연기했던 진짜 소년 배우 프레드 바솔로뮤와는 정반대였습니다. 남편 더글러스 페어뱅크스와 이 영화의 공동 연출자이기도 한 동생 잭 픽포드의 모습에서 남자들의 허세와 장난기를 조금씩 빌려온 이 배우가 만들어낸 세드릭은 조금은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남자아이의 캐리커처였습니다.

픽포드의 세드릭은 원작의 세드릭처럼 흠하나 없는 패션 인형이 아니었습니다. 곱상한 외모 때문에 학교 깡패들에게 시달리고 적당히 남자애 다운 말썽도 피울 줄 아는 평범한 뉴욕 아이였지요. 영화는 원작에서는 캐릭터의 예쁘고 귀여운 점만 흠없이 강조하는 장면들을 몽땅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고 생각했는지 여벌의 슬랩스틱 장면까지 만들어 덧붙이기까지 했지요. 저 위에 있는 DVD 커버를 자세히 보세요. 한쪽 눈이 가려져 있죠? 할아버지의 험담을 한 가짜 상속자 소년과 한판 붙은 뒤 생긴 영광의 상처랍니다.

물론 픽포드가 연기한 건 사실적인 남자아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걸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보시면 안돼요. 이 영화의 세드릭은 성인 여성 예술가가 흥미롭게 관찰한 뒤 장단점을 부풀린 과장된 이미지니까요. 하지만 그건 버넷의 오리지널보다 훨씬 흥미로운 구경거리였습니다. 예쁜 이미지를 위해 실제 남자아이들의 거친 점들을 모두 문질러 지워버린 오리지널과는 달리, 픽포드의 버전은 그 나이 또래 남자 아이들의 투박한 본성을 그대로 갖추고 있었으니 말이죠. (05/04/07)

DJUNA

기타등등

네, 알고 있어요. 메리 픽포드는 남자아이를 연기할 때도 금발의 고수머리를 과시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