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나단 데이튼 Jonathan Dayton
발레리 패리스 Valerie Faris

주연
애비게일 브레슬린....올리브
Abigail Breslin....Olive
그렉 키니어....리처드
Greg Kinnear....Richard
폴 다노....드웨인
Paul Dano....Dwayne
앨런 아킨....에드윈
Alan Arkin....Edwin
토니 콜레트....셰릴
Toni Collette....Sheryl
스티브 카렐....프랭크
Steve Carell....Frank

올리브, 셰릴, 프랭크, 리처드

마이클 안트가 쓴 [미스 리틀 선샤인]의 각본은 징그러울 정도로 모범적인 선댄스 스타일입니다. 일단 주인공은 하자가 심각한 콩가루 집안입니다. 다들 상태가 심각한 데도 말들은 모두 엄청 잘하고요. 상황과 분위기는 어두컴컴하지만 정작 약올리는 듯한 코미디로 쓰여졌고 그 코미디의 재료는 동성애, 죽음, 시체, 자살, 마약, 포르노, 섹스, 절망, 좌절, 패배입니다. 이 영화의 장르가 로드 무비이고 이 각본이 마이클 안트의 처녀작이며 반쯤은 자서전적인 이야기라는 걸 언급해야 할까요? 적어도 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인 70년형 VW 미니 버스와 관련된 소동은 안트가 직접 겪은 것이라더군요.

이 정도면 줄거리를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하긴 해야죠. 이 영화의 내용은 어린이 미인 대회에 참가하려는 딸을 위해 앨버커키에서 캘리포니아 해변의 호텔로 버스 여행을 떠나는 가족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인 에드윈은 포르노와 마약에 쩔어있는 불량영감이고, 아버지인 리처드는 단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성공학 강사이고, 어머니인 셰릴은 재혼 이후 자신의 위치에 확신이 서지 않는 가정주부이고, 아들 드웨인은 공군 사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침묵 서약을 한 틴에이저이고, 셰릴의 오빠 프랭크는 사랑하던 제자에게 배반당하고 자살 기도를 한 전직 불문학자이고, 올리브는 통통한 몸매에도 불구하고 미인 대회에 집착하는 꼬마죠. 이들이 그렇게 원하지도 않는 여행을 위해 에어컨도 작동되지 않는 버스에 올라 1박 2일의 여행을 떠났으니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무슨 일들이 일어나냐고요? 그들은 싸우고 싸우고 싸우다가 바닥까지 좌절하고 모욕당하고 패배합니다.

끔찍하게 들리지만 정작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뻔한 선댄스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미스 리틀 선샤인]의 성공요인은 바로 여기에 있죠. 바닥을 친 사람들의 절망적인 이야기지만 정작 이야기는 유쾌하고 재미있습니다. 하나같이 망가진 상태가 한심하긴 하지만 캐릭터들은 모두 굉장히 사랑스럽고요. 결정적으로, 클러치와 클랙션이 고장났고 문까지 종종 떨어져 나가는데도 덜컹덜컹 달려가는 가족의 미니버스처럼, 그들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씩씩한 낙천주의는 기립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미스 리틀 선샤인]은 다소 진부한 설정들에도 불구하고 가장 좋은 코미디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절망적이고 한심한 설정들을 버무려 진짜로 재미있는 농담들을 만든 거죠.

[미스 리틀 선샤인]이 풍자의 목표로 삼고 있는 건 미국의 경쟁사회입니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경쟁에 밀려나 패자가 되기 직전인 인물들입니다. 대학에서 쫓겨난 프랭크, 결코 미인대회 우승자나 전투기 조종사가 되지 못할 올리브와 드웨인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죠. 승자가 되는 법을 가르치면서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고 패자로 시들어버린 아빠 리처드는 정말 어쩌란 말입니까?

영화는 이 경쟁사회의 가장 극단적인 면을 보여주기 위해 어린이 미인 대회를 설정합니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에 나오는 리틀 미스 선샤인 행사는 정말 소름 끼쳐요. 그래도 장르 팬이라 웬만한 호러 영화의 괴물들엔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데, 이 프릭쇼에는 도저히 적응이 안 되더군요. 다행히도 영화는 관객들의 혐오를 적절하게 자극한 뒤,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이 행사에 한 방 먹입니다. 보고 있으면 "아무리 할애비라고 해도 마약에 쩔은 늙은 호색한에게 딸을 맡겨서는 안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들긴 하지만, 그래도 배를 잡으며 이 콩가루 집안의 반란을 응원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 작은 반란 이후에 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보는 동안은 신나게 웃긴 했지만, 이들의 암담한 삶이 더 나아진 건 아니지요. 하지만 모든 건 관점과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이들은 결코 빈손으로 돌아온 건 아니에요. 이 여행을 통해 그들은 프리드리히 니체도 자랑스러워 할 정도로 당당하게 자신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긍정하기 시작했으니까요. (06/12/08)

DJUNA

기타등등

1. 왜 원제가 [Little Miss Sunshine]인데 국내 제목은 [미스 리틀 선샤인]일까요? 이런 거 보면 굉장히 짜증나요. 특별히 제목을 한국어에 맞춘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순서만 바꾼 거잖아요. 타이핑 실수가 공식적으로 굳어진 게 아닌가 의심하는 중입니다.

2. 누가 번역한 건지는 몰라도 자막에서는 셰릴이 남편과 오빠 모두에게 존댓말을 쓰더군요. 역시 짜증 한 바가지.

3. 프랭크는 안트의 쌍둥이 형제인 데이빗을 모델로 한 것 같아요. 마이클 안트에 따르면 데이빗은 'a depressed academic who teaches Proust'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