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블레어 트루 Blair Treu

주연
에반 레이첼 우드....에밀리
Evan Rachel Wood....Emily
마이클 앙가라노....필립
Michael Angarano....Philip
데이빗 갤러거....데이빗
David Gallagher....David
비비카 A. 폭스....폴린
Vivica A. Fox....Pauline
잰 브로버그 펠트....캐롤린
Jan Broberg Felt....Caroline
릭 마시....에디
Rick Macy....Eddie
펄 키어넌....돈
Paul Kiernan....Don
타이바 패치....일레인
Tayva Patch....Elaine
미카 쇼....그레고리
Micah Schow....Gregory
케이틀린 E.J. 메이어....이자벨
Caitlin E.J. Meyer....Isabelle
랜든 컨젤먼....미키
Landon Kunzelman....Mikey
다니엘 처치런....레아
Danielle Chuchran....Lea
헤일리 맥코믹....제니
Haley McCormick....Jenny
루디 립스콤....로렐
RuDee Lipscomb....Laurel

에밀리

재능있는 바이올리니스트인 14살 소녀 에밀리 린드스트롬은 루시 반 펠트와 같은 부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루시가 5센트를 받고 찰리 브라운의 정신상담을 해주는 것처럼, 에밀리는 50센트(인플레를 무시할 수 없겠지요?)를 받고 동네 아이들의 고해성사를 들어줍니다. 아이들이 저지른 자잘한 사고와 범죄의 증거들은 이름이 쓰여진 종이 봉지에 넣어져 고해실의 커다란 궤 속에 들어갑니다.

이 사업은 꽤 그럴싸합니다. 커피잔 하나 깨뜨린 게 세상이 무너지는 사고였던 그 옛날을 떠올려 보세요. 이럴 때 어른들한테 혼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누군가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고 싶지 않겠어요? 책임감 있는 어른은 아니지만 이런 사태에 대응할만한 술수를 알고 있는 언니 또래의 누군가한테 말이에요.

영화 속에 나오는 아이들의 고민은 그렇게까지 대단한 게 아닙니다. 몇몇은 현실 세계의 고민이라고 할 수도 없고요. 하지만 그걸 트집잡을 필요는 없겠지요. 왜냐하면 이 아이들이 사는 교외의 작은 동네는 절대로 현실 세계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작은 비밀들]의 무대는 미국 어린이 영화나 문학에 나오는 교외 지역의 에피토메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범죄나 범죄자들은 존재하지 않고 거리는 쓰레기 한 점 없이 깨끗하며 아이들은 욕이란 것이 있는지도 모르죠. 영화의 사운드 트랙엔 그 흔한 팝송 하나 수록되어 있지 않은데, 그 빈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건 멘델스존과 브람스랍니다. 티 하나 안 묻은 것 같아 보이는 우리의 금발 주연 배우 에반 레이첼 우드 역시 이 결백한 이미지에 봉사합니다.

이런 탈색된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대충 둘로 나뉠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생생하게 살아숨쉬는 진짜 아이들의 세계를 선호한다면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열살 정도쯤 되는 아이들의 부모라면 이런 안전한 세계의 묘사가 오히려 반가울 수도 있죠.

전 어느 쪽이냐고요? 둘 다 아닙니다. 전 이 영화가 묘사하는 세계를 우화나 판타지에 나오는 가상 세계처럼 받아들였습니다. 아니, 루시의 고향인 [피너츠]의 세계가 더 적절하겠군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찰리 브라운과 친구들의 몇 년 뒤 모습 같습니다. 잘 다듬어진 완벽한 영어를 차분하게 구사하는 얌전하고 생각깊은 청소년들이지요.

이런 세계는 기본적으로 교훈극인 [작은 비밀들]의 세계에 정갈한 세트를 제공해줍니다. 이 영화의 교훈이 뭐냐고요? 이런 거랍니다. "남의 비밀을 지키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비밀을 품고 사는 대신 자신을 사람들에게 열어보이는 건 더욱 중요하다." 물론 에밀리의 고객인 열살 미만의 꼬마들에게 비밀 유지가 언제나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것도요. 영화 속에서 에밀리는 자기만의 고민과 맞서 싸우는 동안 이 분명한 교훈을 깨닫게 됩니다. 에밀리의 옆집으로 이사와 친구가 된 필립과 데이빗도 마찬가지고요.

너무 깔끔하다고요? 하지만 에릭 로메르의 교훈극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고보면 [작은 비밀들]은 10살짜리 미국 아이들을 위한 로메르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는 로메르 영화처럼 담담하고 교훈적이며 문화적이니까요. (03/03/06)

DJUNA

기타등등

영화엔 중국까지 터널을 뚫겠다며 뒷마당을 파는 남자 아이가 하나 나오죠. 그런데 에반 레이첼 우드의 초기작 중 하나인 [마이 러브 리키]의 원제가 [Digging To China]랍니다.